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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17.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72)

욕심 많은 여사장

5월 16일

# 욕심 많은 여사장


간호원 회사 여사장 쾨닠씨는 돈 욕심이 많은 여자다. 우리 아버지 상태가 나빠졌다며 하루에 두 번씩 간호원을 보내야겠다며 야단이다. 나도 전문으로 기저귀도 갈고 살 만한데 하루에 두 번씩 간호원이 와야 할 이유도 없는데 그래야 돈을 더 많이 버니까 자꾸 우리를 설득하려 든다. 하지만 나는 딱 잘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5월 23일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러 건강보험회사에서 한 여자 의사가 찾아왔다.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가족에게 간호비용이 매겨지기 때문에 환자가 어떻게 돌보아지고 있는지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를 체크한다.

심적인 것 빼고는 우리 시아버지의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말수가 적어졌고 감자튀김 정도는 혼자 오른손으로 집어 드는 것은 물론이고 뚜껑 덮인 물컵을 붙잡고 물을 마시는 것도 전혀 할 수 없는지가 오래됐다. 그러니 가족이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간호원 회사 여사장 쾨닠씨는 시아버지의 상태가 나빠졌다며 하루에 두 번씩 간호원들이 와서 돌보아야겠다고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간호원들이 자주 오면 자연히 가족들이 받는 간호비가 줄어드는 반면에 자기는 수입이 많아지게 되니까, 욕심이 많기로 유명한 쾨닠씨는 그 여자 의사와도 짜고 우리를 강요하려 드는 게 눈에 띄었다. 사람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눈치가 빨라지는 법이다. 처음에 언어소통의 어려움이 있어 반은 알아듣고 반은 눈치로 대강 이해하면서 살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눈치가 빨라진 것은 주위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개구리가 잔디밭에서 파래지고 바위 위에서 바위 색의 옷을 입는 것처럼 말이다. 

1993년에 내가 한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절차를 받으러 기다리면서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공항직원 쪽에 줄을 섰다. 그 직원은 내게 쌍둥이칼을 몇 개 가져왔냐고 물어 사실대로 서너 개라고 대답했고 가위는 몇 개 가져왔느냐고 해서 역시 서너 개라고 대답하면서 , 트렁크를 열어서 보여 드릴까요?, 하면서 트렁크를 만지니까 , 독일에 얼마나 사셔서 그렇게 눈치가 빠르세요, 하면서 트렁크를 열을 필요는 없다면서 그냥 가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가족도 없고 말도 못 알아듣는 외국에서 혼자 살면서 눈칫밥을 많이 먹어서 그래요" 했다.

간호원이 아침에 오면 몸을 씻기고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저녁에는 와 봐야 기저귀 갈고 욕 창생 길 것을 우려해 몸을 돌리는 게 전부라서 오분 정도 소비하거나 길어야 십 분 정도 있다가 간다.

이젠 그동안 경험 덕분에 간호원 자격증은 없지만 간호원이 하는 많은 일을 할 줄 안다. 

쾨닠씨는시아버지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며 우리를 생각해 주는 척하지만 자기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의사는 쾨닠씨에게 자신이 간호원이 하루에 두 번씩 오도록 건강보험회사에 추천하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쾨닠씨 간호원을 하루에 두 번씩 보낼 수는 있으신가요? 하며 속이 보이는 얄미운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쾨닠씨는 우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계획해 보겠다며 맞장구를 쳤고 나는 당신들이 어떻게 결정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지만 필요 이상 간호원들이 올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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