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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20.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73)

살고 싶어 하는 본능 / 나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5월 27일

# 살고 싶어 하는 본능


내가 시아버지 기저귀를 갈려고 시아버지의 몸을 돌리려 하자,  

시아버지: "나 곧 죽을 것 같아"
나: "죽고 싶다고요?"
시아버지: "응 죽으면 통증을 못 느끼잖아"
나: "그렇지만 살고 싶죠?"
시아버지: "그럼"
시아버지는 여전히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하긴 그런 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아파 누워있는 사람도 살고 싶어 하는 게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것 같다. 
나: "우리 아버지 기억력 좋죠? 한 가지 여쭤 볼게요? 오늘 어떤 간호원이 왔다 갔죠?"
시아버지: "그 원시동물! 오늘도 무서워서 혼났어"
나: "그 간호원에게 제가 당신이 무서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파리도 못 죽이는 사람이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원시동물 얘기는 안 했어요. 그러면 그 여자가 화가 나 원시동물처럼 당신을 잡아먹으려 들면 어떻게 해요. 그럼 우리한테는 아버지가 없게요.,,,,저 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앤디는 집에 있어요"
시아버지: "금방 와, 나는 네가 없으면 마음이 안 놓여"



5월 20일

# 나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간호원 머리가 금발이고 보통 키에 평범해 보이는 산드라가 하얀 간호복을 입고 왔다.

나는 시아버지를 칭찬하고 시아버지를 위하는 것을 보여줘 우리가 없어도 그 간호원이 시아버지를 잘 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주인이 개를 위하면 남도 그 개를 위한다는데 우리가 아버지의 보호자로서 아버지가 짐이 되기보다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이다. 그러니 가족이 없는 병든 노인네들은 얼마나 불쌍할까 생각해본다. 

나: "우리 시아버지의 아내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인생에 있어서 행복했던 것에 대해서 얘기하라고 하자 자신이 인생에서 제일 큰 행복 중 하나는 나를 찾은 거라고 그러지 뭐예요"
산드라: "당신 시아버지가 당신을 찾은 것이 아니라 당신 남편이 당신을 찾은 것이지요"
나: "당신 말이 맞아요. 그런데 제 시아버지가 건강할 때 제게 언제나 잘 대해 줘서 저를 얻었으니까 어떻게 말하면 저를 자기편으로 만든 거나 다름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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