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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Nov 24.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3)

쉽게 분노하는 시아버지

2000년 12월 21일  


앤디와 나는 시아버지의 잠옷과 내복 그리고 얼마의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겨가지고 시아버지가 있는 병원을 방문했는데 아버지의 불안정한 몸짓 말고도 눈에 분노가 서려 있음을 첫눈에 보고 섬칫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시아버지를  안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그런 눈빛을  보았다. 

갑자기 중풍에 걸려 일어설 수 조차  없으니 의사나 간호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데 누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일수가 없는 모양이다. 탁자 위에 놓인 우리가 갖다 준 네모난 하얀 자명종의 귀퉁이가 깨져 있어 내가 물어봤다.


나 : "왜 이 시계가 깨졌어요?"
시아버지: "내가 간호원을 불러도 안 와서 그 시계를 바닥에다 던져 버렸어 , 나는 기다리는 것  못 하거든!"
나: "환자가 아버지 혼자가 아닌데 기다리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시아버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몰라, 몰라, 난 어쨌든 못 기다려!"


시아버지 눈에서 불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시아버지는 전율하듯이 격앙해 있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자신이 부를 때 오지 않으면 계속 행패를 부릴 작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 장난감을 사내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떼를 쓰는 세 살짜리 아이와 똑같이 시아버지가 원할 때 사람들이 당장 나타나야 한다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시아버지 지는 건강했을 때 특별히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어른답지 않게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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