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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27.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82)

최신형 휠체어 / 우리는 고슴도치?

# 최신형 휠체어


건강보험회사에서 시아버지 몸에 맞게 제조한 새 휠체어를 보내줬다.

시아버지 몸에 딱 맞고 뒷면과 의자가 푹신하고 단추로 오르락내리락할 수도 있는 최신형 휠체어이다. 뭔가 새로운 것은 보고 또 보고  또 만져 보듯이 우리는 휠체어에 아버지를 앉히고 휠체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번갈아가며 어떤 때는 삼십 분 간격으로 의자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몸이 실리는 점을 고려해 아버지의 등과 엉덩이의 각도를 달리해서 아버지의 몸에 욕창이 생기지 않고 뼈와 근육이 이완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아버지를 하루에 다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 휠체어에 앉아 있게 했다. 어쨌든 좋은 휠체어를 받아서 아버지를 보는 일이 수월해졌다. 오래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것을 보는 게 고역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답게 낮에는 앉아서 하루를 보내게 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걷지 못하면 적어도 앉기라도 해야 할 테니 말이다.



9월 10일

# 우리는 고슴도치?


시아버지의 표정이나 눈빛이 순진해 침대에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볼 때 우리는 유모차에 탄 아이들을 연상한다. 아기들을 보고 말을 걸어보고 싶고 귀여워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듯이 우리는 아버지의 순수한 그러니까 어린아이처럼 때 묻지 않은 눈빛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우리의 귀여운 아이인 걸로 착각하곤 한다. 언젠가 시아버지가 말했듯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나쁜 짓은 할 수 없을 것이고 바깥의 악한 사람들과의 접촉도 완전히 끊고 살아서 그런 걸까 아님 뇌의 세포들이  단순해져서 그런 걸까?  속이 단순해지면 겉도 악의가 전혀 없는 그런 표정과 깨끗한 눈빛을 갖게 되는 걸까?

우리 집에 온 한 한국 아줌마한테 우리 시아버지 귀엽지 않으냐고 묻자 곤란해하며 솔직하게, 난 거짓말을 못해요, 한다. 그래서 아이 가진 부모들처럼 우리 아버지도 우리 눈에만 예쁘게 보이는 거구나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한테 그런 질문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고슴도치가 자기 아이는 예뻐한다고 한다더니 우리가 어느새 고슴도치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집 아이니까! 한 독일 아줌마는 아들이 둘이고 딸이 하난데 자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기 아이들은 예쁜데 다른 집 아이들은 안 예뻐 보여 다른 부모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곤 했단다. 내가 성인이 된 그 집 자녀들을 보면 그들이 그렇게 남달리 잘 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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