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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27.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84)

시아버지가 백 살을 산다면?

10월 1일


우리는  매일 어떤 간호원이 왔다 갔느냐고 묻는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기억력은 없을지언정 말솜씨는 있어서 잘도 둘러댄다. 

앤디: "어떤 간호원이 왔다 갔어요?"
시아버지: "안 가리켜 줘"

아니면,  

시아버지: "응 내 여자 친구"

라고 대답한다. 그럼 간호원 이름을 생각해 내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방문객이 왔다 가면 그 방문객 이름이 무엇인가 그리고 흔히 노인네들이 그러하듯이 옛날일 들은 잘 기억한다. 옛날 가수, 옛날 배우들의 이름은 지금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아빠 기억력도 좋아라 , 똑똑한 아버지, 자랑스러운 아버지 하면서 과장되게 

칭찬해 아버지가 이제는 어느 정도 자 중심이 생겼고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들었고 마음은 느긋해졌고 만족해하니 우리가 살기가 편해졌다. 

나: "옛날에 즐겨 마시던 콜라를 마실래요?"
시아버지: "아니, 아니, 나 콜라 안 마셔"
나: "아니 왜요?"
시아버지: "건강에 안 좋아"

옛날에는 콜라에 중독된 사람처럼 매일 마시더니 이제는 건강에 안 좋아 아예 입에도 안 대겠단다. 그 얘기를 미국에 있는 엄마랑 전화로 통화하면서 했더니 엄마가 "너네 시아버지 그러다가 백 살은 살겠다" 그런다.

그래서 나는 잠깐 생각해 봤다. 시아버지가 정말 백세가 되도록 살 수 있는지 정말 그렇게 오래 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건지... 시아버지가 백 살이 되면 우리는 칠십 살 정도가 될 거고 우리가 그때까지 아버지를 모셔야 하는 건가?  하지만 아버지가 백세가 되도록 살아도 좋겠지만 저렇게 침대에 묶여서 사는 게 정말 인생답게 사는 건지, 인생에 길이 많이 아니라 질도 중요한 건데 그것을 우리가 정말 마음으로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괜한 상상을 하고 가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 그런 생각은 앞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변경시킬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생기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앞으로 있을 일들을 벽에다 까만 색칠만 하듯 하지 않고 밝게 그리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다. 쓸데없는 상상이나 가정을 하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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