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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Feb 03.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89)

폐에 물이 차다

10월 8일

# 폐에 물이 차다


요즘도 내가 계획한 대로 매일 시아버지가 하루에 댓 시간씩 휠체어에 앉게 하는데 기침을 하면 가래가 많이 생긴다.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 휴지를 가지고 입에 넣어 가래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한 번은 가래 때문인지 잠깐 동안 숨을 못 쉬고 얼굴이 파래져서 내가 어쩔 줄을 몰라 아버지의 몸을 세차게 흔들자 다시 숨을 쉬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아버지를 즉시 침대로 눕히고 안정을 취하게 했다. 글쎄 얼마 동안 숨을 못 쉰 것인지 시계를 본 것이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너무 놀라서 잠깐이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던 거 같다. 



10월 9일


오늘은 이상하게 소변 봉지가 거의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끔 열이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 봉지가 빨리 차지 않는 적도 있지만 열도 없었는데 말이다.  



10월 10일


오늘도 여느 때처럼 물을 많이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소변 봉지가 비어 있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그래서 바닷가로 여행을 가며 잠수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주치의가 여행 가고 없어서 우리는 주치의가 여행을 갔거나 병이 났을 때 주치의를 대신해서 환자를 봐주는 의사한테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 환자가 많다며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환자의 몸, 얼굴 특히 손이 많이 부어 있다며 위급한 상황이니 와 주지 않으면 응급의사를 부르겠다고 하자 왔다. 그 의사도 상태가 심각함을 알고 병원에 전화를 해 응급차가 오게 해 시아버지를 병원으로 싣고 가게 했다.

남편과 나는 시아버지 세면도구와 잠옷을 챙겨 가지고 병원에 가서 응급실에서 일하는 중국인 의사와 대화를 했다. 그 의사는 아버지의 폐에 물이 차서 왼쪽 폐에서 물을 삼 리터 정도 빼냈고 내일 오른쪽 폐에서도 물을 빼낼 것이라며 환자의 상태가 위급하다며 돌아가실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니까 잠시 동안 숨을 못 쉬는 동안에 심장이 멎어 폐가 일을 하지 못해 물을 저장한 거였다. 그다음 날 역시 의사들은 오른쪽 폐에서 사 리터의 물을 빼냬고 다른 병동 담당의사 역시 환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얘기했다. 처음 하루 이틀은 링거도 많이 맞고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은 상태에서 많이 주무셨지만 웬걸 사흘째 들어서는 식사도 잘하고 우리와 눈도 맞추고 의사들이 혈액검사를 해보더니 의외로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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