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_ 태국 (D+8 ~ D+19) 세계여행 中
오늘은 태국 국경 도시 핫야이로 이동한다. 밖은 비가 오고 있다. 오늘 이동 시간이 짧지 않아서, 터미널에 가는 길에 일찍 문을 연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고명만 차이가 있어서 나는 새우가 들어간 Prawn mee를 주문했다. 'mee'란 국수를 뜻하는 것 같다. 여기 시장에는 가게마다 완탄 미라는 것을 팔았는데, 간장 국수 비슷한 느낌이었다. 밥을 다 먹고서 커피는 마실 생각이 없었는데, 사장님께서 페낭 커피가 맛있다고 극찬을 하신다. 어차피 남은 현금도 쓸 겸, 경험도 해 볼 겸 나도 한 잔 주문했다. 식당에 앉은 손님들은 이미 한 잔씩 마시고 있다. 받은 커피를 보자마자 나는 우리나라 다방커피, 믹스 커피임을 알 수 있었다. 맛은 맥심보다 조금 더 달달한 맛이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버스 시간에 가까워졌고, 나는 서둘러 버스 터미널로 갔다.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간식도 샀다.
핫야이까지는 버스가 아닌 미니 밴을 타고 이동한다. 내가 타는 차는 흰색 미니 밴. 에어컨은 왜 이렇게 강한지 가방에서 셔츠를 꺼내서 입어야만 했다. 인원을 확인하고서, 곧바로 출발하는 차량. 한참을 달려 국경 근처에 도착했고, 내려서 차를 갈아타라고 한다. 국경에 도착하고 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태국 무사 입국 가능하겠지..?
미니밴은 '숭아이 니봉터미널'에 와서 다른 승객들을 추가로 태운다. 오전 8시 30분, 기사님이 국경세와 여권을 걷어간다. 면세점 같은 곳에서 여권을 내고 100바트를 보험비라며 뜯어간다. 나는 태국 돈이 없어서 가지고 있던 달러를 환전해서 냈다. (환전 수수료로 2000원이나 뜯어갔다.)
그리고는 다들 어디로 갔는지,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대기했다. 1시간 조금 안 지나서 사람들을 다시 태워 출발한다. 차는 1시간 정도를 더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뭐 사실 걱정한다고, 생각을 더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국경 통과를 무사히 하길 기대할 뿐.
국경에 도착하니 바로 도장을 찍어주었고, 나는 태국에 무사히 입국했다. 출국과 마찬가지로 입국도 아무런 제약, 질문 없이 입국 가능했다.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일단 이제는 버스터미널에 내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아침부터 고된 일정이었기에, 숙소부터 가야겠다.
이제부터는 태국이다. 차량에 다시 탑승하고, 이제까지는 그렇게 위험하게 운전하다가 국경을 통과할 때 검사한다고 안전벨트 메라는 우리 기사님. 우울하던 기사님은 국경의 어느 직원에게 면세점 담배를 받으시고는 기분이 좋아지신 것처럼 보인다.
1시간 정도 이동해서 핫야이 터미널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가 시작되었다. 유심도 가지고 있다며 사라고 호객한다. 어차피 숙소가 바로 근처여서 거절하고 바로 앞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 와이파이로 구글맵을 사용해야 한다.)
백화점은 짐 검사(공항처럼)를 하고 있다.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는데,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된다. 와이파이는 현지 전화번호가 있어야 사용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문제는, ATM 기계가 영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서 나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한참을 버튼을 누르다, 바로 옆 가게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직원분께서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밖으로 나갔고, 버스 기사님이 내게 뭘 원하냐고 물어본다. 딱 봐도 뭔가 팔아먹으려고 하는 모습이다. 유심도 본인이 판다는데 1주일짜리를 20링깃. 절대 싸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다른 쇼핑몰로 향했다. (이때 사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백화점을 찾으며 길을 걷다 보니 'WeHostel'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설마..? 혹시나 해서 들어가 미리 검색해 두었던 숙소 주소를 사장님께 보여주었고, 내가 예약한 호스텔이 맞단다. 운이 좋게도 숙소를 바로 찾아서 시간과 돈을 번 기분이다. 숙소 사장님은 나를 친절하게 받아 주셨다. 방을 소개받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눕자마자 쉴 틈도 없이 바로 옆 침대에 독일에서 온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다른 친구들과도 살갑게 대화를 하는 걸 보니 붙임성이 좋은 친구 같다.
기본적인 대화를 나누었다.(어느 나라 사람인지, 얼마나 여행 중인지 등등 여행자들의 인사말 같은 대화) 같은 방 친구들이 근처의 아시안 마켓에 함께 가겠냐고 물었지만, 나는 밀린 빨래를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지 않았다.
숙소는 해결이 되었으니 유심을 사야 했고, 숙소 앞 세븐일레븐으로 갔다. (태국은 2주 넘게 여행을 할 예정이라 유심을 사는 게 편할 것 같았다.) 1달짜리 유심을 150바트에 구매했고, 당연히 편의점이라 카드 결제가 가능하겠지만 현지 수수료를 아직 몰라서 일단 현금을 냈다. 유심 등록 절차가 따로 있었는데, 다행히 편의점 직원이 등록까지 해 주었다. 직원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지만, 여기 사람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유심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 씻으러 갔다. 샤워실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었고, 모기가 샤워 중에도 달려들어 씻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밀린 빨래도 다 했고, 짐 정리를 했다. 영수증 정리를 하는데 뭐가 좀 이상하다. 아까 편의점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고, 실제 환율 계산기보다 적은 금액이 출금되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환율 계산이 잘 못 되었던 것이었다. 실제 출금 금액 기준 수수료, 1000바트 출금에 8.3달러(315THB))
정리를 마치고서 밖으로 나갔는데 깜빡하고 잠옷을 입고 나왔다. 다행인 건 잠옷인지 아무도 모를 법한 바지였다. 바깥은 마치 비가 올 것만 같았다.
그대로 걸어서 킴영 시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나를 보고 ‘니하오’라는 상인들. 한국 사람들은 ‘니하오’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 사실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이 사람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여행객이면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게 이곳에서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놀리려고 하는 말이던, 모르고 하는 말이던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오랜 여행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천천히 둘러보려는데, 호객 행위도 심하고 먹을 게 딱히 없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숙소 사장님께 갈 만한 곳을 여쭤보고서 나이트 마켓으로 간다. 바지를 사고 싶다고 하니, 숙소 사장님께서 근처 가게로 나를 이끄셨다. 친절함과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코끼리 바지를 100바트에 흥정 없이 구매했다. 흥정을 하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을 듯했지만, 피곤이 몰려와 그럴 힘조차 없었다.
나이트 마켓은 물건 가격이 꽤나 비쌌고,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그래서 동네 한 바퀴 돌 겸 골목을 둘러보았다. 밥을 먹으려 미리 찾아 둔 레스토랑에 가는데, 우연히 치킨을 팔고 있는 푸드 트럭을 발견했다. 동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가는 것을 보니 맛집임에 틀림없다. 가격표가 따로 없어서, 사람들이 내는 가격으로 대충 파악했다. 큼직한 닭 날개 한 조각과 마늘 후레이크가 올라간 찹쌀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예상대로 저렴했다. 바로 앞의 공원에서 먹으려고 음식을 열어보니 수저가 없다. 어차피 음식이 조금 부족해 더 사려고 했던 참이라 아까 갔던 나이트 마켓으로 다시 이동했다.
먹고 싶었던 돼지고기 튀김은 너무 비쌌고, 그 옆의 만만한 팟타이 가게에 앉았다. 자리 값이라 생각하고 메뉴 하나를 주문해 포장해 온 치킨과 함께 먹었다. 다 마음에 들었지만 딱 하나, 돈 받은 손으로 음식을 만든 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다 먹고서,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와 옆 침대 매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12년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61개국을 다녀왔다는데, 이제 막 세계 여행을 시작한 나는 신나서 한참을 떠들었다. 그는 여행 중에 호스텔을 가는 것이 사람, 영어 등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해 주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좋은 여행을 하고 있다며 칭찬해 주었다.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물어보기에, 대답을 해 주니 그는 ‘네가 무엇을 하던 괜찮다’라고 말해 준다.
독일도 사회가 정해준 대로 살아가는 게 젊은 사람들의 ‘현재’라고 한다. 특히나, 독일은 부모 세대가 많은 부를 축적한 경우가 많아,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게으르다고 한다. 한국은 어딘 가에 의지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는데, 매우 공감되었다. 그러더니 나에게는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 인생을 배우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너무 좋은 말과 재밌는 말들을 해 주어서 고마운 시간이었다. 또, 내 속 이야기를 이끌어내 준 좋은 친구.
우리가 1시간쯤 대화를 나누었을 때, 말레이시아에서 온 위시누가 들어왔다. 매트는 자연스레 1층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자고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맥주를 사 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둘은 한국의 군대 문화가 궁금했는지 한참을 내게 질문했다. 일반적인 영어 대화는 어렵지 않게 이어갔는데, 갑작스레 군대 이야기를 하니 말문이 턱 막혔다. 계속해서 번역기를 사용하며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볼 것 같은 내용이라서, 영어 문장들을 따로 저장해 두었다.
얘기를 나누던 중, 길에서 종이를 접어 파는 노숙자가 다가왔다. 50 바트라며 건네는데, 매트가 본인이 사겠다며 30바트를 건넸다. 노숙자는 견고하게 50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이 밤 시간에,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서 30바트라도 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트는 한참을 웃으며 실랑이를 펼치다 50바트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받은 종이 접기는 바로 옆의 화분에 꽂혔다. 노인이 밥 한 끼라도 사 먹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매트. 멋지다.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2007년부터 쭉 여행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위스누는 나와 비슷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둘 다 영어를 잘 못하니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들어간 덕분인 것 같다. 새벽 1시까지 대화를 이어갔고, 맥주를 다 마셔 우리는 자러 들어갔다. 맥주병은 새벽에 사람들이 팔기 위해 가져간다고 해서 그냥 테이블 위에 두고 들어갔다.
*8일 차의 한 줄
여행지가 주는 행복보다, 사람이 주는 행복이 더 컸던 하루.
*8일 차 정산
말레이시아 : 60.2RM(17,874원) _미니밴, 아침식사
숙박 : 175THB(6,525원)
식비 : 240THB(8,950원)
기타 : 715THB(26,662원)
총합 : 60,011원
아침 늦게(10시) 일어나 같은 방 4명에서 밥을 먹으러 함께 나갔다. 쌀국수 가게에 가서, 돼지고기 토핑이 올라간 쌀국수를 주문했다. 같이 온 위시누도 돼지고기 메뉴를 주문했는데, 소고기가 나왔다. 그는 말레이시아인이라 소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그래서 내 쌀국수와 바꿔주었다.
밥을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사장님이 오늘 휴식이라며 차를 끌고 근처 공원에 함께 가자고 하신다. 나는 데려가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얘기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오늘 목적지는 핫야이 케이블카 공원.
사장님이 차를 운전하고 중국에서 온 부부, 러시아에서 온 파블. 이렇게 5명이 함께 이동 중이다. 차로는 15분 정도 걸렸고, 작은 시골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었다. 공원에 들어가서는, 케이블카 입구를 찾지 못해서 한참 길을 헤매었다. 파블은 답답했는지 운전대를 잡았다. 러시아와 운전석이 반대라 처음에 헷갈려한다. 그리고 한참을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정상에 도착했다. 코끼리 동상이 잔뜩 늘여져 있었고, 사람들은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고 있다.
케이블카 정류장이라 높은 곳이었지만, 나무에 가려 아래 풍경이 보이지 않아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두 번째 포인트가 뷰 포인트였는데. 확 트인 시야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20m의 높이라고 하는 황금 불상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입구에서는 꽤나 많은 야생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다. 원숭이들은 나무의 열매를 까먹고, 씨를 바닥에 뱉는다. 그래서 아래 지나갈 때 조심해야 했다. 우리는 여기서 한참 사진을 찍고, 서로 연락처를 공유했다.
마지막 방문지는 호랑이와 용의 형태를 띠는 신들의 사찰이었다.
나와 사장님은 여기서 함께 걸어 다니며 대화를 나누었다. 재훈이란 이름은 중국어로 결혼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제 체크인할 때, 자기와 뜬금없이 결혼하자고 한 줄 알고는 놀라셨다고 한다.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사장님과 부부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고, 나와 파블은 남아서 이곳을 조금 더 둘러보고 걸어서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파블은 러시아에서 왔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전쟁과 관련해 자국에 매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군대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는데, 서로서로 각 나라의 문화가 신기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걷다가 너무 더워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숙소로 가는 길은 외곽에 있어서 일단 급한 대로 마트에서 물을 사서 계속 걸었다. 걷다가 야시장을 발견했고,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음식이 꽤나 다양해서, 3가지의 다른 음식을 골라서 파블과 나누어 먹었다. 근처 벤치에서 음식을 먹는데, 갑작스레 비가 많이 와서 우리는 남은 음식을 챙겨서 서둘러 숙소로 가기로 했다.
조금씩 오던 비는, 갈수록 굵어졌다.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길가의 처마가 있는 곳 아래서 비를 피했다. 30분 넘게 기다려도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결국 택시를 불렀다.
그랩 어플에서 가격이 너무 비싸 볼트에서 택시를 불렀다. 30분쯤 더 기다려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기사님은 어플에 나온 가격보다 30바트를 더 비싸게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다, 결국 원래 가격인 100바트만 내고 내렸다. 30바트면 둘이 나눠서 냈을 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주다 보면 이곳의 물가를 올리는 것이라 생각되어 끝까지 주지 않았다. 여행객들이 무자비하게 팁을 주고, 요구하는 대로 돈을 주다 보면 해당 지역의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꼭 정해진 가격만큼만 지불하길 바란다.
몸이 비에 다 젖어서, 빨리 숙소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모기 기피제를 아침에 뿌리고 나왔는데, 비에 젖어서인지 시간이 오래 지나서인지 기다리면서 모기에 많이 뜯겼다.
숙소에 돌아와, 곧바로 내일 방콕으로 갈 기차를 예매하려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기차역 현장에서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핫야이에서 방콕으로 가는 티켓의 정보가 없어서 1000바트나 하는 가격이 맞는지 몰랐는데, 같은 방 친구들도 비슷한 가격을 주고 인터넷에서 예매했다고 한다.
이틀간 이곳을 돌아다녀보니, 대부분 QR코드로 결제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길거리 노상 가게에서도 가능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하나카드에서 QR코드 결제하는 기능이 있었다. ATM에서 돈을 뽑을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걸 사용하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으니 앞으로 남은 태국 여행은 QR코드로 결제를 사용해보려 한다.
내일 떠나기 위해 간단하게 짐을 싸고 있는데, 파블은 갑자기 본인만의 짐 싸는 법, 빨래와 여행방법, 마리화나 얘기, 강아지 천식 얘기 등등 2시간 넘는 강의(?)를 해주었다. 진짜 알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래도 자기 얘기를 해 준 덕에 꽤 친해졌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방콕으로 가는 기차는 내일 오후 6시 15분. 내일모레 오후 12.30에 도착한다. 39000원,1000바트 가까운 가격을 주고 이동한다. 태국 물가를 생각하면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숙박과 이동을 한 번에 하는 셈이니 괜찮은 가격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짧게 세워보면, 하루 이틀정도 혼자 방콕을 구경하고 하루를 멜라니가 소개해 준 태국 친구 두 명을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만남이 계속 생긴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렌다.
*오늘의 한 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여행.
*9일 차 정산
숙박 : 175THB(6,525원)
식비 : 145THB(5,407원)
교통 : 65THB(2,423원)
총합 : 14,356원
아침에 일어나 씻으려 화장실에 갔는데, 1분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모기에 물렸다. 익숙해지지는 않지만 모기 물리는 것이 슬슬 적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짐을 다 싸고 사장님께 짐 좀 맡겨도 되냐 물으려 했는데, 안 계신다. 그래서 그냥 키를 들고서 밥을 먹으러 나왔다. 어제 갔던 쌀국수 가게가 마음에 들어 못 먹어 본 돼지고기 쌀국수를 먹으러 다시 왔다.
이곳은 되게 독특했는데, 테이블마다 소스가 6가지씩 있었다. 취향 것 넣어서 본인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먹는 것 같다. 하나씩 전부 넣기에는 맛을 자세히 몰라 옆 테이블 현지인이 먹는 방식을 보고 대충 따라서 넣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나온 쌀국수의 맛과, 소스를 잘 배합해서 먹는 맛은 천지 차이였다.(소스를 넣어 먹는 것이 훨씬 맛있었다.)
혼자 밥을 먹으러 오니, 직원들이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고는 갑자기 직원들끼리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며 한국어를 하고 있다. 한국이 외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가게는 직원들이 친절하고 음식 맛도 좋아서 또 한 번 오고 싶은 가게이다.
얼음은 2바트, 컵에 따로 담아준다. 물은 10바트라 비싼 편이다. 그래서 어제 매트가 알려준 방법대로 얼음만 따로 주문하고, 숙소에서 가져온 물을 담아서 마셨다. 이래서 경험자의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것 같다.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편의점에 갔다. 대략 20시간 정도를 이동하는 기차이기에, 먹을 것을 충분히 사지 않으면 큰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자와 빵, 음료를 한가득 사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사장님이 기차를 타기 전까지 침대에서 쉬어도 된다고 하신다. 끝까지 감사함 뿐이었다.
그리고 숙박비 결제를 큐알 결제로 다시 요청했다.(ATM에서 현금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현금을 챙기기 위해) 사장님은 처음에 당황하신 듯 보였지만, 내가 천천히 설명하니 상관없다고 하셨다. 처음에 큐알 결제를 얘기했을 때 태국 사람만 되는 기능인 줄 알고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고 하신다.
사람의 정을 많이 느끼고 가는 호스텔이다. 하루 6천 원인 숙박비에 반해, 6만 원 그 이상의 서비스와 친절을 느끼고 가는 ‘We Hostel‘이다.
할 일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로빈슨 백화점에 가 보았다. 의류의 가격은 한국과 크게 다른 것을 못 느낄 정도로 비쌌다. 3층에는 문구점이 있었고, 가계부에 사용할 테이프를 구매했다.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핸드폰 충전을 하고 밀린 글도 적었다. 나는 주식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를 계속 봐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과 시차가 생기고, 하루하루가 바쁘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남는 시간에 틈틈이 쉬지 않고 여행 일지를 적고, 뉴스를 보고 주식도 하며 여행 중이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내 성격이 이럴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바뀔 수도 없기에 우선은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1층에서 파블이 티를 함께 나눠 마시자고 부른다. 로비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따뜻한 차는 최고였다.
그러다 밥 먹을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맥도날드에 갔다. 꽤나 가격이 비싼 버거를 주문했는데, 야채는 거의 없고 패티도 말라비틀어져 갔다. 큰맘 먹고 왔는데.. 그냥 한 끼 잘 때웠다고 생각하며 먹을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아까 약국에서 산 감기약을 꺼냈는데, 약이 아니라 사탕이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목과 입안의 'infection'에 좋은 거고 2시간에 하나씩 먹으라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읽어봐도 목 캔디 같았다.(그게 약이었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 가방을 메고 나갈 준비를 했다.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쏟아져서 택시도 안 잡히고, 걸어가기도 난감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차로 데려다주신다고 한다. 내가 우산이 없다고 말하자 우비도 입으라며 주셨다. 마지막까지 잊을 수 없는 따뜻함을 전해주신 사장님. 보라색 우비를 입고, 앞뒤로 큰 배낭을 멘 나의 모습을 사람들이 보더니 막 웃는다. 배낭이 꽤 커서 웃기게 보였던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약을 잘 샀는지 여쭤보려고 제품을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세븐일레븐 가면 허브로 된 약을 파는데, 그게 효과가 좋다고 알려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핫야이 역에 도착했고, 사장님과 세상 가장 밝은 미소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곧이어 역 직원들이 친절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짐을 잠깐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내게 가까운 직원 화장실을 쓰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와서 역사 안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서서 기다리는데 앉아서 기다리란다. 그리고는 7시로 바뀌었어!라고 한다. 하하.. 이런..
어쩔 수 없이 앉아서 글을 썼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큰 노랫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개들은 늑대처럼 울부짖는다. 나는 개가 짖어서 쳐다보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5:59분이었고, 일제히 태국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는 제복 입은 사람들. 6시에 맞춰 국기 게양을 하는 듯했다. 신기한 문화 경험이었다.
6시 35분, 목이 다시 아파와서 목캔디(?)를 먹는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화장실 때문에 타기 직전에 마시려고 한다. 몸은 비에 다 젖어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7시 45분, 드디어 기차는 출발한다. 내가 예매한 슬리핑석은 저렴한 축에 들어서인지, 매우 비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뭐 나쁘지는 않았다. 짐 놓을 장소가 없어 완전히 눕기에는 비좁았을 뿐. 에어컨은 왜 이리 세게 틀었는지, 얼굴이 시려서 잠을 거의 못 잤다.
*오늘의 한 줄
또 한 번의 작별, 새로운 출발이 주는 설렘 사이에서.
*10일 차 정산
식비 : 283THB(10,553원)
쇼핑 : 137THB(5,108원)
교통(숙박) : 1000THB(37,290원)
총합 : 52,951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