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간

검은 개가 기다린 것

by 글을써현

길을 걷다가 붉은 상자를 보았다. 발걸음이 멈췄다. 코를 킁킁거렸다. 여러 동물들의 냄새가 났다. 슬픈 냄새들이었지만 따뜻했다.


며칠 동안 주변을 맴돌았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가까이 가려다가 뒷걸음질 쳤다. 꼬리가 다리 사이로 말려들어갔다.


셋째 날 밤, 비가 내렸다. 나는 젖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비가 털 사이로 스며들어 피부까지 차갑게 만들었다.

그때 부스 문이 저절로 열렸다. 바람 때문이었을까. 나는 천천히 일어나 들어갔다. 발가락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안은 바깥보다 따뜻했다. 벽에 매달린 검은 것에서 작은 빛이 나왔다. 나는 그 아래 앉았다. 공간을 채울 만큼 큰 몸을 조심스럽게 웅크렸다. 털에서 빗물 냄새가 났다.


그리고 짖었다. 한 번, 두 번. 길고 낮은 소리로. 목구멍이 떨렸다. 소리가 부스 안에 울려 퍼졌다가 사라졌다.

검은 것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빛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나는 코를 바닥에 대고 누웠다.


매일 밤 갔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소리를 냈다. 때로는 길게 울부짖고, 때로는 작은 끙끙거림을. 대답은 없었지만 계속했다.


보름째 되는 밤, 검은 것에서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소리.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온몸의 힘이 빠졌다. 바닥에 털썩 누웠다. 길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부스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마른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검은 개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검은 개는 답을 듣기 위해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허락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을 뿐.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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