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이 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이면 옆 건물 옥상에는 열 명이 채 안 되는 아주머니들이 올라오십니다
그 모습을 처음 보는 게스트들은 다들 같은 반응입니다 "저기서 뭐하는 거예요?" "춤춰요 아홉시 반이면 늘 올라오세요" 늘 무리에는 우두머리가 있고 대가리가 있고 오야가 있는 법 화려한 복장이 누가 봐도 리더인 어머니가 선생님이고 나머지 분들은 학생입니다
소형 카세트가 옥상과 건물을 오르내리는 작은 계단에 놓여져 있고 동작을 가르치는 대장 어머니가 맨 앞, 그리곤 나머지 어머니들이 대강 두 줄을 맞춰섭니다 제가 있는 곳이 여닫고 할 수 없는 큰 창으로 꽁꽁 몸을 싸매고 있는 건물이라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요 그럴 리 없겠지만 늘 그리 신나는 곡은 아니라는 인상입니다 우리 팔자매의 동작이 날렵하지 못하고 흐느적거리기 때문이죠
그러면 어떤가요 아침을 늘 운동으로 시작하는 부지런한 팔자매인걸요
단풍이 제법 물들어가기 시작할 때쯤부터 봤으니 이들이 운동을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회사 옆 건물은 시장 상가 시장에서 장사하는 어머니들이 옥상으로 올라오시는 겁니다
온종일 내내 시장에 매여 있어야 하는 몸 화려한 리더가 옥상과 운동이야기를 했을 테고 학생들이 좋다고 했을 거라 짐작이 됩니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이제는 용돈 벌이삼아 시장에 나오는 팔자매는 여전히 '현역 최고령' 입니다 부러운 팔자매
지난해 은퇴한 운동선수 팔천명을 조사했더니 평균 은퇴 나이가 고작 스무세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 물론 스포츠계는 더하겠지만 약육강식은 우리 일상과도 늘 가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방송사에서 일하시고 다시 관련 기관에서 장을 맡아 그 임기를 다한 센터장님께서 그러시더군요 그 동안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할거라며 '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건강하고 애들 뒤치닥거리할 부담에서 벗어나고 모든 것이 편안한 상태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 모든 것이 편안한 상태 우리 팔자매도 그럴겁니다
줌바도 에어로빅도 아닌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를 보고 있으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사랑스러운 팔자매 올해 가을이 주는 기분 좋은 아침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