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 뜨거운 동료

ubc울산방송 주차관리실 반장 박도걸

by 김밀

- 놔두고 가요. 써놓을 테니.


바로 다음 날 아침, 그는 디제이 선배 편으로 손글씨를 보내왔다. 아침부터 촉촉해진 이 마음을 어쩌나.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걷는다니. 정호승 시인의 ’ 수선화에게‘라는 시의 한 구절이라는 건 검색해 보고 알았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빠처럼 머리 위에 눈송이가 꽤 많이 내려앉은 그는 이때껏 인생의 눈길과 빗길을 수없이 걸어왔을 터, 그리고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우리 모두는 그 길을 뒤따라 가고 있다.


어느 날, 그는 니 차가 왜 우리 집 근처에서 보이냐고 물어왔고, (그는 회사 사람들의 차 번호를 대부분 외우고 있다.) 그 동네에 학원을 열게 됐다고 했다. 그리곤 내가 운영하는 학원으로 두 번을 찾아왔다.


한 번은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겨울,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붕어빵을 그득그득 담은 검은 ’봉다리‘ 세 개를 한 아름 주곤 가셨는데 그의 아내였다.


- 우리 집 양반이 가져다주라고 했어요.


또 한 번은 유난히 더운 가을에 호두과자를 들고 들러주셨는데 그날 나는 처음으로 ‘동료‘라는 단어가 뜨겁고 따뜻한 말인지 알게 됐다.


- 직장 동료로 한번 와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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