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장세련
- ‘다르겠지.’
그가 포스트잇에 손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이름을 넣을 동안 그 짧은 과정을 빤히 쳐다보았다. 당장 지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장바구니에 묵혀둔 옷을 주문하고선,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박스를 열어볼 때 마음이랄까.
- (웃으며) 나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동화작가, 58년 개띠 68살, 88년 등단, 18회 서덕출문학상 동화부문 수상자. 묵직한 메시지나 삶을 관통하는 예민한 문장, 동화 같은 한 줄을 기대했다가 같이 웃었다. 사랑스러운 할머니.
- 시도 있고 소설도 있잖아요. 여러 장르 중에 ‘동화’를 쓴 이유가 궁금해요.
닥치는 대로 썼어요. 시나 동시를 쓰기도 했고요. 남편이 현대자동차를 다녔어요. 거기서 글 공모전 같은 걸 하곤 했는데, 부문을 막론하고 원고를 내기만 하면 상을 받는 거예요. 당시 남편 월급이 20만 원 정도였는데, 그때 상금이 100만 원이었어요.
- 생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렇죠. 초등학교 때부터 칭찬을 들었어요. 선생님이 글 잘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상도 많이 받았고요.
초등학생 선생님들은 용한 점쟁이이자 죽을지도 모르는 싹을 틔우는 부지런한 농부일지도 모르겠다. 한 후배 아나운서는 목소리가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꿈을 키웠고, 나 또한 ‘날치’에 대한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보고 ‘잘 썼다’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항상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글가오충’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 책의 주제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세요?
늘 메모를 해요. 방금도 잠시 (라디오 캠페인) 녹음이 중단됐을 때 메모를 했죠. 어떤 내용이냐고요? (단호한 표정으로) 그건 비밀이죠. 그리고 요즘은 손자들에게서 많은 걸 보죠. 서덕출문학상을 받은 <살구나무 골대>에 나오는 은우네도 우리 손자 이야기입니다.
- 후배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너무 ‘재미’ 만을 쫓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동과 의미도 있어야 해요. 윤미경 작가, 참 잘 써요. <난다할머니 고민상담소> 추천합니다. 저는 젊은 작가들 책을 많이 봐요. 덕분에 제 글이 젊다는 말을 듣고요. 여전히 잘 나가는 선배는 부러운 존재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에요. 진짜 두려운 존재는 후배들이에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데 울산신문이 1+1처럼 같이 들어온다. 그가 ‘책’에 관한 칼럼을 썼고, 폰으로 찍어뒀고, 인스타그램 피드로 올리고, 라디오 캠페인으로 ‘책 좀 읽자’를 녹음했다. 나는 최고라고 말하는 순수한 자기애를 가진, 일흔을 앞둔 동화작가는 책에 대해 이렇게 풀어냈다.
’ 독서는 나를 읽는 일이다. 책이라는 타인의 거울을 통해 마음의 매무새를 고친다. 어떤 문장에서는 잊었던 자신이 나타나고, 애써 외면해 온 자신의 한 시절을 만나기도 한다. 무심코 접한 한 문장이 좌우명이 되는가 하면 이해되지 않아 마음을 앓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우치는 단락도 만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이의 문장을 만나면 다독여주기도 한다. 노년의 독서는 살아 있는 감정을 유지하는 마지막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