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 58년 개띠 동화작가

동화작가 장세련

by 김밀

- ‘다르겠지.’


그가 포스트잇에 손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이름을 넣을 동안 그 짧은 과정을 빤히 쳐다보았다. 당장 지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장바구니에 묵혀둔 옷을 주문하고선,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박스를 열어볼 때 마음이랄까.


- (웃으며) 나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동화작가, 58년 개띠 68살, 88년 등단, 18회 서덕출문학상 동화부문 수상자. 묵직한 메시지나 삶을 관통하는 예민한 문장, 동화 같은 한 줄을 기대했다가 같이 웃었다. 사랑스러운 할머니.


- 시도 있고 소설도 있잖아요. 여러 장르 중에 ‘동화’를 쓴 이유가 궁금해요.

닥치는 대로 썼어요. 시나 동시를 쓰기도 했고요. 남편이 현대자동차를 다녔어요. 거기서 글 공모전 같은 걸 하곤 했는데, 부문을 막론하고 원고를 내기만 하면 상을 받는 거예요. 당시 남편 월급이 20만 원 정도였는데, 그때 상금이 100만 원이었어요.


- 생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렇죠. 초등학교 때부터 칭찬을 들었어요. 선생님이 글 잘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상도 많이 받았고요.


초등학생 선생님들은 용한 점쟁이이자 죽을지도 모르는 싹을 틔우는 부지런한 농부일지도 모르겠다. 한 후배 아나운서는 목소리가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꿈을 키웠고, 나 또한 ‘날치’에 대한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보고 ‘잘 썼다’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항상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글가오충’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 책의 주제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세요?

늘 메모를 해요. 방금도 잠시 (라디오 캠페인) 녹음이 중단됐을 때 메모를 했죠. 어떤 내용이냐고요? (단호한 표정으로) 그건 비밀이죠. 그리고 요즘은 손자들에게서 많은 걸 보죠. 서덕출문학상을 받은 <살구나무 골대>에 나오는 은우네도 우리 손자 이야기입니다.


- 후배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너무 ‘재미’ 만을 쫓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동과 의미도 있어야 해요. 윤미경 작가, 참 잘 써요. <난다할머니 고민상담소> 추천합니다. 저는 젊은 작가들 책을 많이 봐요. 덕분에 제 글이 젊다는 말을 듣고요. 여전히 잘 나가는 선배는 부러운 존재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에요. 진짜 두려운 존재는 후배들이에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데 울산신문이 1+1처럼 같이 들어온다. 그가 ‘책’에 관한 칼럼을 썼고, 폰으로 찍어뒀고, 인스타그램 피드로 올리고, 라디오 캠페인으로 ‘책 좀 읽자’를 녹음했다. 나는 최고라고 말하는 순수한 자기애를 가진, 일흔을 앞둔 동화작가는 책에 대해 이렇게 풀어냈다.


’ 독서는 나를 읽는 일이다. 책이라는 타인의 거울을 통해 마음의 매무새를 고친다. 어떤 문장에서는 잊었던 자신이 나타나고, 애써 외면해 온 자신의 한 시절을 만나기도 한다. 무심코 접한 한 문장이 좌우명이 되는가 하면 이해되지 않아 마음을 앓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우치는 단락도 만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이의 문장을 만나면 다독여주기도 한다. 노년의 독서는 살아 있는 감정을 유지하는 마지막 예의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