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고과 하나가 남긴 것— 희망퇴직 전편

by 물리학자

회사 동료가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다. 회사가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감행한 인원 감축에서,

C 고과를 가지고 있었던 그가 대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팀장은 말렸다고 하지만,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나와 나이가 같은, 30대 후반이었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통계학과를 나와 알고리즘을 공부하던 성실한 동료였다. 우리가 같이 업무를 했던 것은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알던 그의 품행이 나쁘지 않았기에 의아했는데, 그가 당시 속해있던 팀의 팀장이 퇴직을 하면서 그 팀이 목표를 상실하여 제대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희망퇴직하기에는 아직은 젊은 나이이고, 나보다 더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닌 그가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적잖아 충격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최근 들어 월에 200시간을 근무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하고 회사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그도 당황한 것 같았다. 그의 당황스러운 마음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그는 연휴 동안 여행을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여행지에 가서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고 이력서를 준비하는 등 정신없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나는 뭐라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나의 최근 근황을 이야기하고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게 그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이미 그는 결정을 끝냈고, 이틀 뒤면 회사를 떠나게 되어 있었다.


작년에도 한 사람이 회사를 떠났고, 그때는 상황이 달랐지만 가벼운 격려만 했던 기억을 떠올랐다. 회사를 떠난다는 같은 결정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 당시 그의 퇴사는 자발적이었고, 미리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았고, 합격한 상황에서 진행된 일이라, 그 결정이 온전히 그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이전 회사를 떠났던 적이 있었고,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던 것 같다. 하긴 따지고 보면 이번의 희망퇴직도 계기가 그러했을 뿐 상황만 보면 몇 년 치의 연봉을 받고 자유롭게 이직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더 나은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우수한 인재만 남길 수 있을까 — 희망퇴직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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