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을 깔지 않는 40대 노총각 농부 이야기

당신의 국무총리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저작권글 투고-

by 추재현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는 더 중하다.


우리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저작권을 갖고 태어납니다.

바로 당신의 건강한 몸입니다.

우리의 저작권은 매일매일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어떤 것을 먹고 움직이다가 배설하고 잘 때까지

그 하루들이 모여 저와 여러분을 만듭니다.


지금 모습이 만족스러우신 분도 있을 테고

저처럼 후회가 남아 바꾸고 싶은 분도 계실 겁니다.

전자는 그 습관을 지켜 나가며, 후자는 좋은 습관으로 바꾸어야 하겠지요.

농가생활에서 여성의 역할을 매우 중요합니다.

끼니때마다 밥상을 차리며 빨래도 널고 농사일까지 합니다.

거기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도 봐야 하고요.

저와 동생이 결혼할 시기를 놓쳐 노총각 반열에 들어서고

부모님께서는 해가 갈수록 힘에 부치는 나이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며느리가 들어와 같이하면 힘이 덜 들 텐데 몸과 마음이 지쳐가신 어머니는

결국엔 희귀 심장병에 걸리시게 한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농사일은 쉬시며 어머니는 현미자연식 세 남자들은 일반식 차려주셨는데

그동안 말은 못 하셨지만 너무 힘드셨나 봅니다.

그래서 다 같이 자연식을 준비하여 시간 맞춰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안현필 건강식 3대 원칙

1. 규칙적으로 먹는다 2.16시간 공백기를 갖는다 3. 현미 자연식 실천

점심: 오전 11시 참: 오후 3시 저녁: 오후 7시


100번 꼭꼭 씹고 밥 따로 국 반찬 따로 먹습니다.

기존의 불규칙한 식사시간과 빨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위주로

에서 벗어나 예전에 식구들에게 건강한 몸을 만들어준 식사법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어머니 희귀 심장병도 고치고 세 남자들의 일반식 하며 살찐 배도 다시 잡아줄

'건강한 몸의 저작권'을 다시 찾아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항생제사료를 하나도 먹이지 않습니다.

마음껏 뛰노는 고려닭들은 유정란을 낳아 중요한 농가수입원이 되어 줍니다.

자연부화도 하여 병아리도 까는 모성본능이 강한 어미닭들은 풀도 쪼고 벌레들도 먹습니다.

수탉들은 자기들끼리 서열 싸움도 하고 암탉들을 보호합니다.


풀천지에서 나온 밀과 효소, 고추씨, 식초, 김치국물 외 그때그때 농가 부산물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청치, 백싸라기, 등겨

그리고 자가 흙사료 추가 구입한 굴껍데기가루, 기장, 수수, 보리, 양대..

정해진 비율로 삽으로 잘 섞어 어제저녁 닭모이 만들어

두었습니다.


저녁 먹고 나서도 급히 해야 될 일들은 미리 해둡니다.

그래야 다음날 밭일을 빨리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닭장 3곳 물과 모이통을 채워줍니다.

밭의 산짐승 피해를 막아줄 자리에 흩어져 지키고

있는 진돗개 3마리도 갖다옵니다.


반팔과 몸빼바지로는 아침공기가 약간 차갑습니다.

그러나 신선한 바람은 하루일의 시작을 설레게 하지요.

'1줄 녹두싹'이 가늘어 풀매시느라 고생하신 아버지 거의 끝나가네요.

가득 실린 풀수레는 3군데 닭장 중 1곳 씩 번갈아 방사하는데

다른 2 닭장의 먹이가 되어 줍니다.


"자연식 식사 차려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어머니 너무 무리하게 일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식사 후에는 바로바로 설거지를 다 해둡니다.

사람이 표정이 밝고 친절한 말이 몸에 새겨지는 데에는 심장활동을 많이 쓰게 된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천사, 풀천지향기로 통하며 아버지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어머니는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말을 자주 들어오셨는데 조금 힘만 생기면

세 남자들 고생한다며 도와주려 하십니다.


'땅콩'밭에 두더지 피해가 극심하여 생긴 빈자리에 하우스에서 길러둔

고구마 모종을 심어 주었습니다.


세줄 고구마 밭을 메시는 중이신데 풀은 금세 또 찼습니다.

옆의 고추밭은 제가 풀매고 북돋아주고 있는데 거의 마무리 중이네요.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리고 일교차가 큰 춘양은 십승지에 속 할 정도로

산세가 맑고 물이 풍부하며 마사토 토양으로 송이 품질이 타 지역 보다

월등이 뛰어납니다.

따뜻한 지역은 더위와 벌레들로 힘들어하는데

이곳은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나가곤 합니다.


쪼그려 '참깨밭'을 메느라 애쓰는 동생이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시원한 유리병에 든 물을 마시며

잠시 쉬어봅니다. 또 며칠을 그렇게 계속해나가야겠지요.

저도 아버지와 고구마밭 풀매미 북돋아 주는 일 끝나면 참깨밭에서 같이 풀매기로 했습니다.


"재현아 밭 매는 거 멈추고 이리 와봐! 참깨 옆 왼쪽 골날로 '팥 4알씩'심고

이후에는 '쥐눈이콩 5알씩'심어라. 흙은 종자에 3배 덮어주는 거 알지.

마지막 2줄은 양파, 마늘밭 가려 끊겨 있으니 심지 말고 시작해~"


선선했던 바람은 시간이 가면서 해님의 눈부신 햇살에 막혀 등짝에 소금기 있는 땀을 흐르게 합니다.

쪼그려 풀매느라 저렸던 다리와 새우처럼 웅크렸던 허리를 펴고 걸어와 몸 푸는 운동을 좀 해줍니다.

밭 매는 엉덩이 의자를 풀고, 허리에 연장주머니를 채워줍니다.


크린백에 팥종자 가들은 주머니에 왼손을 뻗어 적당히 움켜쥔 후 허리를 숙여

오른손에 든 호미로 조금씩 부드러운 흙에 구멍을 내어 팥 4알을 넣고 묻어 주는 데요.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심을 때면 긴장되네요.

얇게 묻으면 새들이 쪼고 깊게 묻으면 싹이 잘 안 나기에 무사히 올라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없이 허리를 숙였다 핍니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도 찾아와요.

그러나 그 순간을 참고하다 보면 또 아무렇지 않게 시간은 지나 같은 내일이 오지요.


노동의 고됨을 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아요.

궁금한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다가 하루를 시작하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 새로운 세상을 다녀 오지요.

'저녁과 새벽에 내방 책상에 앉아서 노트와 볼펜 그리고 노트북에 내 양손을 바삐 움직입니다.

밭에 다녀와 내 머릿속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또 적어둬야지!

생각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경험의 저작권'은 또 쌓여 갑니다.'


저작권의 날 기념 글짓기 행사는 저에게

브런치작가가 되게 해 주었고 노트북에 글 쓰는 습관을 가지게 해 주었네요.


참여하신 분 모두 자신의 글이 국무총리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만약 수상한다면 미리 할 말을 준비해 두고 상금을 어떻게 쓸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발표하는 그날을 기다릴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자신 밖에 책임을 질 수 없는 건강한 몸의 저작권을 오래도록 지켜가고 싶습니다.

40대 농부 노총각을 벗어나 내님을 만날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작가가 되어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하루를 소중히 보내자 다짐하며 사람들에게 낯을 가리는 걸 그림으로 선물하며 다가가고 싶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듯이 그림 그리는 일도 하나 더 한다면

'진짜 풀천지' 예전 그 세계에서 살았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생각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더 나아지고 있는 나를 느끼며 감사한 하루를 또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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