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14일 40대 농부 노총각의 하루

"재현아 엄마는 언제쯤 잘 드는 칼을 쓸 수 있을까?"/ 감자밭에서..

by 추재현

풀천지 부엌에서 칼을 써본 분들은 모두 놀라며 나에게 한 마디씩 했다.

"재현아 칼이 너무 안 들어서 사람 잡겠어 칼 좀 잘 갈아놔야겠는걸!"


낫과 도끼는 갈 줄 아는데 손톱과 기계톱날은 잘못 갈아놔 날을 죽여버려

동생에게 맡기고는 손을 안 댄다.

가위도 갈아보다 날을 날려버려 못쓰게 되 가위는 손을 대지 않고

그나마 위험부담이 덜한 칼들은 다양한 칼갈이 도구를 이용하여 날을

날카롭게 세워보려 하였지만 몇 년 간 신통치 않았다.


400방 800방 숫돌 써보다 넣다 빼기만 하면 된다는 칼갈이..

며칠 전에는 급기야 잘 안 썰리는 칼을 힘으로 써시다 화가 나신 어머니께서

"재현아 너는 엄마가 죽고 난 다음에 칼을 잘 갈아드릴 걸 그랬다고 후회할래 아니면

있을 때 잘 드는 칼을 쥐어줄래!"

뭔 수를 내야 되겠다 고민하며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다

1000방 숫돌 하나로 끝내는 게 마음에 들어 동네 철물점에서 1개 데려왔다.


1시간 물에 불린 후 꺼내 간간이 물을 숫돌과 칼에 적셔주며

외날칼 은 9대 1 비율 양면칼은 5대 5 비율로 날을 세워 주었다.

사진에는 빠져있는 칼들이 많은데 사시미, 작두칼, 중식도, 대장간뼈칼, 야외수확칼..

이번에는 꼭 성공하여 어머니나 손님들께 칼 잘 든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


전날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아서 동생이 풀천지 산밭 빈밀밭 트랙터 치고

재산 풀나라 너른 만평지기 땅도 트랙터 쳐주고 반납할 수 있었다.

아침에 칼 가는 중이라 아버지와 같으면 했는데 화장실 큰일 보러 가셔서 내가 따라갔다.

(갔다 와서 칼 가는 건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

<춘양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98,500원(반값)에 트랙터 15(RX630) 잘 썼다.


"감자밭에 순 쳐주는 기계로 쳐준 후 반납한 다음에 감자 캐는 트랙터로 감자 캐볼 거예요.

아버지께서 우리 땅은 관행농이 아니라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는 알겠는데요.

한번쯤은 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해요."_동생

<봉성면 농업기술센터> 동력 덩굴 파쇄기 16,000원 빌려와 순 질러 보는데

깔끔하게 잘 처지지 않고 뒤죽박죽이다.

지켜보신 아버지께서 하나마나 효과 없다고 그냥 갖다 주는 게 났겠다는 의견에

조금 하다 다시 트럭에 실었다.


"집 포크레인 새로 맞춤장만한 검은 큰 체바 가지(구멍크기 작게)로 캐는 게 낫지

빌려오는 감자 캐는 트랙터는 두둑 만들어 그 속에 감자가 크고

비닐 까는데나 맞지 우리 밭 감자들은 더 안으로 들어가 있어 아무래도 안될 것 같은데."

기계 갖다주고 빌려오기로 한 기계는 취소시키는 게 났겠다는 의견을 아버지께서 내셨다.

동생은 자신의 주장에 미련이 남아 실었던 기계를 다시 내려 많이 남겨둔 감자밭을 마저 치고는

떠났다.


어머니 희귀 심장병은 몸에 붓기가 차오른다.

자연식과 부기를 빼주는 소량의 약봉지 도움을 받으신다.

1주 넘게 버티시다 다시 약을 드셔 붓기를 뺏다.

찰밥 먹었을 때 속이 편해 숨시기 편하며 부기도 빠졌었다고 며칠째 찰밥을 드신다.

그러다 기력을 회복하면 그때 다시 자연식 한다 하셨다.


그전까지는 며칠 단식이나 식사 차리시기 힘든 어머니를 대신해 점심/저녁 내가 하였다.


예전 숫돌은 좁은 면으로 갈다가 넓은 면에다 가는 것이 더 났다는 걸 알게 된 후

에나 쓰니 어딜 봐도 평평하게 멀쩡한 데가 없었다.

넓은 면에 인터넷에서 가르쳐 준 대로 따라 하니 날카로움이 달라졌다.

어머니의 감탄사는 내일 점심이면 들을 수 있겠다 자화자찬하며

황석어 조림에 들어갈 야채들을 썰어 주었다.


황석어 조림으로 만들었는데 물이 좀 많았는지 탕으로 바뀌었다.

양파 감자 호박 당근 위 황석어 마늘 다진 것에 물 붓고

양념간장 남은 것, 새우젓, 죽염 굵은소금, 참치액젓 1 숟갈, 미림 1 숟갈

깜빡하고 멸치 다시마 표고가루는 못 넣었다.


같이 준비한 수수백밥 두 가지 다 맛있게 되었다며 식구들이 잘 먹어 주었다.

이럴 때 음식을 만드는 보람을 느낀다.

두 번째 기계를 빌려온 동생 (트랙터 09 ck250) 집 뒷산 [수해난 곳 사방댐 공사 막바지 중] 둘러본 후

집에 있는 사다리 설치하여 내린다.

(소유하고 있는 포클레인이 있고, 농기계 빌릴 때 편리하게 리프트 쓸까 하고 알아봤는데 비싸 일단 포기)

동력운반차에 컨테이너와 호미, 나무삽 실어 왔는데 아버지와 동생이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동생의 기대보다는 아버지의 우려가 맞았다.

"재홍아 멈춰! 빨리 그만할수록 이익이겠다. 감자 잘 캐지 지도 않고 굵고 좋은 것 다 조소사 버리네

기계 바로 갖다주고 아무래도 포클레인으로 해야겠다."

세 번째 골 가려할 때 나도 반대를 하게끔 눈으로 보였다.

두백 분홍감자 보다 인기는 뒤쳐지는 자주감자(생으로 강점/요리 찜은 떨어짐) 있는 반대편부터

캐봤으면 그나마 나을 뻔했다.

시간 손해, 돈 손해, 농작물 손해 삼손을 보았다.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집 뒤 비가림 시설에 전날 비가 와 흙이 붙어 있는 감자들을 부어

깔아 주었다. 깨진 것들 골라 먼저 먹고 며칠 마르면 분류작업을 해야겠다.

후덥지근한 여름날을 견딜 수 있는건 맥주 덕분이다.

이곳은 한국의 시베리아란 별명을 가진 지역 답게 산림이 막아주어 도시에 비해 더위를 덜

느끼는데 올해는 좀 버거울 때도 있다.


뉴스를 틀면 기후위기로 세상이 난리다.

편리하고 깨끗하게 오래 살려는 과학중심 세계관이 점점 위태로워 진다.

높은 수온에 광어,우럭 가격 폭등에 수박비롯 농식품들도 늘어난다.

아직까지 그 흔한 제주도나 외국여행 한번도 못해봤는데 관광명소들의 출입국이

점점 제한되는 소식이 불편하다.


기후위기로 부터 벗어나려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새로 맞춘 촘촘한 대 체바 가지가 실력을 보여준다.

흙을 퍼올리니 감자에 지렁이도 떠오른다.

지렁이는 건강하게 살아있는땅의 바로미터 이다.

순을 쳐주니 흙과 풀은 잘빠진 장점은 있었으나 (기존 체바 가지는 영향을 받지 않게 구멍이 더 컸다.) 전처럼 모아두고 치우는 건 불편했다.

해마다 농사지으면서 밭에 풀을 메고 돌을 빼주었더니 잎/뿌리 작물들이 점점 잘된다.


내가 포크레인 주변에서 주워 컨테이너 근처에 놓아두면

아버지께서 일단 털어 10KG 컨테이너에 담으셨다.

처음부터 포크레인으로 했으면 많이 했을 텐더..

풀매다가 꽃피기 전과 하지 전 물줄시기 2번을 놓쳤다.

뒤늦게 라도 물을 줘돼 될까?

아래 이웃 김창오 어르신께 물어봤는데 줘봤자 좋을 게 없다 하셨다.

작은 감자만 영양분 빼서 커가지 이미 큰 것들은 그대로 일거라 상품성만 손해 본다는 말에

물을 못주었는데 일단 '두백감자'는 튼실한 열매로 수확할 때의 기쁨을 주었다.


후드득 쏟아지는 소나기 오랜만에 컴컴하기 전 하늘에 저녁을 차려 먹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통밀가루피와 간고기, 두부, 묵은지, 부추, 들깻가루, 계란, 죽염소금, 들기름, 간장

버무린 속을 넣어 만두 먹고 남은 것을 쪄서 복분자주와 밭에 일어났던 일들을 쉬시던 어머니께

이야기해드리며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는 술을 끊으셨다.)

점심에 먹다 남은 반찬에 25년 햇 생양파와 파 고춧가루 양념간장을 더 했다.


요즘도 밤새 밀린 일들로 정신이 없는 나날은 보내고 있다.

이 일만 끝내고 '브런치 글' 써야지!

그때가 되면 다른 일들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쓰고 싶은 사진과 글은 나의 관심을 기다리며 쌓여만 간다.

세줄일기도 이용하여 내가 생각한 대로의 삶의 순서를 브런치에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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