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오평선 책 속 문장 한 줄

by 비오는밤별

학원 학부모님과 함께 할 독서 모임에서 읽을 책, 오평선의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을 틈틈이 읽고 있어요.

지난 토요일 오후, 들어가는 말과 차례를 지나 첫 장을 읽었는데, 아니 처음부터 감동 주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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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어요. 퇴근 후에도 '일'이 현관문을 따라 들어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씻고 함께 TV를 보고 함께 잠들었지요. 한때 유행하던 광고 카피 '내 꿈 꿔'처럼 6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꿈에서도 저를 반겨 주었어요. 온통 학원 사업 생각뿐이었지요.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픈 10개월 만에 대구 우수 지점으로 뽑히고 2년 연속 우수 지점이라는 감사한 결과도 얻었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인정해 주고 아이들이 독서와 글쓰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어요. 그렇게 얻은 보람과 확신은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렇게 보내온 6년, 제자리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과 학원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며 지내다 보니 휴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쉬고 있지만 머릿속은 늘 학원 생각으로 가득했지요.


3년 전 여름,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가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원래부터 시간에 철저한 아이이긴 했지만 입학 이후로 증세가 점점 심해졌어요. 학교에 늦으면 어떻게 해? 준비물을 못 챙기면? 수학 문제를 틀리면? 점점 걱정이 늘었지요.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뒀을 때 나는 알림음에도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여기저기 검사도 받으러 다니며 원인을 찾아보던 때였어요.


그러던 어느 금요일, 큰마음을 먹고 선생님들께 학원을 맡기고 조금 일찍 나서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일하는 엄마 덕에 유치원 졸업 때까지 개근을 할 만큼 평일 여행은 꿈도 못 꿨던 일이었지요. 아이들은 카라반으로 놀러 간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어요. 첫째를 위해 결정한 일탈이었지요.


숙소에 도착해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바비큐를 시작했어요.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이 여행 왔구나 실감 나게 해줬지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삼겹살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어요. 손에서 휴대폰을 놓을 수가 없었고 학부모님께 오는 연락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요. 학원 문을 닫을 때까지 2시간 남짓이었지만 몸은 카라반에, 마음은 학원에 있는 유체 이탈을 경험했답니다. ^^


이제는 알고 있어요. 그날 삼겹살을 마음껏 즐겼어도 괜찮다는 것을, 2시간 먼저 퇴근한다고 해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쌓아온 결실이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겹겹이 쌓는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는답니다. 쌓지 않고 삶이 두터워지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하니까요. 삶의 여유는 아직도 연습 중이에요. 잘 되지는 않지만 매일 해야 할 것을 하면서 내 삶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쌓고 있는 중이에요. 휴식을 오롯이 휴식으로 누릴 수 있는 삶, 오늘도 책 속에서 배우고 있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어떤 이유도 찾지 말고 잠시는 떠나셔도 괜찮답니다. 겹겹이 쌓아온 삶은 꽤 두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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