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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Jan 08. 2022

면접과 시험에 임하는 내 마음은 나의 것이예요.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어봅니다. 임용고시 1차 결과가 나오고 합불 결과와 무관하게 아쉬움, 안도감, 긴장, 원망, 자책, 자부심, 성취감, 답답함 등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도 충분히 느낄 틈도 없이 다음 스텝을 준비하느라 정신없고 바쁘실 것 같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들어요. 결과가 어찌되었든 길고도 짧은 여정의 첫단추로 1차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또 결과를 기다리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색하게 구어체로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2021년 이맘때 많이 불안하고 두려웠던 만큼, 2022년을 시작하는 이 맘때 임고생분들도 많이 불안하고 두려울 것 같아 작은 편지를 써보려는 마음이 일어서랄까요.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도 2차 면접을 보고 최종결과를 기다리는 시기의 불안감이 너무 커서 그걸 달래보려고 시작했던 거였거든요. 이 브런치는 본래 제 생각과 성장하는 모습들을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 만큼 일상이나 정보성 글보다는 업으로서의 상담이나 교직과 관련된 생각과 고민들을 담으려고 노력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 블로그의 면접 후기 게시글의 조회수가 예상밖으로 나날이 올라가고, 댓글로 여러 문의를 주시기도 하셔서 이번에는 임용고시와 관련된 글을 하나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키보드를 꺼냈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공부를 해왔고 또 공부와 시험이라는 분야에서는 꽤나 결과를 내고 보상을 얻었던 사람으로서 제 마인드와 태도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유드려보려고 해요. 합격수기를 나누고 후기를 쓸 때도 항상 강조하듯이 정답이 아니니 그저 스윽 읽고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임용고시는 제 인생에서 가장 떨렸고 가장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면서 치른 시험이었어요. 수능때도 그리 긴장하지 않았었는데 임용고시는 어찌나 떨리던지 공부하는 내내 자신에 대한 확신은 커녕 불신과 자괴감만 컸던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은 임고생의 제 모습이 어땠는지 알고계시겠지만, 결코 멋지고 확신이 넘치는 자신만만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치면서, 면접을 보기 직전에, 또 면접을 보면서 제가 하는 생각과 자기암시가 제게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서, 여러분도 이런 마음을 일부러 의식적으로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써보는 글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시험을 오래 준비하셨거나 전문상담 임용고시라는 시험을 간절히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쩌다보니 응시하게 되신 여러 사연을 가지신 분들일수록 면접에 임하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상담사나 교사가 꿈이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고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싶다는 큰 포부가 나에게는 없는데,  2차 면접을 준비하는 내내 사명감, 교직관, 소명의식 등등을 바탕으로 진심을 전해야 하겠는데,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었거든요. 


그렇다면 대체 어떤 생각으로 시험과 면접에 임해야 한다는 걸까요? 우선 시험과 면접은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될 거라는 기대감에 나를 꼭대기까지 끌어올려놓고 저 바닥으로 나를 내팽겨치기 위해, 나를 악의적으로 불행하게 하기 위해서, 또 나라는 사람의 자존감을 짓밟아 뭉개고 삶의 이유를 없애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그런 악의 무리가 아니라는 거예요. 분명히 어떠한 과정에서든 괴롭고 힘들더라도, 시험과 면접은 나를 성장시키고 또 나라는 사람의 성실함을, 진실됨을, 간절함을, 또 유능함을 입증하고 증명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제가 ‘나라는 사람의 성실함, 진실됨, 간절함, 유능함’이라고 표현했죠? 사실 이것말고도 평가의 대상이 되는 나의 부분들은 더  많을 거예요. 다시 말해,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전부 부정당하고 거짓부렁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또 시험에서 붙었고 면접에서 통과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모두 옳고 전부 진실되어진다는 것도 아닐거예요. 그래야 어떤 결과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마음을 가졌을 때 모두 통과하고 만점받으실 거라고 할 수는 결코 없지만, 실수가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보는 중에, 면접을 보는 중에, 이 시험문제가 또는 저 면접관이 나를 떨어뜨리고 나를 실패하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실력을 증명하고 내 숨은 가치와 장점들을 발견해주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선 불안과 긴장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불안하고 긴장되지 않은 여유 있는 태도에서 실수는 줄어들고,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되며, 차분하게 모르는 것에 대해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남들도 모를 것이라는 바탕에서 임기응변을 부려볼 수도 있게 되는 거예요.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 내용이 다소 부실하고 추상적일지라도, 여유있고 차분한 태도로 내가 현재의 나로서 할 수 있는 “BEST”를 보여줄 수 있다면 후회없는 면접경험이 될 수 있을 거고요. 그럼에도 ‘불합/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내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분석하고 또 성장하면 되는 거고요. 그럼에도 안 된다? 그러면 정말 운이 없었거나 사회적 상황이 나를 뒷받침해주지 못해서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다른 길을 찾아볼 수도 있는 거일테고요. 


핵심은 ‘네가 뭔데 날 평가해’일지도 모르겠네요. 조금은 제 식의 언어로 바꾼다면 ‘그 무엇도 내 성장을 막지 못할거야’랄까요. 교육학에서도 배우지만 평가는 성장을 촉진하는 도구여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계에서도 과연 평가가 그런 본질에 충실한가 묻는다면 회의적인 답을 할 거예요.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나라는 학생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그건 나의 자유고, 어쩌면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니까요. 평가에 너무 주눅들지 말아요 우리. 통과하면 ‘나의 가치를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었네. 앞으로도 더 성장하겠어’하고, 탈락하면 ‘나의 가치를 못 알아봤네. 너가 알아볼 수 있게 다음에는 더 준비해서 쉽게 알려줄게’하고, 그렇게 평가에 조금은 덤덤한 태도로 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정말 진심으로 이렇게 잘 되지는 않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이렇게 생각하려고 늘 노력해요. 마치 돈이 없어도 내가 부자인 것처럼 생각해야 돈을 굴릴 수 있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내가 합격하지는 않았지만 합격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해야 합격할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측면에서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이미 합격한 교사라고 생각하고, 면접관이 인터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제게는 도움이 됐었거든요. 


특히 취업의 분야에서는 평가가 나의 또는 내 가족의 생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결코 쉽게 쿨해질 수는 없을 거란 걸 저도 잘 알아요. 그러니까 평가를 받기 전까지 또 받는 중까지는 간절하면 됩니다. 정말 간절하게 내 모습 면면을 보여주고 내가 공부하고 준비해온 것들을 뽐내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을 결정하면 되는 거고요. 그것이 내 생계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입니다. 비록 간절했지만, 혹시라도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것이 분명 필요한 일이니까요. 


결국, 나에 대한 나의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여기까지 살아 온 내 삶, 그리고 내 성격, 내 실력, 여러 성취물들, 나를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소중한 인간관계 등등 나를 이루고 있는 부분은 참 많아요. 이렇게 여러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 나란 사람이 정말 괜찮고 소중한 사람이기에, 나란 사람이 분명 아이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에, 교사로서 나라는 사람은 아이들과 계속 성장하고 나아갈 거라는 그런 진심과 진정성을 보여주면 되는 거예요. 지금 완벽할 수는 없어요. 다만, 어떤 답을 구상하고 말하든지간에 이런 나에 대한 믿음과 또 간절함과 진실함은 태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어떤 결과를 맞이하시든, 여러분들 자체가 평가당했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자발적으로 평가에 임했다는 느낌을 간직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면접을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많이 떨리고 계속 나의 부족한 점들에만 초점이 가실까봐 염려됩니다만, 그럼에도 교사를 꿈꾸시고 준비해오신 여러분의 과정을 믿고 나라는 사람을 괜찮게 봐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두모두 준비하시는 과정 파이팅하시고, 원하시는 대로 잘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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