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미니멀이라는 말을 몰랐을 뿐
나는 출산을 앞두고
임신 기간 내내
온갖 육아서를 읽어내고 있었다.
잘 키우고 싶어서라기보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읽고, 또 읽다 보니
머릿속에 남은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연스럽게 키우자'
내가 한참 아기를 키우던 그때는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전통 육아'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들리던 시기였다.
아이를 위한 특별한 환경을 만들지 않고
어른의 삶 안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집.
아이를 포대기로 업은 채
일상을 이어가는 엄마의 모습.
'전통'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던
막연한 촌스러움보다는
오히려,
단순하고 따뜻한 삶의 방식으로 느껴졌다.
포대기, 천기저귀.
이름부터 오래된 것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덜 사고, 덜 갖는
요즘 시대의 미니멀과 닿아 있었다.
전통이라고 불리던 것들이
사실은
미니멀이라는 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미 미니멀했을지도 모른다.
'국민' 이라는 이름을 단
수많은 육아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모두가 쓰니까,
안사면 불안해지는 물건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마치 그런 육아템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살기로.
남들 사는 건
대부분 사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바닥 매트는
아이에게 시각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았고
소재의 안정성도 선뜻 믿기 어려웠다.
아기 몸에 정말 안전한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집안일을 할 때는
아이를 포대기에 업었다.
전통육아의 비밀에서 보던 장면처럼
아이와 늘 몸이 닿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건
14개월 완모,
그리고 천기저귀였다.
‘대단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시대의 물건들이 없던 시절처럼
키우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나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요즘 세상에 굳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선택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길이라는 것을
조금 더 또렷하게 느꼈다.
모두에게 정답일 수는 없을 지라도
내가 결정한 대로
걸어가 보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그렇게
남들 가는 길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나니
이상할 만큼 자유로워졌다.
잘 키우고 있다는 확신보다
내 선택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더 편하게 했다.
나에게 전통 육아, 곧 미니멀 육아는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엄마가 된 이후에도
계속 나의 기준을 세워가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