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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Feb 05. 2023

우연히 본 강의

우연히 본 강의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여기저기 돌리기이다. 딸들이 텔레비전 보는 시간보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많아진 후 텔레비전을 자주 유튜브 채널로 돌아가 있다. 내 취미를 방해하는 일 중 하나라 텔레비전이 유튜브와 연결 돼 있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제는 평일이고 딸들이 한참 숙제하는 시간에 퇴근했다. 중, 고등학생이 방학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7시에 퇴근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집에 오면 식탁이 내 책상이 되곤 한다. 식탁에 앉아 오늘의 글쓰기를 위해 식탁에 앉았다. 바로 쓰면 되는데 또 텔레비전 채널 돌리기 중독자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텔레비전을 켜고 빠르게 채널을 훑었다. 내가 어릴 때는 요즘 휴대전화만큼이나 텔레비전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요즘은 휴대전화보다 차라리 텔레비전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텔레비전은 그나마 몸과 떨어져서 시청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나에게 흥미를 주는 다큐멘터리나 시사, 역사를 담은 좋은 콘텐츠가 많다. 대부분 스토리텔링 식으로 진행되어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줄 때 꽤 쓸모가 있다.      



늘 하던 것처럼 채널을 마구 돌리다가 ‘일타 강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채널 돌리기를 멈췄다.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미경 강사는 일하는 여자 예찬론자이다. 삶을 진취적으로 살고, 여자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디서든 ‘으샤으샤’ 힘을 주는 캐릭터다. 한참 아이들이 어리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러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김미경 강사의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 힘이 났다. 주부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의견에 욕도 많이 먹은 강사다. 김미경 강사는 주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주부를 일으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MKYU라는 온라인 대학도 개설했다. 실천력이 대단한 사람이라 눈여겨 보고 있고, 배우고 싶은 점은 눈과 마음에 담고 있다.     



김미경 강사는 ‘일타 강사’에 나와 중년층과 노년층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40대가 되면 공통적으로 우울하고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김미경 강사는 40대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모든 희망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상상했던 일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를 실감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꿈을 위해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나'를 준비할 것과 나를 끌어내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함'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은 원래 잘했을 거야'라고 스스로 '창의적 좌절'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실력 차이가 아닌 시간 차이에서 오는 것이니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강사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답하는 또 다른 나를 '리얼 미(Real Me)'라고 하며 내 안의 리얼 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마흔을 기점으로 은퇴 시점을 생각한다. 요즘은 ‘퇴사’가 유행이라 젊어도 퇴사, 나이가 들어도 ‘퇴사’를 이야기한다. 김미경 강사는 김난도의 인생 시계를 빌려 수강생들의 현재 나이가 절대 늦은 때가 아님을 강조했다. 5~60대가 되면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난도의 시계를 보면 5~60대는 오후 2시에서 저녁 6시 사이다. 오후 2시는 아직 날이 환하고, 일과 중 무언가를 시작해도 늦지 않은 시각이다. 60대도 저녁 6시면 잠자기 시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내 나이를 김난도의 시계에 대입해 보니 나는 이제 오전 11시를 막 넘겼다. 오전 11시는 점심 먹기도 전인 시간이다. 40대인 나는 아직 젊고,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해도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니다. 채널 돌리기를 취미를 했을 뿐인데 어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50대 60대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건강을 잃지 않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자신에게 잘 물어가며 보내야겠다. 실수해도 괜찮다. 많은 실패가 내 미래의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다. 새해가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없지만 가족들과 잘 나누어 나를 잘 지키며 살아내야겠다. ‘창의적 좌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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