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은 재미있지요?
오늘은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로 가는 날이다. 김해 공항에서 8시 20분 비행기이다. 남편도 나도 지각하면 죽는 귀신이 붙었는지 시간 엄수가 늘 철칙이다.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은 먼저 도착해야 마음이 놓인다. 김해 공항으로 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남편이 출근 시간 되면 차가 막힐 거라며 일찍 서두르라고 했다. 미리 짐은 다 싸놓았으니 1시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5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도착하니 6시 30분,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았다. 수속을 마치고도 2시간 가까이 남았다.
"두 시간 남은 거 실화냐?"
"출근 시간 걸리면 일찍 나올걸 후회한다니까"
남편 덕분에(?) 공항에서 여유로운 모닝커피도 마시고 샌드위치도 하나씩 먹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하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듯이 잠이 왔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깜빡 잠이 들었다. 곧 착륙한다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을 듣고서야 눈이 떠졌다.
딸들은 창가 쪽에 앉아 비행기 밖을 구경하느라 신나 있었다. 작은딸과 남편은 나의 앞쪽 자리에 앉았고, 큰딸과 내가 함께 앉았다. 한 줄에 3자리씩 있었는데 내 옆에는 단체로 온 60대쯤 보이는 어른이 앉았다. 내가 앉은자리 뒤쪽으로는 모두 그 어른의 지인들인 듯했다. 비행기가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자 사람들은 벌떡 일어나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어, 내 휴대전화가 없네."
내 옆에 앉았던 어르신은 주섬주섬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며 휴대전화를 찾았다. 그리고 휴대전화가 의자 밑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줄에 앉았던 나는 큰딸과 어르신의 전화를 찾기 위해 좌석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점점 우리 줄이 비행기에서 내릴 차례가 다가오는데 어르신의 휴대전화는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휴대전화가 없어졌다며 지인들에게 알렸다. 그때 어르신 뒤에 앉았던 분이
"전화기 찾아 주면 5만 원이다"
이러는 거다. 뭐지? 저 발언은? 큰딸과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뒤에 앉은 어르신의 지인을 쳐다보았다. 어르신의 지인은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꺼내며
"내가 찾아 줬으니 5만 원"
순간, 내 눈에서 번뜩이는 번개가 튀어나왔다. 뭐 하는 거지? 큰딸과 나는 눈짓으로 짜증이 나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짧은 순간에 놀랐을 어르신도 그렇지만 함께 당황한 나와 딸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애나 어른이나 친구 놀리는 건 세계적으로 재미난 일인 건 인정한다. 내 즐거울 여행이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감을 한 스푼 떠먹였다는 걸 그 어른은 알까? '제주 공항'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마음이 풀렸으니 그것으로 퉁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