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고등학생들과 수업할 때 진로 이야기를 하다가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거침없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이야기하던 아이 중 유독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말을 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골고루 발언권을 줘야 하니 그 학생에게 대학 가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지금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뭐 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돈이 안 된대요. 하고 싶다가도 그런 말 들으면 하 기 싫어져요.”
학생은 동물을 많이 좋아해서 동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동물을 보며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좋은 직업은 수의사이다. 부모는 수의사를 하라고 하는데 학생은 수의사를 할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동물 보호가, 동물 사육사, 동물 조련사를 알아보는데 부모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 핀잔을 준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동물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사람에게 친근한 강아지나 고양이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꺼리는 파충류까지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동물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는 게 맞다. 그런데 꿈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기에 학생에게 부모님의 말씀이 맞는다고 하기도,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도 말하기가 어려웠다.
누구의 말이 맞든 안 맞든, 학생에게 그 직업이 정말 잘 어울리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가지고 싶은 직업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어떨까?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수석 편집자인 케네스 쿠키어(Kenneth Cukier)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사용자들을 앱에 빠지게 만드는 것처럼 인공지능(AI)을 사용해 학생들이 학습에 빠지게 만들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교육을 '재구성'해 학생들의 집중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정보를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누가 무엇을 읽는지뿐만 아니라 언제, 무엇을, 얼마나 오랫동안 특정한 정보를 읽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이 특정한 부분을 공통적으로 일시 정지하고 반복 재생했다면, 교육자 도 설명을 제대로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쿠키 어는 디지털 교육을 통해 교육자들은 자신의 교육방식에 대해 배우고 개선할 수 있으므로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도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대학에서 전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업 현장에서 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디지털 교육에서 많이 개선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직업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토론하는 수업 방식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도입된 지 100년 이상 됐다고 한다. 토론하는 교육방식은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문제 자체를 개념화하도록 만든다.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 문제 구성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케네스 쿠키어(Kenneth Cukier)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을 망원경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태까지는 밤마다 교육자들의 두 눈으로만 별을 봤다면 이제는 망원경으로 더 명확하게 별을 보는 것과 같다. 돈이 다가 아닌 세상이라고 많이 말하지만,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학생과 부모가 함께 미래의 직업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다면 꽤 쓸모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일이 가능한 세상이니 여러 시도로 학생의 꿈이 좌절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기사*
스마트폰 앱에 빠지듯 … 디지털 학습에 빠지게 하라
마드리드/윤선영 연구원. 매일경제.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