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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Feb 26. 2023

흐르는 추억에 마침표를 찍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인생의 격차를 줄여주기 위해 서 있는 그 누군가가 있기에 힘든 시간을 이겨내곤 합니다’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가 한 명언을 보았다.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 아닐 때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그 길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남의 인생에 쓸데없는 간섭을 해봤자 뒤돌아서면 원망만 들을 뿐인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충고보다는 모른 척하는 것으로 마음 편한 길을 택하곤 한다.          


글벗들과 여행을 떠났다. 대학원 공부를 마무리 지은 직후라 후련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이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처럼 여행지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여행지보다는 그때, 글벗들과 나눈 이야기와 추억들이 더 마음 깊이 남았다.          

‘작가 세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글벗들도 모두 함께했다. 서로의 근황과 책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우리는 책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누구한테 해? 아무도 안 들어줘. 책 이야기만 하면 저 멀리 사라진다니까.”          


누군가의 말에 모두 웃었다. 책 이야기하며 저 멀리 사라지던 사람들을 보며 씁쓸해 하던 순간순간 왜 없겠는가. 각자가 만든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언은 긍정적으로 충고는 부정적으로 정의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조언과 충고는 서로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위치에서 있으면서 진심으로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조언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이 더 높은 위치에 있거나 동등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분 나쁜 충고로만 여겨질 뿐이다.          


여행 당시에는 나의 첫 책의 편집이 끝나고 출판사에 넘긴 상황이었다. 내지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을 출판사에 맡겨 놓아서 책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책 제목을 혼자 고민하다가 출판사에 넘겼다. 책 제목을 의논하는 게 그땐 왜 그렇게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다른 사람과 상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글벗들과 여행지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들어와 짐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책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책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부분과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미 출판사에 넘긴 상황이라 글벗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글벗들의 이야기에는 내 글을 책으로 엮으며 겪었던 고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공감되었다.          


“정미 선생님은 책 제목이 뭐예요?”          


글벗 중 한 분이 질문했다. 나는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망설였다. 우물쭈물하는 나를 보고 글벗들은 제목이 제일 중요하니까 잘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목으로 흥한 경우와 망한 경우를 이야기해주었다. 글벗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용기가 났다. 이번이 아니면 책 제목을 바꿀 마지막 기회를 영영 잃을 것 같았다.          


“책 제목은 《일상에서 경험을 줍다》 예요”     

“그 제목도 괜찮은데 조금 더 끌리는 제목이었으면 좋겠어요.”          


글벗들은 나의 책 제목을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었다.          


“730일간의 글쓰기를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글에 집착한 느낌으로 가면 어떨까요?”     

“글에 대한 집착은 아름다운건데?”     

“《아름다운 집착》어때요?”          


《아름다운 집착》제목을 들었을 때 ‘이거다’ 싶었다. 글벗들 모두 《아름다운 집착》이 끌리는 제목이라고 했다. 나는 당장 출판사로 연락했다. 제목을 《아름다운 집착》으로 바꾸고 싶다고. 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꾸려면 목차도 제목에 맞게 바꾸어야 하니 수정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목차와 제목을 수정해서 출판사에 보냈다. 그래서 나의 첫 책의 제목은 《아름다운 집착》이 되었다.          


우주홍 작가는 《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에서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완전히 방임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일을 완전히 미루어 두고 ‘위안’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며 진짜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글벗들과 일상에서 완전히 방임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불안했던 책 제목을 글벗들과 의논하며 더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집착》은 글벗들과 함께 공부하고 글 쓰며 완성된 의미 있는 책이다. 나의 첫 책으로도 의미가 깊지만 제목 속에 글벗들과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다. 여행은 끝이 났지만 나를 완전히 방임할 수 있었던 그날의 편안함은 내 마음속에서 매일매일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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