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정리
정리
선유의 불면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끝났다. 그녀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었던 막막함과 불안감, 답답함이 떨어져 나갔다. 설렘과 기대, 행복감이 몸을 타고 전류처럼 흘렀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아파트 둘레길을 산책하는 게 그녀의 평상시 첫 일과였다. 7동 뒤로 비스듬한 둔덕을 오르면 짙은 누런 색 황토를 깐 둘레길이 백여 미터 이어져 있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둘레길 양쪽에서 늠름한 자태로 서 있었고, 도로 쪽으로 난 내리막길에는 붓 모양의 꽃 몽우리를 달고 침묵하고 있는 목련 나무들과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듯 태평한 벚나무들이 소나무 사이로 보였다. 바삐 오가는 차들로 분주한 도로 건너편 아래 마른 갈대숲 너머로 고요한 천의 물줄기가 햇볕을 받아 군데군데 반짝였다.
청량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선유는 잠시 멈춰 서서 온몸 가득 스며드는 봄기운에 취했다. 천천히 둘레길을 걸어 근처에 있는 도시의 수목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도로 한가운데 세워진 원통형의 구조물에 쓰인 글귀가 그녀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출산은 기쁨, 입양은 행복입니다. 보건복지부.” 예리해진 그녀의 감각은 그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참 신기하다. 하필 지금에서야 눈에 띄다니! 언제부터 저기 있었지?’ 입양은 행복...그녀의 폐가 팽창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킨 벅찬 무엇인가가 이른 봄의 싸한 공기에 섞여 그녀의 폐 안으로 마구 침입하는 듯했다. ‘저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니.’ 선유는 아직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했다.
선유가 입양에 관심을 가진 건 우울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청소년 때 TV에서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한국에 돌아와 낳은 부모를 상봉하는 장면을 종종 보았다. 그들은 부모를 얼싸안으며 “마침내 나는 완전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완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마력에 감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해외에서 훌륭한 입양 부모를 만나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들이 입양되지 않고 가난한 나라일망정 모국인 한국에서 자랐어야 한다는 생각은 엄마에게 떠오른 적이 없었다. 해외의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기에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기회를 선물 받은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뻥 뚫린 가슴이 낳은 부모를 만났을 때 채워졌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유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때 선유는 기록이 잘못되거나 조작되어 입양 대상이 아닌데도 엉뚱하게 해외로 팔려 가듯 입양된 한국 아이들이 많았다는 걸 몰랐다. 한국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단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도.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해 얼마나 쓰라린 감정을 품고 힘겹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입양에 대해 들은 바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유의 삶은 열네 살에 산산조각이 났다. 땅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스노우글로브처럼.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날, 그녀의 세상은 무너져버렸다. 그녀의 내면은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해변으로 변했다. 엄마의 상실은 인두로 지진 상흔처럼 지울 수 없는 자국을 그녀의 가슴에 남겼다. 그 후로 그녀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들판 한가운데 흔들리는 풀잎처럼 살아왔다. 엄마 없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조여왔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 깃든 공허와 슬픔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들의 빈 마음을 채워주고 싶다는 욕망이 속에서 꿈틀거렸다. ‘언젠가 그런 아이를 만난다면 그 마음을 보듬고 채워줄 수 있을 거야.’ 선유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결혼 후 14년 동안 아이 없이 살면서 그녀에게는 채무 의식 같은 것이 쌓여갔다. 불안 장애니, 우울증이니 하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녀는 몸의 질병이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호진의 수입은 두 사람이 생활하는 데는 충분했다. 아이가 생긴다면 조금은 경제적으로 퍽퍽해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신체가 멀쩡한 젊은 부부가 아이를 키우지 않고 둘만 살아간다는 게 죄스러웠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없다면 몰라도 버젓이 그런 아이들이 가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유는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하고 죄의식도 많은 성향이었다.
삼 년 전 그녀의 아버지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폐인이 되어 버린 아버지는 그녀에게 늘 떼어낼 수 없는 무거운 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삶이 더는 버거운 숙제를 주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짐을 짊어지는 게 익숙해서일까. 삼 년이 지나고 나서 에너지를 쏟을 곳도, 몰두할 대상도 없는 삶이 허전하기만 했다. 대학 강사였던 그녀에게는 매일 출근할 직장도 없었다. 시간이 공기처럼 남아돌았다. 강의하고 논문을 쓰고 번역하는 일이 다 무의미해졌다. 그녀에게는 가까이에서 관심과 돌봄의 욕구를 퍼부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온전히 그녀를 원하고 의존하는 대상. 그건 아이였다. 그녀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의 필요와 그녀의 욕구가 입양으로 충족될 수 있었다. 어느 것이 우선인가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선유는 당연히 아이의 필요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마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샅샅이 훑어보았다. 스스로 떳떳해야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생각을 곱씹고 또 곱씹은 후에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입양 동기가 머릿속에서 하나의 파일처럼 가지런히 정돈된 것 같았다. ‘난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 같아.’ 선유는 가끔 자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사 년 전부터 꾸준히 참석해 온 치유 그룹에서 어느 날, 선유는 입양하기로 했다고 말을 꺼냈다.
“어머, 너무 기쁜 소식이에요.”
모임의 리더인 박 간사가 손뼉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온화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환한 조명이 커지듯 밝아졌다.
“큰 결심을 하셨어요. 축하해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는 박 간사는 자주 ‘엄마라는 게 참 좋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했다. 선유는 그녀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엄마라는 게 어떤 것일까. 그게 뭔데 저런 말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라는 역할이 주는 자부심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박 간사에게 묘한 부러움을 느꼈다. 박 간사의 축하 말을 듣자 흐뭇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박 간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유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윤 간사가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입양 안 하시면 좋겠어요.”
선유는 귀를 의심했다. 대 놓고 ‘입양하지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네?”
선유는 반문했다. 윤 간사는 상담을 전공했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보살핌이 극진했기에 선유에게는 그 말이 더 의아하게 들렸다. 윤 간사는 또랑또랑한 말투로 눈썹에 힘을 줘가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한 상담사가 직접 해준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 가정에서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웠다는데...다섯 살이 됐을 때, 아이가 자꾸 성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해서 치료를 받으러 데려왔대요. 근데 아이가 치료실에서 하는 행동이 정말 너무 이상하더래요. 다섯 살 여자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행동을 해서 충격을 받았대요. 결국 치료를 하다가 포기했다더군요. 아마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주 큰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상담사가 파양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줬다네요.”
윤 간사는 선유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선유 간사님, 아이한테 어떤 상처가 있을지 모르는데 감당이 되겠어요? 하지 마세요.”
그녀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윤 간사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선유의 마음을 휘저어놓을 기세였다. 그녀의 맑고 또렷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선유는 순간 당황했다.
“그런 일도 다 있군요. 그렇다고 파양까지 권하는 건 지나친 것 같은데요. 다섯 살이면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일시적인 걸 수도 있고, 크면 달라질 수도 있고요...”
“아니요. 저는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 문제면 이미 심각한 거지요. 입양이 좋기는 하지만, 아이한테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가 없잖아요. 너무 위험한 모험이에요.”
평소에도 소신이 분명하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윤 간사였다. 그날따라 그녀의 말이 너무 강경해서 선유는 응수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상담까지 전공한 사람이 입양에 대해 저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의외였고 놀라웠다. 윤 간사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속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구나.’ 응원과 격려의 말만 들었던 선유는 우리 사회의 입양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정면으로 마주 대한 듯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라면 어떨까. 아이한테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면?’ 걱정으로 순간 마음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선유는 ‘그래도 닥치면 하나씩 풀어가면 돼’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돌아오는 길에 박 간사가 선유를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줬다. 선유는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박 간사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그녀의 솟은 콧날이 윤 간사의 말을 베어낼 듯이 보였다.
“간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아까 윤 간사님이 했던 말이요.”
박 간사는 선유를 쳐다보지 않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사람들 생각은 다 다르니까요. 중요한 건 선유 간사님 생각이죠. 간사님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으세요?”
“저는 그게 파양까지 할 문제인가 싶어요. 아이한테 어떤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힘들게 살아간다면, 부모가 있는 게 아이에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저는 아이의 아픔을 함께해 주고 싶어요. 혼자 힘들어하면서 인생을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어요.”
박 간사는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죠. 그런 각오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선유 간사님은 좋은 엄마가 되실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요.”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의 어떤 점이 박 간사님에게 저런 믿음을 갖게 한 걸까?’ 말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박 간사라 선유는 든든한 응원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 할 수 있어.’ 반쯤 열어놓은 차창 밖에서 들어온 훈훈한 봄바람이 선유의 뺨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