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498일, 접촉사고를 당하다.

다행스럽게도(?) 동승자입니다.

by 송쏭쏭

달력에 적어둔 ‘운전 500일’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나는 오랫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 500일인 만큼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적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 운전 라이프에서 특별한 일이 없으니까! 왜냐하면, 운전 자체를 많이 안 하니까…. 게다가 나는 여전히 차와 사람이 무섭다. 그래서 정말 한가한 시골 아니면 운전을 하지 않고, 그 말은 거의 직진만 하면 되는 길만 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 수밖에…….

그런 내가 접촉사고 이야기를 적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흑흑.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접촉사고를 낸 사람이 아니라는 점 정도일까?


사고 경위는 이러하다.


아침, 회사 동료 p와 나는 업무차 다른 지점에 들렸다가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여전히 자차가 없는 나는 p의 차로 카풀을 하는 중. 나는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였다. 우리는 다른 지점에서 내려준 커피를 한잔 들고 차에 올랐는데, 그 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 ‘안전띠 매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나는 안전띠를 안 맨 적이 없다. ‘제 목숨, 엄청 챙기네’라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메었다. 그건 그냥 습관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올해 처음 꺼내 입은 롱패딩이 불편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메지 말까?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안전띠를 맸다. 그건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는 탓일까? 평소에 보던 것보다 시내에 차가 많았다. 이런 시골에 이렇게 차가 많다니! 역시 시내에선 운전하면 안 된다니까. 나는 그런 결심을 하며 p를 보았다. 서울 운전도 끄떡없는 p가 정말 듬직했다.


그러나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우리는 직진 중이었다. 차가 많아서 속도는 조금 느린 편. 그때 반대쪽에서 차가 좌회전으로 달려들었다. p가 급하게 클랙슨을 울렸지만, 상대 차량은 멈추지 않았다.


“아악!”


나의 비명이 터지고,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내 비명소리만 가득했다. p가 차를 급히 꺾었다. 그러나 쾅, 추돌은 피할 수 없었다. 몸이 흔들렸다. 아마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몸이 크게 차체에 부딪혔을 것이다. 안전띠에 걸려 휘청거리는 상태 속에서도 나는 손에 쥔 커피를 생각했다. 아, 안돼. 커피를 차에 흘려선 안 돼!

“아, ---”


p가 욕설을 내뱉으며 내렸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멍하게 차 안에 앉아 있었다. p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좌회전하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둘의 투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도 내려야 하는지 이대로 있어도 되는지 고민했다. 나도 함께 타고 있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내려야 하나? 근데 내려서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나의 쓸모를 생각하는 순간, 문득 사무실 생각이 났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접촉사고가 났다는 내 말에 차장님은 당황한 목소리로 조심히 천천히 오라고 했다.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p는 파손된 자기 차량의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p가 차량에 탔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냐.”


시동을 거는 p에게 나는 보험회사 안 불러도 되냐고 되물었다. p는 상대방이 잘못한 거 인정했는데 그쪽에서 부르면 되었지 왜 자기까지 불러야 하냐, 형사도 아닌데 경찰은 부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p의 차는 왼쪽 측면 헤드라이트 부분과 범퍼가 깨졌다. 상대방의 차는? 기스 하나 없이 멀쩡했다. 놀라운 점은 p의 차는 그랜저였고 상대방의 차는 모닝이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 직원들은 내게 차를 살 거면 모닝을 사라고 한다.


p가 내게 물었다.


“다친 곳은 없어?”

“네. 다치진 않은 것 같은데…. 일단 저 좀 놀란 것 같아서, 가까운 약국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우리의 분위기는 단숨에 싸늘해졌다. 약국으로 가는 길, 잊고 있던 12년 전 사고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차에 타고 있었는데, 그때는 심지어 뒷좌석이었다, 내가 탄 차량이 후진하다가 뒤의 차와 부딪친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약하게 부딪쳤고, 심지어 나는 조금도 놀라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부터 나는 허리를 움직일 수 없어서, 거의 이주 가량을 세수조차 하기 힘들어했다.


20대에 난 사고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부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 입장에선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약국에서 청심환과 근육이완제를 사서 돌아오니, 블랙박스를 보고 있던 p가 말했다.


“블랙박스에는 그 아줌마 통화 중인 게 안 나오네.”

“헐, 나오지 않아요?”

“어. 그 아줌마, 진짜 생각할수록 웃기네. 내 차를 박자마자, 바로 휴대폰 던지고 후진했잖아. 보통 반사신경이 아니야.”


나는 그제야 사고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사고가 나면 차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사고 차량 때문에 차량 통행에 문제가 된다면, 현장 사진이나 촬영을 마친 후에야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박자마자 바로 차를 뺐으니….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으니….


그분이 있던 곳은…. 도로 위 아니었어? 아까 분명히 차 많았으니, 본인 뒤에도 차가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후진한다고? 다른 사람의 차를 또 박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주머니 간이 엄청난 거로….


“그런데 목이 아파? 계속 주무르고 있네?”


p가 나를 흘낏 호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내가 목덜미를 계속 주무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고관절도 시큰거리고…. 불안함이 다시 슬그머니 올라왔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아시잖아요. 저 부실한 거.”

“알지.”


평소 같으면 웃어넘겼을 일인데, p의 얼굴에는 웃음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새삼 사고가 났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사고가 난 지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 나는 크게 아프지 않다. 며칠은 병원에 다녔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일하고 있다. 하지만 p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바로, 과실비율 때문이었다. 처음엔 6:4까지 언급되었다고……. 직진 중이었는데 와서 박았는데 4라니!


“도로 위에서는 항상 주의 의무가 있죠. 특히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선 더욱 그렇고요.”


이것이 바로 보험회사의 주장.


그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수용할 수도 없기에, p는 상대방이 운전 중 휴대폰을 보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자기가 클랙슨을 울렸음 등을 주장하며 과실비율 조정에 힘쓰고 있다. 그 모든 일을 회사 일과 함께 처리하는 중. 그러니까 본인이 해야 할 일로도 바쁜데, 보험회사에 자료를 보내고 전화하고 싸워야 한다.


아, 정말 사고란 귀찮아서라도 나면 안 되겠다.


게다가 운전을 10년 이상 해 온 p도 저렇게 고생하는데…. 운전 500일이라고 하지만 50일과 큰 차이가 없는 나였다면?? 절대 저렇게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고도 더 크게 났을 거고, 보험회사에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을 테지.


“사고는 운이야.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소용이 없어. 내가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이번처럼 남이 달려와서 박아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그 아주머니가 운전을 잘했어 봐. 내가 클랙슨 울린 순간에 바로 멈추었겠지. 하지만 안 그랬잖아. 그래서 항상 방어운전하고 조심해야 하는 거야.”


사고 당일, 사무실로 가는 동안 P가 했던 말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래, 정말 방어운전이 제일 중요해.

문득 과거에 봤던 초보 운전 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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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대표주자답게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운전을 한다. 그런 나를 보며 주변인들은 너무 불편하게 운전하는 거 아니냐고, 운전은 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방어운전이거든?’ 하고 대꾸했지만 사실은 속으로 ‘역시, 내가 좀 그런가?’라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운전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맞지만, 그게 긴장을 풀라는 말은 아니다. 방어운전은 언제나 기본값!


그러니까 이번 일의 교훈은, 사고는 절대 나면 안 되는 거로!!! 몸도 아픈 데다가 무엇보다 귀찮은 일들이 너무 많이 생긴다. 그리고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꼭 녹음할 것. 물론, 그 상황에 그럴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무사고로 운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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