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쏭쏭 Apr 08. 2023

이것은 개소리

말장난 일지도 모르지만

  개소리.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 내 정의로는 고운 말로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리, 나쁜 말로는 미친 말.     


그런데 왜 미친 소리를 개소리라고 할까?      


  개가 짖는 소리(멍멍)를 못 알아들으니까 그런 걸까? 그러나 못 알아듣는 것이 개소리뿐이랴? 소 소리(음머-)나, 고양이 소리(야옹야옹), 쥐 소리(찍찍), 혹은 닭 소리(꼬끼오!)라고 하지는 않을까?   

   

  개가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하지만 고양이가 개보다 덜 친숙해서라면 닭은 엄청나게 친숙한 동물 아닌가? 시골에 닭 없는 집은 드물다고!     

  게다가 쥐는 해악에 가까운 동물이니 뺀다고 해도, 닭은 생산력이 있다! 알을 낳아주어 양식에 보탬이 된다. 고양이도 쥐를 잡아준다! 보건 향상에 지대한 이바지를 한다고?      


  닭은 친숙함에서 1점, 생산력에서 1점.

  개는 친숙함에서 1점. 수호의 역할에서 1점. 

  2점 동점 아닌가? 그럼 개소리 못지않게 닭 소리라는 말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둘 다 친숙한 동물이지만, 닭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왜 닭보다 개를 더 좋아할까? 그건 닭이 두 발을 딛고 있어서가 아닐까? 원래 인간은 본디 동족 혐오를 하는 종이고, 닭이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은 인간에게 불편함을 주기 충분했을 테니까. 게다가 개는 주인과 낯선 이를 구분한다. 낯선 이는 쫓고, 주인은 반긴다. 아, 이렇게 ‘구분’한다는 점에서 플러스 1점.

      

  총 3점으로 개의 승리군.     


  이런 걸 보면 개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존재다. 아무리 닭이 알을 낳아 인간의 배를 불려준다고 해도 정신적인 허기를 채워주는 것에는 뒤로 멀리는 거지. 이래서 소크라테스는 배부른 돼지가 될 바엔 배고픈 인간이 된다고 한 거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미친 소리를 닭 소리가 아닌 개소리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이 별 미친 소리를 해도, 그 안에는 그에 대한 애정,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깔렸다는 소리다.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그냥 개소리다.

작가의 이전글 손절당했던 친구와 다시 만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