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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Jun 18. 2023

지점장이 뭘 했다고?

친한 직원들 소수가 모여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알람이 울렸다. 확인하니 타 농협에 계시는 직원본이 기사 링크를 올려두었다. 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건이 터진 지는 이미 며칠이 지나있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선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사를 본 사람도 없었다. 우리 사무실 역시 내가 이 뉴스를 공개함으로써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왔다. 퇴근을 했지만 저 이야기가 자꾸 생각이 났다. 무엇보다


"계속 근무할 거지? 사무실 근무 할 거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얼마나 농협스러운 응대란 말인가....


***


어째서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는 것이 계속 근무하는 것에 장해물이 되는 걸까?

 

공론화를 시키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어째서? 가해자가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피해자가 그걸 각오해야 하는 거지?


그런 반발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지. 여기는 그런 곳이니까'하는 무기력한 대답이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그래, 여기는 '그런' 곳이지.


생각은 자꾸만 이어졌다. 그 끝에 닿은 생각은 저 지점장이 저런 일을 저지른 게 과연 이번이 처음일까? 였다. 결론은,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저런 일을 몇 번이나 저질렀겠지. 하지만 그냥 넘어갔겠지.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런 일을 벌였을 테지. 여기는 지역사회. 직원들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고, 평생 이곳에서 벗어나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다. 선배들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혹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들어온 분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런 피해가 발생한다면 과연, 쉽게 그만둘 수 있을까?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고,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이 있는데? 이제 나이도 차서 새로운 곳에 직업을 구할 자신도 없고, 용기도 안 나고, 상황도 어려운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그만둘 수 있을까? 사무실에서는 미안하다고, 다음에는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지점장과 같이 근무하지 않게 하고, 나중에 적절한 보상을 받겠다고,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고 한다면?


그래도 그만둘 수 있을까? 나라면... 그만둘 수 있을까?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내게 이 이야기를 보내준 직원은 저 피해자가 '신규직원'이라고 했다. 기사에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내 생각엔 신규직원이 맞을 것 같다. 신규직원이니까 가능했다고 본다. 이제 막 입사했고, 여기에 아무 미련이 없으니까. 뭐 대단한 직장이라고 저런 일을 겪고도 다닌단 말인가?


저 지점장은 몰랐겠지. 지금까지 직원들이 그랬듯, 이 분도 똑같이 침묵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저따위 일을 저지른 거겠지...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속이 상해서 나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나는 뒷 이야기를 찾아보았지만 나오는 내용은 없었다. 모쪼록 피해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고, 지점장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제발 잘리고 지역사회에 소문이 쫙 나서 얼굴 못 들고 다녀야 할 텐데!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을 알기에 속상하다. 부디 이런 소식은 더 안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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