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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Jul 01. 2023

30대 초반,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프면서 변화된 내 삶.

지금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무릎 위에는 아이스팩을 올려놓고 있다. 오전에 운동을 다녀왔는데, 운동 중에 무릎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활동 후 무릎 위에 아이스팩을 올려놓는 것은 이제 나의 일상이다. 냉동실이 비좁아지는 데는 내 무릎에 사용할 아이스팩의 지분도 없지 않다.


내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지는 거의 5년 정도가 되었다. 누군가 언제부터 아팠냐고 물으면 '어느 날 갑자기'라고 대답하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증상이 있긴 했다. 대학교 때 운동한다고 깝죽거리다가, 무릎이 아파서 병원을 가기도 했었고, 병원의 권유로 반 깁스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반깁스를 하고 하루에 2만보씩 걷고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무지했나 싶다.


그런 단발적인 통증을 제외하고, 이 기나긴 통증의 시작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것은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체력단력과 다이어트를 위해서 아침 조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와 함께 했던 것이 어플 '런데이'였다. 런데이는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어플로, 운동하는 내내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서 코치를 해준다. 원래도 달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당시 이 어플에 푹 빠져서 매일 아침, 권장하는 루틴에 따라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했다. 아마 높은 단계는 아니었고, 가벼운 인터벌 달리기를 수행했던 것 같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뛰고 멈추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느낌이 이상했다. 다리가 뻣뻣하다고 해야 하나? 멈출까? 잠깐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에 계속 달렸다. 그것이 원인이었다.


그날 이후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달리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했다. 물론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몇 달을 고생했는데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은 약이었고 몇 달이 지나자 괜찮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밤 수매였다.


농협에서는 다양한 경제사업을 하고 있는데, 당시 근무하고 있던 지점은 '밤'을 수매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밤 수매기간은 가을에 약 한 달 반 정도 되는데, 당시 짧으면 하루에 12시간, 길면 18시간 정도 서서 일을 했다. 그것이 무릎에 무리가 왔던 것 같다. 너무 아파서 걷기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아파서 자다가 깰 정도였고, 걷기가 힘들었다. 증상이 정말 심할 때는 차를 탈 수도 없었고(차를 탈 때 한쪽 발로 지탱하는 그 순간, 을 내 무릎이 견디지 못했다.), 움직일 때 몸의 방향을 돌리지도 못했고(몸을 비틀 때 무릎이 견디지 못했다.) 오로지 직진만 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의자를 휠체어처럼 타고 다녔다.


결국 밤 수매가 끝나고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차장님은 산재로 가야 할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면 꼭 일하다가 무릎이 아팠다고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초창기 무릎 통증을 기억하던 나는 "달리다가 그런 건데요 뭘 그렇게까지나?" 하고 웃어넘겼다. 지금 생각하면 차장님이 옳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플 거라곤, 정말 당시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아...


처음 간 병원에서 MRI를 찍었다. 그곳에선 '추벽'이 원인이라고 했다. 추벽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나는 인터넷에서 그것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나온 검색 결과는 내 증상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병원을 계속 다녔다. 약 2시간 거리의 병원이었다. 그 병원을 몇 번 다녀도 증상은 계속되었고, 의사는 결국 수술을 이야기했다.


수술이라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결국 병원을 바꾸었다.


이번 병원은 동생의 추천이었다. 동생의 아는 사람이 거기서 무릎 수술을 했다고 했다. 집과 2시간 30분 거리의 병원이었다. 거기에선 연골 연화증을 이야기했다. 증상이 나와 비슷했다. 제대로 병원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제안하며, 주 3일 꾸준히 올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대신 주말마다 꾸준히 다니기로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기 전까지, 1년 정도 매주 토요일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 10분 체외충격파 치료를 위해서 병원비 12만 원에 왕복 5시간. 차비 3만 원에 식비 1만 원을 소비했다. 진짜 너무 아프니까 가능했다.


다행히 차도는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 통증이 감소하면서 해당 병원은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그러나 중간중간 통증이 심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가까운 병원도 가기도 했다. (원래 갔던 병원은 한 달 이상 오지 않으면, 진료기록을 초기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여 포기했다. 그리고 진짜 너무 멀었다...) 무릎 수술을 하자는 의사부터, 내 무릎에 바늘을 넣은 사람까지 다양한 의사를 만났고, 실망하고 좌절했다.


결국 병원으로 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기존에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체계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하는 운동은 해 보지 않았다. 무릎이 아프니 근력 운동을 해야겠고, 필라테스가 자세교정과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필라테스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등록하려니 비용이 너무 부담되었다. 하지만 필라테스 다대 일 수업을 한 달 등록하는 비용은 병원 한번 가는 비용과 비슷했다. 병원과 비교하면 필라테스는 싸게 치는 편이었다. 그렇게 필라테스에 입문하게 되었다.


물론 필라테스를 하고 무릎이 바로 좋아지진 않았다. 때로는 필라테스를 가서 무릎이 더 아픈 날도 있었다. 무릎이 아파서 필라테스를 못 간 날도 있었다. 하지만 무릎을 위해선 근력강화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필라테스를 하면서 무릎이 덜 아픈 것도 같았다. 그렇게 필라테스 다대일 수업을 2년 정도 계속했다.


그러나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갔던 병원에서는 '멀쩡했을 때로 돌아갈 순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무릎에 좋다고 하면 다 했다. 다양한 영양제를 섭렵했고, 무릎에 좋다는 말에 승마도 했고 수영도 했다. 효과가 있었냐고? 글쎄....

 

무릎 통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예전만큼의 빈도와 강도는 아니지만, 때때로 무릎이 너무 아파서 꼼짝 못 할 때도 있고, 종종 무릎에서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건 정말 너무너무 무섭다.) 요즘에는 모든 운동을 중단하고, 오직 주 1회 필라테스 1대 1 수업을 듣고 있다.(헬스장도 드물게 가긴 하지만 이건 운동으로 치기도 부끄러우니 패스) 지난주 필라테스 수업 전에 집에서 몸을 푸는데, 무릎이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제대로 못 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출근을 할 때 무릎에 테이핑을 해야 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걷는 것도 어려웠고, 손님이 왔을 때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면 기립(손님이 오면 일어나서 맞이하는 것)도 가능하고, 심지어 손님이 물건을 두고 가면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폴짝폴짝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고객님!"하고 달려 나가면서 견디는 내 무릎이 자랑스럽고 동시에 내가 또 그릇된 판단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두렵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나아졌기에 가능한 생각들.


 나는 내 무릎에 유효했던 것은 체외충격파 치료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체외충격파는 쉽게 받을 수 없으니,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은 쉽게 부상으로 이어진다. 건강하려고 운동하는데, 운동해서 안 건강해지니... 이게 무슨 딜레마란 말인가. 실제로 운동을 하다가 무릎이 나간 적도 적지 않다. 도대체 무릎을 강화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 어째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지, 주객이 전도된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닌가?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가? 하고 우울한 날들도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은 대충 요령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단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운동을 꾸준히 할 것.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는 절대 금물. 최대 하루에 8 천보 이상은 걷지 않을 것.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지키기가 참 어렵다. 조금만 무릎이 편해지면 양반다리가 하고 싶어지고, 남들처럼 멋진 스포츠도 해보고 싶다. 무게를 올려서 엉덩이도 키워보고 싶다. 그런 욕심에 휩쓸리는 순간, 결국 방구석에서 꼼짝도 못 하고 누워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는 거지만...


요즘 신경 쓰는 것은 '무릎을 펴는'일이다. 얼마 전 알게 되었는데 나는 '무릎을 펴지 않는다'. 항상 엉거추춤하게 서 있다. (엄마는 60대도 너처럼 엉거주춤하지는 않다고 했다.) 무릎이 아팠던 기억 때문에, 무릎을 펴면=아프다 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강사는 몇년 아픈 것 치고 고착화된 수준이 지나칠 정도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쫙! 펴야 무릎 쪽 근육이 강화된다는데, 이 쫙 펴는 게 너무 어렵다. 가끔 이렇게 쫙 파다가 또 무릎이 어긋나는 일이 있어서... ㅜ 무릎을 펴는 일은 꼭 필요한데, 항상 너무 두렵다. ㅜㅜ


무릎이 아프고 나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도 있다. 무릎이 아프기 전에는 나는 제대로 운동하지 않았는데, 이제 운동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무릎이 아프다고? 그건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너무 했거나, 둘 중 하나다. ㅎ... 그리고 몸매 콤플렉스가 줄었다. 예전에는 내 하체가 너무 굵어서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픈 날에는 지금도 두 다리로 못 걷는다.)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신체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릎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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