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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Jul 01. 2023

내 10대를 함께 한 허리 통증.

허리가 아파서 누워서 보내는 삶.

허리가 처음 아프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 무슨 이유로 아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리가 진짜 너무 아팠고, 내가 살던 곳은 정형외과보다 한의원이 흔한 시골이었다. 나는 중학교 시절, 학교를 마치면 학원도 편의점도 아닌, 한의원으로 향해야 했다.


그날도 허리가 너무 아파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의원을 향했다. 그날은 나 혼자가 아니었는데, 당시 나와 절친이었던 친구가 함께 한의원을 갔다. 같이 나란히 누워 침을 맞는데, 한의사가 내 친구에게 말했다.


"넌, 쏭쏭이 한 테 나중에 절대 남자친구 소개해주지 마라."

"왜요?"

"얜 너무 아픈 곳이 많아서, 너 남자 친구한테 욕먹을 거야."


지금 생각하면 진짜 명의다.


그 후로도 허리는 계속 아팠다. 고등학교 때도 엄청 아팠는데, 수능시험 전까지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수능을 너무 망쳐서 재수를 하고 싶었을 때, 내 발목을 잡은 것은 우리 집 가정 형편과 더불어 내 몸 상태였다. 허리가 진짜 너무 아파서, 1년 더 앉아서 보낼 자신이 없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그럭저럭 한의원을 전전하며 견디던 내 허리는, 공무원 시험(이라는 핑계의 그냥 도서관에서 세월 죽이기)을 준비하던 시기에 다시 꽃을 피웠다. 결국 너무 아플 때는 누워서 노트북 화면을 비스듬히 눕혀서 누워서 동영강 강의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허리가 아프다 못해 때로는 다리까지 저린 날도 있었다. 팔다리가 저리는 것은 디스크 증상이라고 했는데.... 막연하게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을 가진 않았다. 검사를 하기엔 돈이 없었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허리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신규직원 교육을 갔다가 다른 사람 차를 얻어탄 적이 있었다. 나는 뒷좌석에 앉았는데, 그 차가 후진을 하면서 다른 사람 차와 부딪쳤다. 그것도 교통사고로 칠 수 있다면 내 생에 첫 교통사고다. 정말 아주 경미하게. 차에 기스도 안 생길정도였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사고가 났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교육원으로 복귀를 했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다. 세수를 해야하는데, 허리가 굽혀지지 않았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 교육원에 상황을 말했지만 그저 나를 꾀병으로만 몰았다.(..) 결국 일주일 정도 지나자 거동이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허리가 부실한것인가...


허리 통증은 오래 가지는 않아서(길어봤자 1-2주 정도였다.) 일상 생활을 하면 자주 잊고 살았다. 그래서 더 조심성이 떨어졌다. 정말 쉴새없이 허리를 삐었다. 특히 마트에 근무할 때, 물건을 잘못 들거나 하는 날은 퇴근 후 한의원으로 가야 하는 날이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중간에 조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입사 후, 회사의 복지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추가금을 내면 디스크 검사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뭐랄까, '디스크가 맞다!'라는 판정을 받게 되면, 정말 허리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불안함 때문이었다. 


너무 아플 때는 1시간 거리의 근처 정형외과 전문 병원도 가보았지만 엑스레이 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MRI를 찍기엔, 돈이 너무 아까웠다. ㅎ..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휴식과 진통제뿐이었다.


보통 허리가 아플 때 내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누워서 쉬는 것, 그리고 고양이 자세와 같은 스트레칭이었다. 실제로 디스크 환자에게는 이 고양이 자세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심리적인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며칠 이걸 하고 나면 확실히 통증이 가라앉았다. 


도대체 허리는 왜 아픈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자세가 그다지 바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와 외할머니는 내가 허리가 길어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지금은? 그냥 척추기립근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ㅎ...


허리 통증은 정말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개인적으로 허리가 안 아프면서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것 같다. 허리를 얻고 무릎을 버리게 된 건가? 개인적으로 무릎의 통증은 삶의 질을 엄청나게 떨어뜨리고 허리 통증은 삶을 중단시킨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다. 요즘에도 허리가 아플 때도 있다. 어제가 그랬다. 어제는 오랜만에 회식을 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내 생각엔 회식을 한다고 평소보다 더 앉아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앉아서 음식을 먹기 힘들 정도였다. 겨우겨우 시간을 때우다가 집에 왔다. 집에 와서 허리 스트레칭을 했지만 한번 돋은 통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겨우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물론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순 없었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많이 잦아들어서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ㅎ.. 


이 글을 쓴다고 앉아 있었더니 다시 저릿한 것도 같다. 이제 가서 누워야겠다. 그리고 좀 가라앉으면 척추강화 운동이라도 해봐야겠다. 아. 내일은 허리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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