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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Mar 27. 2023

언제부턴가 불평불만이 많아졌다.

내 불만과 불평의 이유

언제부턴가 불평불만이 많아졌다.     


모든 게 불만이었다. 회사의 실적 압박도 싫고, 그 실적도 못해내는 내가 싫었다. 뭐만 하면 다치고 아픈 내 몸뚱이도 짜증 났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것도, 예전에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전부 다 후회되었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내 삶의 형태도 불만이었다. 남들과 비교할 것도 없이, 내 삶은 별로였다. 그래서 그걸 떠벌렸다.    

 

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 힘듦을, 내 불만을 털어놓았다. 쉼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눈은 기민하게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그들 얼굴에 가득 차 있는 지겨움을 발견한 순간, 화가 난다.    

 

아니, 내가 이렇게 힘든데. 공감을 못 한단 말이야?


나는 더 열심히 내 불평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는 지겨움을, 누군가를 안쓰러움을 담고 있다. 아, 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 나는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누군가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힘듦을 토로했다. 그 순간, 세상에 오직 그 사람만이 나를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내 반복된 칭얼거림은 그 사람을 비롯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무슨 말을 하든 힘이 든다니, 대답해 줄 여력이 없었을 테다.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은 없으니까. 그들도 에너지가 남아돌아 날 위로한 건 아니었는데. 무슨 말을 해도 결론은 ‘나 힘들어’로 가니, 나라도 지겨웠겠다.     


혼자 남겨지니 그제야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나를 힘겹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널브러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버려진 채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보고 싶은 만큼, 그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랑은 되지 않더라도 부끄럽진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많은 것을 했고, 그중에서 나는 에세이와 일기로 답을 찾았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에세이 속에 있었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의 이야기가 거기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자면 하루가 짧았다.     

때론 끝없이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그걸 일기로 적었다. 일기는 한없이 길어졌고, 다 쓰고 나면 속은 시원해졌지만 하얀 백지에 가득한 검은 글자를 보면 나도 질려 버렸다. 이걸 내가 썼다고? 나도 다시 보기 싫은 그 글자를, 그 속에 담긴 감정을 타인에게 풀어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연히 다시 보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여러 밤과 여러 계절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그때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내가 불행을 전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만큼 불행하니 나를 좀 봐주라고, 그 말을 그렇게 비겁하게 한 거였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사랑받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 칭얼거림을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힘들면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만 찾았다. 이런 나라도 여전히 날 좋아하지?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리고…. 나는 그 순간에도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 이 엄청난 관종성. 인간은 관심으로 사는 존재라지만, 이건 너무 한 건 아닌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얻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별로라서, 타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을 가진 게 없었다. 관심을 끌 만한 거, 자랑거리…. 그래. 당시의 나는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불행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행을, 그로 피어난 불평불만을 떠벌렸던 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쓴다. 아직 화해하지 못한 과거의 친구들에게,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하기 전 꽃단장을 하듯이, 아직 되찾지 못한 과거의 친구들에게 내가 이만큼 했다고 자랑하려고 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기를 경험하는, 경험한,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을 위하여, 쓴다. 긴 밤, 모두가 떠난 새 둥지에 혼자 남겨진 날지 못하는 새의 마음을 한 당신에게. 당신 주변에 모두가 난다고 해도, 다른 둥지에는 당신처럼 남겨진 새가 있다고. 긴 밤, 귀를 기울이면 이제껏 듣지 못한, 남겨진 새들이 날갯짓을 연습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럼 당신도 같이 날갯짓하면 된다고. 그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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