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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Sep 10. 2023

운전을 시작한 지 57일.

원래는 50일에 맞춰서 쓰려고 했던 초보 운전 기록.

운전 실력을 늘리는 데는 매일 운전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자주 운전을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엄마가 출퇴근용으로 차량을 사용했기 때문에 나는 차를 쓸 시간이 없었다. 결국, 나는 엄마가 출근하기 전 이른 새벽이나 엄마가 퇴근한 후 늦은 저녁에나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퇴근 후, 엄마와 함께 저녁에 운전했다. 그런데 나와 운전을 나갔다 올 때마다 엄마가 너무나 힘들어했다. 특히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오는 우회전 중,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날이 있었는데, 그날 엄마가 정말 많이 놀랐다. 집에 오면서부터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더니, 결국 응급실까지 가야 했다. 하…. 


그 후로도 엄마는 내 옆에 앉아 내가 운전하는 걸 봐주었지만, 그때마다 10년씩 늙어가는 게 보였다. 게다가 저녁에 운전하는 건 나도 좀 힘들었다. 어두워서 주변이 보이지 않는 데다, 빛이 나타나면 빛 번짐이 너무 심했다. 결국, 아침형 인간인 나는 아침에 운전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혼자 차를 타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주행이 아니라 주차 연습을 시작했다. 초보는 어디 나가면 주차가 제일 걱정이라는 말을 많이 봐서, 주차라도 제대로 익히자! 하는 마음이었다.     

 

거의 한 달 정도 주차 연습을 했는데, 정말로 실력이 늘었는지는 모르겠다. 차가 너무나 무서워서 차가 없는 그곳에만 주차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위안으로 삼으면, 처음에는 집과 30초 거리 주차장에서 운전 연습을 했다면, 최근은 집과 5분 거리의 주차장까지 가서 연습한다는 점. 그리고 딱 한 번이지만 길거리에서 평행주차도 연습해 본 것이다. 늘고 있는 거겠지?     


“누나가 운전을 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차가 없는 시간에 운전하는 거구나!” 

    

내가 새벽에 운전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동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아도 차가 적은 시골, 그 시골에서도 차가 제일 적은 새벽 시간, 그중에서도 차가 없는 공간에서만 차를 움직이는 나였다. 부산에서 운전을 하는 동생으로선 어이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은 다른 법이다.   

  

“그럼 네가 가르쳐주던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그러냐!”     


내 외침에 동생이 허허, 웃는다. 생각해 보면 운전은 누구나 한다던가,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냐와 같은 말을 툭툭 던지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동료 P는 천사와 다름없다.     


“시내에서 한 번도 운전을 안 해봤어요??”  

   

차가 없는 시간에만 운전한다는 걸 안, 직장동료 P가 놀란 얼굴을 했다. P는 오랫동안 운전을 해왔고, 거기에 오랫동안 배달 업무까지 하고 있기에 운전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퇴근길, 자신의 차에 나를 앉히고, 자신은 조수석에 앉아, 내게 운전을 알려주고 있다.   

  

“P 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셔야죠!”     


처음 P의 차 운전석에 탄 나와 조수석에 탄 P를 본 후배가 소리친다. P는 “다음은 네 차례”라고 외치며, 운전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조금씩 운전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를 태우고 퇴근하는 중, 나도 ‘음, 차가 좀 느린가?’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속도 좀 냅시다. 40은 너무하잖아! 60킬로는 밟아주라고!”

“아, 그래도 제 차로 가면 60은 밟는데, P 님 차는 낯설어서 40. 헤헹”

“본인 차로는 80 밟고, 남의 차로는 60은 가야지!!”     


느림보 같은 나를 보며 P가 외친다. 하지만 속도가 무서운 걸 어떡하나? 내 운전은 너무나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커브 길은 정말 쥐약이다. 그런데 속도가 조금만 붙으면 커브 길에서 휘청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속도가 뚝뚝 떨어져서 직선 코스에서도 속도가 떨어졌다.     


“인간적으로 조금만 더 밟읍시다.”

“네...”     


그렇게 조금씩 밟는 연습을 하다가, 결국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타보기로 한 것이다. 초보 때 못 타면 영원히 타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정체되어 가는 내 운전 실력에 변화를 가져와야겠다는 초조함이 들었다.     


지난번 P 님과 한번 고속도로를 타보긴 했지만 그것 가지곤 혼자 타긴 무리일 것 같았다. 결국, 친한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는 무척 고민하는 듯했지만 응해주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편도 40분 정도의 고속도로를 계획했으나 비 예보로 인해 가장 가까운 편도 20분, 왕복 40분 거리의 고속도로에 올랐다. 

    

초반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러니까 긴장하면서부터 나의 모든 단점이 다 나타났다.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한 선배조차 얼굴이 굳을 정도였다.     


“긴장하면 너무 왼쪽(중앙)으로 붙고. 속도도 너무 못 내고. 핸들이 많이 흔들리고….”     


나 자신도 알고 있던 단점들이었다. 웬만하면 밥을 얻어먹지 않는 선배는 그날 내가 사주는 밥을 군말 없이 얻어먹었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 주 주말, 운전 50일 기념으로 혼자 고속도로에 오르기로 했다. 


목적지는 직원들과 가끔 저녁을 먹으러 가던 인근 지역이었다.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나는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 로드뷰로 길을 익히고 또 익혔다. 그리고 그날 아침. 나는 차 없는 시간을 노려, 주차장에 혹시나 차가 많을까 봐 두려워 아침 일찍, 아침도 먹지 않고 차에 올랐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 합류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왜 이렇게 멀지? 회사 사람들과 떠들고 갈 때는 금방이었는데? 출발할 때 본 내비게이터는 목적지까지 45분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      


문제는 내 속도였다. 원래 내 목표는 100킬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최소 80킬로는 밟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간혹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러면 두려움에 자연스럽게 엑셀에서 발이 때 졌고, 그러다가 ‘어, 뭔가 이상한데?’하고 계기판을 보면 70킬로 정도로 속력이 떨어져 있었다.     


와, 뒤차가 있었으면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았을까? 도로의 민폐 쟁이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머리를 쥐고 뜯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시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목표달성을 했지만 사실 순탄하지는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서 후진으로 차를 빼기도 했고, 내비게이터 길이 U턴만 자꾸 외쳐서(나는 U턴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네비를 던져버리고 싶기도 했다. 일부러 주차 때문에 일찍 갔지만, 카페 주차장에 주차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카페와 한참 떨어진 길거리 초대형 공용주차장에 주차했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래도 사고 없이 왔으니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왜 이렇게 길눈이 어두운 걸까?’하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걸어 다닐 때도 길눈이 어두웠다. 그냥 타고난 문제였다. 그 뒤 계속해서, 무려 오늘까지 나는 길을 잘못 들어 위험하게 차선 변경을 해야 했다. 길을 잘못들이면 억지로 바꾸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고속도로를 탈 뻔해서 어쩔 수 없었다. 네비도 꺼둔 상황이어서 거기서 오르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도 몰랐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고….     


하지만 핑계를 대도, 내가 실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은 커브 길을 정말 엉망으로 주행했다. 도로 위에 차가 한 대도 없었기 망정이지……. 여전히 차를 중앙에 딱 맞춰가는 것도 잘 안 되고…. 지금까지 연습한 게 의미가 있나? 운전이 진짜 늘긴 하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몰려들었다.     


최근 거의 매일 인터넷에 ‘초보운전 일주일 후기’, ‘초보운전 보름 후기’, ‘초보운전 한 달 후기’, 이런 식으로 운전 경력과 조합해서 초보운전을 검색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사고 후기를 보거나 운전에 큰 실수는 없었던 날은 “그래, 난 아직 사고는 안 내었으니까! 잘하는 거야!”하고 생각했다가도 운전을 잘하는 사람의 후기를 보거나 운전이 엉망인 날은 “아, 다들 금방금방 느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느린 것일까?”하고 우울해진다.     


이렇게 운전 하나에 내 감정이 일희일비할 정도로 요즘 내 주 관심은 정말 운전이다. 매일 초보운전 후기를 검색해서 읽는 것은 물론, 유튜브로 운전 관련 내용을 보고, 틈이 나면 주차의 달인 4를 열심히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도 운전 이야기만 한다. ‘저는 60킬로로 가도 커브 길에서 흔들리는데, 선배님은 90킬로를 밟아도 안정적이네요.’ ‘옆을 아무리 짧게 봐줘, 보는 순간 차가 흔들려요’ 등등……. 그러다 문득 허탈해졌다.  

   

“남들은 그냥 다 하는 운전인데, 난 이게 뭐라고 이렇게 목매달고 있는 거지?”     


계속하던 공부도, 운동도 다 접어버리고, 모든 내 신경을 운전에만 쏟고 있었다. 이래서 될 일인가? 운전이 그 정도로 대단한 거야? 그런데 그렇게 신경을 쓰는데도 내 운전 실력은 늘지 않고 있으니….     


처음으로 나는 ‘운전 포기’를 검색했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을 보다가 그냥 접어버렸다. 진짜 포기할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애써 나를 달랬다. 오빠가 그랬잖아. 운전은 ‘기능’이라고. 많이 해야 느는 거라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지. 오빠도 벌써 운전을 20년 가까이했고, 심지어 지금도 두 달에 1만 킬로 정도를 탈 정도로 오래 운전한다. 동생 역시 10년 이상 운전을 했고……. 주변에서 그나마 가장 늦게 운전을 시작한 후배도 코로나 전에 운전을 시작한 경우로 이미 운전 3년 차가 넘었다. 게다가 그 후배는 엄청 외향적인 편이라 초보운전 1년 차에 3만 킬로를 탔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과 나를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그러니까 오빠의 말처럼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 초보운전이라고 벌벌 떨던 사람들도, 매일매일 운전 후기를 기록하던 초보운전자들도 자연스럽게 베테랑이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운전 100일 후기 1년 후기는 있지만, 2년 후기는 없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나도 괜찮아지겠지.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운전 포기는 1만은 타보고 다시 검색해 보는 거로. 일단은 운전 3달 후기를 목표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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