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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Jul 21. 2024

목적에 집중하기

과정 때문에 목적을 놓치지 않는 힘

“이번 주 금요일 휴가라고? 그럼, 말을 했어야지!”     


직속 책임자의 목소리가 드물게 높아졌다.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이게 문제가 될 사항인가? 나는 이 휴가를 이미 말했다. 그것도 한 달 전에-     


**     


휴가 가기가 어려운 지점 특성상, 나는 이 휴가가 언급되었던 한 달 전, 바로 보고를 하고 허락부터 받았다. 차장님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휴가를 함께하는 일행들에게 휴가를 갈 수 있다고 말했던 만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장님이 잊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책임자는 조용한 성격이다. 그런데 그녀가 드물게 화가 났다. 휴가를 갈 거면 미리 보고를 해야 했지 않냐는 그녀에게 나는 이미 한 달 전에 보고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들었으면 자신이 달력에 표시를 해놓았을 텐데, 달력에 표시가 없으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아니, 그러면 달력에 적지만 않으면 다 못 들은 이야기야? 내가 보고하고 허락만 받으면 되었지, 달력에 표시하는지 체크까지 해야 해? 만약 점검하지 않으면? 내가 체크가 빠졌다고 지적이라도 해야 하나? 따지고 싶었지만 나는 침묵을 택했다. 게다가 우리에겐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손님들을 응대해야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손님이 모두 빠져나가고, 책임자가 나를 불렀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야기를 한 것도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한번 말했다고 그 뒤에는 말 안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냐고, 최소한 일주일 전에 다시 한번 언급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더욱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자신도 나에게 휴가를 ‘미리’ 이야기해 줘야 하지 않나? 왜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거지? 자신도 당장 모레 갈 휴가를 지금껏 내게 말하지 않고 있다가 지점장님에게 보고하면서 나와 휴가가 겹친다는 걸 알아차린 것 아닌가? 책임자는 몇 마디 말을 더 내뱉었다. 그리고는 휴가를 다녀오라고 말했다. 자신도 휴가를 가겠다는 말과 함께…….     


생각할수록 이 상황에 짜증도 났다. 어째서 저런 사람이 내 책임자인지 화도 났다. 모든 것이 다 짜증이 났다. 그냥 휴가를 가지 말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런 기분으로, 무슨 휴가를 가나 싶었다. 나와 책임자가 둘 다 자리를 비웠을 때 사무실이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아마 평소 같으면 그냥 휴가를 안 간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도 취소할 수 없는 일정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내 목적, 그러니까 휴가를 가는 일이다. 그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나는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가 휴가를 가지 못했다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이 정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휴가를 간다. 내 본래 목적을 달성했다. 원하는 걸 얻었다. 그러니까 화를 낼 필요가 없잖아?     


무엇보다 이렇게 기분을 상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분쟁에 휩싸인 이유가 바로 이 휴가를 위해서인데…. 기분이 상해서 휴가가 가기 싫어지면 휴가 때문에 다툰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나는 가고 싶었던 휴가를 가게 된 것이다. 중요한 건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껏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건 아니었다. 비슷한 일은 많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화가 났고 짜증이 났고 속이 상했다. 그래서 화가 난 마음을 달래려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서 이야기를 곱씹곤 했다. 그렇게 분노(?)를 곱씹을 때마다 내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즐거울 휴가를 망치는 건 덤이었고. 그러니까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실 쉽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도 무의식적으로 해당 대화가 떠오르며 내 기분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나는 원하던 걸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우습지만 최근(?) 시작한 운전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초보운전으로 운전 중 많은 실수를 한다. 운전 초창기, 나는 내가 실수를 하거나 빵(?)을 먹을 때마다 그걸 곱씹기 바빴다. 그때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는데! 왜 '빵' 한 거지?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어떨 때는 운전하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운전을 앞을 보고 하는 건데, 내 마음은 항상 과거를 향해 있었다. 그러니 운전이 더욱 안 될 수밖에…. 


차에서 내리고 운전을 곱씹는 건 복습이지만 운전대 위에서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하는 건 위험을 높이는 일뿐이다. 나는 앞으로 향해야 했고, 눈앞에 신경을 써야 했다. 지나가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곱씹어봤자 남는 게 없었다. 중요한 것은 무사히 운전을 끝내는 거였다. 나는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려, 안전 운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 연습이 지금 이런 발상의 전환, 목적에 집중하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목적을 달성하는데 과정은 분명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과정이 나쁘다면 정말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완벽한 과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고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다면 더 중요한 것을 우선하기로, 어쩔 수 없는 일로 마음이 상해서 이미 손에 넣은 것의 의미까지 퇴색시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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