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ity, Quality
이 말은 굳이 하지 말걸. 왜 그렇게 말했을까 하는 날들이 있었다. 완전한 침묵을 견디지 못해 무언가를 자꾸 말하는 사람. 후회가 두려워 일체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생각해 보자면 나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빠르고 순식간에 흩어지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기도 한다. 그것이 상처를 남기는 말이면 더욱더. 그런 경험들을 몇 번 겪다 보면 이 말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이 말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임을 깨달았을 때, 나는 말을 줄인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묵한 사람. 그것은 다른 말로 외로운 사람을 뜻한다. 나는 과묵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든 사람일수록 그의 입은 점점 느슨해진다. 그 사람은 말에 상처받았거나, 말의 무게를 정확히 느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외로운 것보다 말 때문에 상처받는 게 더 아프니까. 말이라는 것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다가 결국 나를 덮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과묵함은 미덕이 아니다. 말이 많은 것 또한 단순한 가벼움은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말이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말을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고, 그 언어와 진심을 통해서 이어져 왔다. 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에 굳이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의 세계에 들어올 수 없다. 표지판이 없는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결국 나라는 사람과 상대방이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방향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서로 말을 통해 그것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는 인연은 길어지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무작정 말을 아끼는 것보다, 우리는 그 말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다 정확한 언어와,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 진심을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내가 정말로 상대방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말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다. 결국 우리는 말 이전에 스스로에 대해서, 또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되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말을 줄이는 것보다, 그 말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 그것이 보다 성숙한 사람의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