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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육교 탐사

2024.12.23

by 세향

버스에서 한참을 졸다가 네이버 지도의 안내에 따라 명석고등학교에 내린다. 우암사적공원에 갈 때와 동일한 버스를 타고 가지만 한 정거장 다음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걷는다. 저번과 같이 오르막길이다. 꽤나 복잡한 거리를 따라 걷다가 어느 오거리가 나온다. 횡단보도가 오거리 뒤에 위치한 참 특이한 모습이 보인다. 버스조차 횡단보도를 넘은 상태로 신호 대기 할 정도로 애매한 거리와 위치의 횡단보도이다. 그런 횡단보도를 왼편에 두고 걷는다. 꽤나 걷다 보니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전육교가 보이는 공원을 자주 가리라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공원으로 산책 가는 듯한 아저씨들이 보인다. 어느 정도 올라오다 보니 커다란 고가도로가 보인다. 정말 엄청난 볼륨감이다. 크기와 더불어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의 속도가 시각적인 볼륨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볼륨도 마저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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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뒤로 가서 줌 아웃하여 사진을 찍어본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웅장하다. 아마 이 고가도로가 기존 대전육교를 대체하여 새로 지어진 도로일 것이다. 확실히 경부선의 중심에 걸맞은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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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고가도로만 해도 시야를 꽉 채워주지만 원래 목표는 이게 아니었으니 더욱 걸어본다. 위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바로 뒤에 원래 목표였던 대전육교가 나타난다. 내가 생각하는 육교가 아닌 고속도로이지만 아치형의 다리가 눈에 아름답게 들어온다. 1960년대에 지어졌다 하며 국내 최초 아치 형태로 지어진 교량이라 한다. 놀라운 점은 아치 형태는 역사가 매우 깊음에도 대전 육교가 최초의 아치형 교량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처음 시도하는 건축을 이런 거대한 크기로 도전한 건축가의 기개가 엿보인다. 다리의 역사는 여기까지 알아보고 다시 다리 자체의 모습을 즐긴다. 다리 밑 부분을 현대의 교량과는 다르게 왜 푸른색으로 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흰색과 푸른색의 조합은 널리 쓰이는 만큼 아름답다. 색 조합을 의도하여 칠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눈에 보기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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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들어온 첫 모습을 감상하고 기쁜 마음에 빠르게 걸어서 다리 사이를 본다. 큰 교량 가운데에서 위를 쳐다보니 속인 빈 듯하면서도 튼튼하게 지어진 쌍둥이 다리가 하늘을 가린다.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아래 사진에서 좌측이 하행선 우측이 상행선인 듯하다. 물론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차가 다니지 않는다. 따라서 도로 사이에 들어갔을 때 소리도 꽤나 조용하고 차도 보이지 않는다. 새로 지어진 교량과는 명백히 차이가 보이고 들리는 셈이다. 땅에서는 넝쿨이 다리의 아치를 따라 올라가고 하늘은 푸른색의 다리 사이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인공구조물이지만 자연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1960년대라는 애매한 과거와 현대같이 자연과 오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즉, 대전육교는 60년의 시간과 자연을 이어주지만 더 이상 교통로로 사용되지는 않아 미묘한 역할을 가지게 된 다리이다. 재밌는 점은 다리 위로 지나다니는 차가 없지만 다리 아래로는 주차장이 있어 멈춰있는 차들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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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을 지나와서 다시 사진을 찍는다. 과거의 다리인 대전육교를 넘어서 보면 또 여기서는 새로 지어진 다리가 보인다. 새로운 다리 밑으로 지나오기 전에는 옛 다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옛 다리를 지나와서는 새로운 다리가 보인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현재만 보아서는 과거가 보이지 않고 과거를 보아야 둘 다 보인다는 의미일까 싶다. 다리를 다른 각도로 다시 보니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덩굴과 얼룩으로 덮여있음에도 균열은 보이지 않는 것이 비록 기둥은 얇지만 정말 튼튼하다는 점을 자랑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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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또 걷는다. 찬바람이 불지만 좀 멀리서 전체적인 모습을 볼 생각으로 빠르게 걸어서 올라온다. 그저 길을 쭉 따라 올라와서 이쯤이면 어떻게 보일까 하고 뒤돌아 본다. 계단을 올라와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구도를 보는데 꽤나 괜찮다. 길치문화공원이라고 당당하게 쓰여져 있다. 사실 좌측은 공사 중이라 저 커다란 글씨 말고는 이쪽 각도로는 뭐가 없다. 하지만 대전육교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고 세로로 세워진 저 기둥을 보면 영화에서 나올 듯한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공사장에 있는 크레인이 약간 비어 보이는 하늘에 디테일을 추가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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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본다. 어떠한 정자가 있어서 올라가 본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사진을 찍은 넓은 자갈밭 아니면 반대편은 그저 숲만 보인다. 정자 안 위쪽에 무어라 쓰여 있지만 크게 눈여겨보지 않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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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좌측에 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따라 올라가 본다. 잠깐 화장실도 들려주고 더욱 따라 올라간다. 체육시설이 있다. 어떤 가족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이 산책도 하고 체육시설도 즐기고 또 나처럼 건축물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문화공원이라는 이름값은 꽤 하는 듯하다. 체육시설 뒤로 도로가 나 있어서 궁금증이 자극된다. 따라 올라가 보는데 무언가 건물이 있다. 무슨 건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쭉 올라간다. 그런데 참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궁금증만 더욱 커져 올라가는데 경사가 꽤나 가파르다. 나보다 앞서 어떤 할아버지께서 오르는데 산을 너무 잘 타신다. 아.. 역시 등산이 취미인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을 따라잡는 것은 상당한 무리이다. 숨을 고르며 중간쯤 올라오니 슬슬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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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고 그 앞에 놓인 있는 지도를 본다. 지도에 뭔가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계족산 황톳길... 그렇다 경사가 왜 이리 가파른가 했더니 계족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계족산 입구에 와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앞선 어르신이 저 멀리 가 계신다. 이 시간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시다니 약간 걱정도 된다. 다시 지도로 눈길을 돌린다. 계족산이 말로 꾸며지기만 한건 아닌가 보다. 입구까지 올라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옥천까지 보이고 대청호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문득 머릿속에 정상까지 올라가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다음 날일 정도로 정상은 멀고 높은 듯하여 포기한다. 그러면 이제 궁금했던 저 특이한 구조의 건물이 무어냐 하면 바로 한국등산트레킹 지원센터이다. 허무하다. 그러면서도 납득이 된다. 아주 이름값 톡톡히 하는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는 등산을 우습게 볼 수 없을 듯하면서도 트레킹 뉴비들이 이런 뉴비절단기급 경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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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해결했고 더 이상 올라갈 수는 없으니 다시 내려온다. 물론 내려오는 길은 훨씬 쉽고 가볍고 빠르다. 정말 순식간에 내려와 버렸다. 자그마한 정자를 옆에 두고 저 멀리 대전육교와 아까 보이던 크레인이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산이 있다. 자연이 있는 산을 배경으로 시대별 건축물이 하나씩 위치해 있다. 대전 육교의 도로를 정면으로 보고 싶어 더 내려오면서 길을 찾았지만 도보로 올라갈 수는 없는 듯하기에 마음 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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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김에 앞서 보았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 사진을 찍어본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런 공원 어디서나 그럴 테지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젊은 여성분과 그와 걸맞게 귀여운 강아지가 자리를 잡는다. 공놀이 시작이다. 조그만한게 잘도 뛰어가 공을 문다. 물론 공을 바로 물지는 못하고 한두 번 자세를 바꿔야만 공을 물어서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럼 또 던진다. 무한반복이지만 주인과 강아지 둘 다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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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구경하고 갈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대전육교를 아주 자세히 보고 가기로 결심한다. 올라올 때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밤에는 불도 켜진다 하지만 나는 밤까지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냥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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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서 찍은 모습. 정말 특이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건축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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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트랜스포머 1편을 본 사람이 이 글을 보는지 모르겠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치형 다리 밑에 숨는 장면이 있는데 문득 생각난다. 한번 투영시켜본다.. 잘하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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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묘한 위치와 각도에 존재하는 주차장 표지판. 분위기 때문일까 기분 때문일까 꽤나 영화 장면으로 쓰일 듯하다. 아마 영어였으면 그림으로 인식하는 뇌의 착각으로 인해 더 멋져 보였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뇌가 착각하지 않고 글로 인식하면서도 멋져 보이는 모습이야 말로 정말 멋진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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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때는 가까이서 보지 않았지만 내려오면서 가까이서 한참을 보았다. 겨울이라 나무에 잎이 존재하지 않아 다리가 더 돋보여 보인다. 그러면서도 대전육교의 기둥 사이로 하늘이 격자에 갇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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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건축물은 뒤로 하고 나왔더니 현대의 건축물 뒤에서 빛이 비쳐온다. 해가 넘어갈 정도의 위치는 아니지만 겨울이라 노을이 빨리 지었더니 아름다운 노란빛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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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다리와 현재의 다리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대전육교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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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단순 사이즈로만 보면 현대 건축물이 더 크고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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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노을 지는 동영상을 넣어본다. 모두 퇴근하며 집에 돌아가는 시간. 이 동네는 번화가도 아니라 차도 많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아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우친 사실은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고 나는 미련하게 한 정거장을 더 걸어왔단 사실이다.


이 글.. 사실 뒷심이 부족해서 후반에 글이 적다. 사진을 눈으로 보고 직접 감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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