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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Oct 18. 2023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정해 두었다. 헌법에 정해 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가 자유권이다. 자유권이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이나 종교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법에 의하지 않고는 신체적 구속을 당하지 않고,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자유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사회는 가능한 많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각의 충돌과 자유로운 표현이 사회의 진보와 진실의 발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검열과 사회적 압력은 사고의 다양성을 억압하여 인간의 발전을 방해하고 침체된 사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의 ‘해악 원칙’ 개념은 개인의 자유를 방해하는 유일한 정당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막는 것뿐이다. 이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부의 개입과 개인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의의 초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위에서 언급한 자유의 개념과 사뭇 달랐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정권은 장기독재를 위해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사태까지 벌였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1960년 4월 19일을 살아낸 김수영 시인은 자유는 타인이나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수동적·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적극적·실천적 개념으로 인식했다.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우리는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논제로 바칼로레아 수업을 했다. 




  A팀: 저희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한 명은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자유는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자유는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석기, 신석기 때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시민혁명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선언’이 선포되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유는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의견은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자유권은 헌법에도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고, 국가는 최소한의 임무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최소국가론도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1조 1항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유는 당연히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팀: 저희는 우선 논제의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즉, ‘주어지는 것’과 ‘획득하는 것’의 의미를 명확히 한 것입니다. 저희는 ‘주어지다’는 자연, 자동으로 가지는 의미로 규정하고, ‘획득’은 노력이나 희생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의미를 규정했습니다. 저희는 헌법의 기본권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자유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공동체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논의를 하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인간에게 주어져야 하는 자유인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시민혁명, 명예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 세계에서 독재 정권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조차 위협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자유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자유는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두 명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자유란 남에게 구속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과 바칼로레아 수업을 하면서 자유권, 평등권, 생존권, 참정권, 청구권인 국민의 기본권리를 생각했다.


  1990년대부터 2010년에 20대~40대를 살아온 나는 자유민주주의보다 공리주의 입장에서 정의를 논할 때가 많다. 이번 바칼로레아 논제의 자유를 ‘개인의 자유’로 한정한다면 우리의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의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이번 논제 중 자유를 ‘개인의 자유’로 한정하여 바칼로레아 수업을 하고 싶다. 아이들의 뜨거운 논쟁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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