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물리학과를 갈 수 있을까요?

-무엇을 교육할까? 3-

by 휘리

㉮는 다문화 학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나라에 왔는데 아직 한국말을 잘 못 한다. 내가 학생을 만나게 된 계기는 아이의 기초학력을 증진하기 위해서였다. 학생은 학기 초 3R’s 검사에서 국어 영어 수학 학업 성적이 기준 점수에서 많이 미달하여 1대 1로 나와 국어 교과 보충 수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학생과의 첫 수업을 앞두고 고민했다. 아이가 기초학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과 후 보충 수업을 원했다고 해도 처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간혹 다문화 학생 중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 다문화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림을 받은 아이들이 있었다. 첫 시간 때 아이를 만났는데 아이는 엄청 순하고, 긍정적이었다. 웃는 얼굴로 나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를 보니 걱정이 싹 가셨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 있어?

... 과학... 좋아해요.

선생님하고 공부하고 싶은 것 있어?

.... 몰라요...

우리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일주일에 두 번 만나서 복습할 거야.

복습?

다시 한번 더 선생님하고 수업하는 거야.

... 네...

담임 선생님에게 얘기 들었지?

... 네...

그거 말고 네가 좋아하는 책도 함께 읽으면서 얘기할까?

... 어떤 책....

네가 정해 봐. 선생님은 과학 잘 모르니까 쉬운 내용으로 골라서 읽자. 선생님이 모르는 내용은 네가 알려주고. 무슨 말인지 알았어?


아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알았다고 했다.


.... 근데 어디서 찾아요?

아, 선생님이 핸드폰으로 책을 찾을 수 있는 곳 보여줄게.


나는 아이가 핸드폰으로 책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보여주면서 아이가 책을 직접 찾도록 했다. 아이는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가 원하는 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는 자신의 핸드폰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책이요.

그래, 선생님이 이 책 구매할게. 이 책 오기 전까지 우선 다음 시간부터 국어 교과서로 수업하자.


아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직은 아이를 섣부르게 판단하기 이르지만, 아이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아이에게 줄 참고서와 문제집을 준비해서 다음 수업을 했다. 본 수업 시간에 이미 배운 윤동주의 ‘자화상’을 수업했다. 아이는 윤동주라는 이름도, 자화상이라는 제목도 처음 듣는 듯했다.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아이에게 시를 낭송시켰다. 아이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읽으려고 애썼다. 아이가 시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이 시 느낌이 어때? 맞고 틀리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네가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얘기하면 돼.

....


아이는 다시 시를 눈으로 봤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 편하게 얘기해.

... 사나이가.... 가여워요.

왜 사나이가 가엾다고 생각했어?

... 여기....


아이는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부분을 가리켰다.


잘했어. 여기 나와 있지? 이렇게 시 내용이나 화자의 감정이 시에 나와 있어. 이런 것을 잘 찾으면 돼.

..... 화자?.....


나는 화자의 의미에 대해, 왜 사나이가 미워지고 가여워지는지에 대해, 윤동주라는 시인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했다. 윤동주의 자화상을 설명하고 문제를 푸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아이와 나의 수업은 그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시작되었다.


수업 후 나는 아이의 1교시부터 7교시까지의 수업을 생각했다. 아이는 선생님의 설명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초등학교 4학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을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었을 것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수많은 수업 시간 동안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이가 함께 읽기를 원하는 과학책을 구매해서 아이와 수업했다. 수업 시간 반은 교과서 내용을 복습하고, 나머지 시간은 과학책 얘기를 했다. 그렇게 아이와 10번 정도의 수업을 한 어느 날 아이가 문뜩 물었다.


물리학과를 가고 싶은데...... 제가 갈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아요.


아이는 지방 국립대학 물리학과 진학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기의 지금 성적, 수업 시간 얘기를 천천히 했다. 얘기하는 아이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이 걱정이 어려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얼굴이었다.


선생님하고 수업할 때처럼 집에서 한국어로 소리 내서 많이 읽고, 얘기해야 해. 집에서 부모님과 한국말로 얘기하지 못해 연습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너 혼자서라도 연습해야 해.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연습하자.

... 시험 볼 때... 그렇게 다 모르지는 않은데.... 풀지를 못 하겠어.


아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다.


선생님하고 이렇게 공부해도 다음 시험에서 국어 성적이 지난 시험 성적과 비슷할 수 있어. 우리 지난 성적보다 10점 더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자. 아직 네가 1학년이니까 그렇게 10점씩 성적이 오르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많아 나아질 거야. 절대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 네가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해. 더 늦으면 안 돼. 선생님하고 수업한 내용 집에서 꼭 다시 공부하고, 문제 풀어 봐야 해. 문제를 다 틀려도 꼭 풀어 보고, 설명도 읽어 봐. 지금은 문제 풀면 다 틀릴 수 있어. 다 틀리면 속상하겠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풀어야 해. 지금 모르겠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나아지지 않아. 문제 풀다 모르는 것 있으면 선생님에게 꼭 물어보고. 알았지?

... 네...

아직 너는 17살밖에 안 되었어. 느리지만 지금 노력하면 나중에 훨씬 좋아질 거야. 지금 하지 않으면 20살에도 30살에도 지금과 똑같아. 아직 절대 늦지 않았으니까 꼭 지금부터 하자. 알았지?


아이의 얼굴에 조금 미소가 돌아왔다. 수업을 끝내고, 아이가 돌아가면서 한마디를 했다.


한국에 오기를 잘한 것 같아요. 아니면 고등학교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문화인 이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학생 중에서도 많은 학생이 수업 내용을 관심이 없어서, 관심이 있으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 반에 25명-30명의 학생은 저마다 지식의 차이, 관심의 차이, 재능의 차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일괄적으로 배분되는 수업 시간표에 맞춰 평균의 함정에 빠진 수업을 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교육하는 교사로서 수업의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한국의 문화를 ‘단일문화’로 상정한 뒤 타국의 문화를 정의한 개념이므로 ‘상호문화’라는 용어를 공용화하자는 의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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