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1
병무청 신체검사 통지문을 받은 날 아들은 1학년 끝나면 입대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다녀와야 하니까 빨리 다녀오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그때만 해도 아들의 입대를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을이 되니 아들의 입대가 슬슬 실감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입대하기 전 겨울방학 때 가족들 모두 함께 제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우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 렌터카 예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제주 일정을 짜게 했다. 아이들은 맛집, 카페, 관광지 등을 조사해서 꼼꼼하게 일정을 준비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 여행 가기 두 달 전에 이미 여행 준비를 완료했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성적관리회의, 인사위원회의, 교육과정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며칠 동안 바쁘게 진행했다. 각종 교육활동 등으로 온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퇴근하면 식사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집에서는 식사도 마다하고 완전 뻗어있기 바빴다. 그렇게 너무 힘든 하루하루를 일주일 가까이 보냈다.
그래서인지 탈이 나고 말았다. 처음엔 매년 학년말이면 항상 바쁘고 몸살처럼 몸이 아팠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아침 교과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왔는데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열을 재봤더니 미열이 있었다. 바로 관리자들에게 말하고, 외출 상신을 했다. 혹시 몰라 노트북 등 방학 때 해야 할 일거리들을 다 챙겨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면서도 코로나만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다.
“요즘 독감도 유행이기 때문에 둘 다 검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독감은 자비로 검사해야 합니다.”
나는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함께 했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차라리 독감이기를 빌었다. 독감은 5일만 격리하면 되었기 때문에 제주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코로나 확진입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닙니다. 둘 다 걸리면 고생을 정말 많이 하는데 다행입니다.”
그러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온통 이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정신이 퍼뜩 들었다. 가족들이 걱정되었다.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다. 그리고 친한 동료 교사들에게도 연락해서 확진 소식을 전했다. 다행인 건 나로 인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격리 기간이 12월 29일부터 1월 3일.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까지였다. 그런데도 제주 여행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인지 나는 바로 예약을 취소하지 못했다. 다음 날까지 고민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비행기 티켓, 숙소, 렌터카 등을 취소하면서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이번 여행은 다른 여행보다 더 특별한 여행인데 하필 코로나에 걸리다니. 이 상황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코로나 확진 3일째부터 침을 못 삼킬 정도로 목 통증이 심했다. 온몸의 통증은 약을 먹으면 완화되었는데 목의 통증은 도통 나아지지 않았다. 목의 통증으로 식사는커녕 잠도 잘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그런 육체적 아픔보다 마음이 더 아프고 나약해졌다. 곧 군대 가는 아들을 엄마네로 보낸 상황 자체가 너무 속상하고, 스스로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