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국 통일은 오지 않았고, 나는 입대했다.

아들이 군대 갔다.

by 휘리

*제목은 아들이 신병교육대 입소한 날 소나기(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에 기재한 한 줄 평임.


2023.1.31.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2022.11.16. 육군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아들이 받을 때만 해도 막연하게 느껴졌던 아들의 입대가 오고 만 것이다. 사춘기 없이 지낸 아들은 부모와 모든 것을 공유할 정도로 상냥하고 착하다. 내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으면 공감해 주고, 내 편에서 같이 욕해주던 아들이다. 처음 내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도 적극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었던 사람 또한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입대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입대하는 아들을 위해 준비한 여러 물품을 챙겼다. 아들은 여러 곳에서 접한 군대에 대한 정보로 걱정하면서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난 그런 아들과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해도 자꾸 눈가가 붉어졌다. 그런 나를 아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애써 참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입대하는 아들을 씩씩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실패하고 말았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나를 걱정해서 고맙게도 조카들이 같이 신병교육대에 가주기로 했다. 조카들이 우리를 위해 농담으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남자 조카는 유의 사항 등을 얘기해 주고, 여자 조카는 그런 두 명의 남자에게 농담하면서 우리를 웃게 만들어줬다. 이런 아이들 덕분에 아침부터 눈물을 쏟은 나의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웃고 떠들다 보니 신병교육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입대하는 아들을 든든하게 먹이고 싶어서 한우 전문 식당으로 갔다. 등심, 부챗살, 살치살 등 넉넉하게 챙긴 고기들을 가지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굽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아침부터 아들이 군대 간다고 울고불고했으면서 이렇게 고기를 맛나게 먹고 있다니. 다행히 아들도, 조카들도 맛나게 잘 먹고 있었다. 냉면까지 배부르게 잘 먹고 나니 시간은 벌써 1시가 다 되어 갔다. 남은 시간은 신병교육대 근처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주차는 신병교육대 병사들이 안내해 주는 곳에 하고, 신병교육대까지 걸어갔다. 전방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옷깃을 여미면서 걸어가다 보니 다시 군대가 실감 났다. 아들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 신병교육대 입구에 있는 다방 같은 곳에 들어가 얼은 몸을 녹일 겸 차를 마셨다. 연신 떠들고 웃던 조카들과 아들이 서서히 말이 없어졌다. 입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다방 안은 붐볐다. 2시가 되려면 아직 30분이 남았지만, 우리는 신병교육대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신병교육대 입구에서 신원 조회하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강당에서 입소식을 한다고 해서 강당을 찾아 들어갔다. 강당 안은 입소식을 준비하는 병사들과 입대하는 가족들로 벌써 붐볐다. 아들은 동반 입대하는 대학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입소식을 하면 그 이후에 아들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마음은 급한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내 머리는 하얗게 비워져만 갔다. 계속 아들 손만 만지면서 건강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 같다. 시간이 되었는지 입대병을 앞으로 불렀다. 아들의 손을 놓아줄 수가 없다. 이제는 정말 보내줘야 하는데...... 어렵게 아들의 손을 놓자 아들은 우리랑 멀어져 갔다.


우리는 아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최대한 다가갔다. 군악대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식이 시작됐다. 부사단장의 말이 있고, 입대병 중 한 명의 어머니가 편지 낭독을 했다. 거제에서 올라왔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읊을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그 엄마의 울음에 전염되었는지 나도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군악대의 음악을 마지막으로 짧은 입소식은 끝났다.




생활관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강당 밖에 많은 가족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우리도 지나가는 아들을 잘 보기 위해 앞쪽으로 섰다. 바로 입대하는 아이들이 걸어갔다. 280명이 입대한다고 하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아들을 보지 못했다. 벌써 지나간 것은 아닌지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드디어 아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아들의 몸이라도 한 번 더 만지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아들은 지나가서 눈만 맞추고 말았다. 아들은 마스크 쓴 얼굴로 애써 웃음을 보이려고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21살밖에 안 된 너무 어린아이인데, 이 아이가 홀로 낯선 환경, 폐쇄적인 공간에서 18개월을 보낸다는 것이 부모로서 아직은 감당하기 힘들다.


군대를 다녀온 모든 사람과 부모들이 한없이 존경스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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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출처: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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