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3
아들이 군대 가기 전 ‘더 캠프’를 핸드폰에 깔아 주고, 자기 정보를 입력해 주었다.
아들이 입대한 후 나의 일상은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던 군대 정보를 폭풍 검색하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아는 것이 전혀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더 캠프’ 자유 게시판을 보고, 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보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기 위해 애썼다.
아들이 신병교육대 간 다음 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얼른 받아 보니 지금 아들하고 상담 중인 상관이란다. 전화인데도 나는 고개를 연신 숙이면서 아들을 부탁했다. 다행히 아들을 바꿔주어서 짧게 통화했다. 아들의 말투는 벌써 ‘다나까’가 되었다. 동반 입대한 친구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서로 떨어져 있단다. 아들은 별 탈 없지만, 일주일은 격리해야 한단다.
짧은 통화는 더 큰 아쉬움과 걱정만 남긴 채 끝났다. 상관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더 캠프’ 카페로 위문편지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통화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런 정보 중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들이 들어간 신병교육대 ‘더 캠프’ 카페는 열리지 않았고, 주말에 아들 전화도 오지 않았다.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토, 일요일을 허망하게 보내면서 나는 핸드폰을 부여잡고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리움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아니면 나에게 갱년기가 왔는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들의 빈방이 너무 낯설어 들어가지 못하고, 아들의 빈 침대가 너무 낯설어 쳐다보기도 쉽지 않았다.
‘더 캠프’ 자유 게시판을 보다가 국민건강보험에서 입대한 아들의 변동 사항이 부모인 자신도 모르게 발생했다는 글을 보았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작성자는 너무 놀라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했단다. 보통 국민건강보험에 변동 사항이 생기면 문자가 오지 않나? 그러나 입대한 경우는 가족에게 아무 연락도 없이 변동 사항이 생긴다는 글을 보고, 난 누구에게 머리를 심하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서 검색해 보았다. 어디에도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했다. 콜센터로 시작해서 몇 번 전화를 돌려서야 겨우 답을 받을 수 있었다.
“입대한 아드님의 피부양자 자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아드님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급은 중지되는 것이 맞습니다.”
“보통 국민건강보험에 변동이 생기면 문자를 해주지 않나요? 저는 이런 사항을 어디에도 연락받은 적이 전혀 없어요. 이런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서 전화해 보는 거예요. 사전에 문자로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요?”
“공단에서 문자나 연락하지는 않은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라 지역 공단에서는 답변해 드릴 것이 없습니다. 아드님이 제대하면 자동으로 다시 복귀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또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20년을 고생하면서 키운 내 새끼인데 부모에게 한마디 통보도 없이 변동 사항이 생긴다는 사실이. 애국심이 없는 엄마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군대 문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건, 사고에 가슴 졸이는 지극히 소심하고, 이기적인 엄마이다. 부모 동의는 바라지도 않는다. 사전 통보는 둘째 치고서라도 나중에 문자로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으로 열흘을 보냈다. 드디어 아들이 들어간 신병교육대 ‘더 캠프’ 카페가 열렸다.
아들에게 첫 위문편지를 썼다. 아들이 없는 쓸쓸한 마음과 무기력하게 지내는 일상을 전했다. 그리고 운동과 담쌓고 지내는 내가 처음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에 도전하는 일상도 전했다. 그동안 야심 차게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하고, 하루 만에 탈락의 쓴맛을 본 이야기도 했다. 아들이 군대 가지 않았다면 얼굴 맞대고 할 이야기들을 위문편지로 대신 전했다. 그리고 전혀 짐작도 안 되는 아들 일상을 물어봤다. 언제쯤이면 아들 일상을 들을지 모르지만, 나의 편안한 일상처럼 아들의 일상도 편안하길 바라면서 매일매일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군대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편지라는 말에 조카들에게도 편지 쓰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다.
2월 11일 드디어 아들에게 031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간 신병교육대가 전방이지만 장점이 통화를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는데 이것도 잘못된 정보였나 보다. 일주일에 한 번 20~30분 정도만 통화할 수 있단다. 오늘 첫 통화는 20분밖에 못한다니 이런 젠장 절로 욕이 나왔다. 가족 외 친구들하고도 통화를 해야 해서 첫 통화는 10분밖에 못했다. 그래도 아들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니 살 것 같았다.
아들은 신병교육대 입소한 후 일주일 격리하고, 훈련을 시작했단다. 화생방을 하고, 헌혈도 했단다. 이런저런 훈련한 얘기를 즐거운 목소리로 하는 아들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마음을 조금 덜 졸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처: 구글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