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축복처럼 냥이가 왔다.

-엄마의 막내딸, 냥이(엄마 이야기 3)

by 휘리

10년 동안 암 투병하신 아빠께서 2014년 9월 첫날 너무나 화창한 아침에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빠 곁에서 씩씩하게, 꿋꿋하게 병간호하신 엄마는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나신 후 몸과 마음이 모두 나약해지셨다. 일생의 강함과 꿋꿋함을 모두 당겨 사용이라도 하신 듯 하루하루 약해지시기만 하셨다. 노래하시는 것을 좋아하시고, 활동적이셨던 엄마는 외출을 하려 하지 않으셨고, 동네 친한 친구 분들도 만나려 하지 않으셨다.


나는 고3 담임이어서 학교에서 매일 방과 후 수업뿐만 아니라 야간 보충 수업,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하느라 저녁 10시 이후에나 겨우 퇴근했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혼자 계시는 엄마를 챙기지 못했다. 엄마는 낮이나 밤이나 혼자 계시는 시간이 그렇게 점점 많아지셨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언니가 전화했다.

“엄마가 많이 외로우신 것 같아. 외출도 안 하시고, 혼자 집에만 있으셔서 그런가 만사 귀찮아하셔. 그리고 자꾸 약한 말씀 하시고.... 우시더라.... 이번 주 오빠하고 엄마네 같이 가기로 했으니 너도 집에 있어. 알았지?”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의 마음을 전혀 살피지 않은 나는 당황했다. 가끔 엄마가 쓸쓸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괜찮아지실 것이라 치부(置簿)하면서 대수롭지 않아 했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생활하신 공간에서,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의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시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아빠를 아직 마음으로 보내드리지 못한 나는 나보다 훨씬 더 상실감이 클 엄마의 마음을 짐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혼자 여기서 못 살 것 같다. 차라리 너희가 살고 있는 일산으로 가고 싶어. 일산에는 첫째도 있고, 둘째도 있으니 여기보다는 덜 외롭지 않겠니?”

엄마는 평생 사셨던 곳을 떠나 자식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하기를 원하셨다.

“엄마, 여기는 엄마가 다 아시는 곳이라 혼자 하실 수 있는 것이 많으시지만, 이사 가시면 낯선 동네라 지금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힘드실 수도 있으세요. 그래도 이사하시겠어요?

"혼자 이 집에 있는 것 힘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꾸 네 아빠 생각만 나고.... 무섭기도 하고... "

엄마의 마음을 확인한 우리는 시간을 두고 고민하기로 했다.


오빠는 엄마 혼자 계시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내가 곁에 있긴 하지만 학교 일, 육아 등으로 혼자 엄마를 돌보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냐고 하면서 엄마의 이사를 찬성했다. 언니도 엄마께서 우울증 초기인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엄마의 이사를 찬성했다. 그렇게 엄마는 30여 년을 사셨던 곳을 떠나 일산으로 이사하셨다. 나도 엄마, 언니, 오빠가 있는 곳으로 이사하고, 다행히 학교도 일산으로 옮겼다.




엄마는 일산으로 오셨어도 크게 바뀌지 않으셨다. 우리가 엄마를 자주 찾아봬도 외로워하셨고, 우리를 그리워하셨다. 혼자 무언가를 전혀 하려 하시지 않고,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의지하셨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가요 교실 다니시는 것도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예전에 다니셨던 가요 교실을 다니셨다. 엄마가 사시는 환경은 모두 바뀌었는데, 엄마의 행동반경은 예전 동네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엄마도 우리도 힘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 힘든 시기에 냥이가 축복처럼 우리에게 왔다. 축복처럼 우리에게 온 냥이를 몸도, 마음도 지치신 엄마가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품어주셨다. 냥이는 그렇게 엄마의 막내딸이 되었다.




이전 07화#2. 엄마는 그렇게 아빠를 지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