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은 여행이었다. 개학을 앞두고 1박 2일 관리자와 함께하는 부장 워크숍이라니. 이런저런 핑계를 총동원해서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 인권 등에 대한 논란이 연일 언론을 통해 필터 없이 쏟아지고, 그로 인해 교육부, 지역교육청에서 학교에 공문을 명령하듯 전달하는 현실 앞에서 시행하는 워크숍이었다. 이런 혼란한 시국에 2학기 학사일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이 아니라 부장 교사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최소한 이번 워크숍에서 이런 논의를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1박 2일 워크숍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발행한 브런치 북 「이번 생은 교사입니다.」 제4화 ‘존버만 해서는 안 돼’에서 말했듯이 혹시나 했던 우리 학교 관리자는 역시나였다. 나름 우리 학교 관리자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학교 관리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다.
태안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였다. 2020년 2월에 큰 기대 없이 방문했던 식도락 여행이었던 태안. 오직 1박 2일에 여러 번 나왔던 게국지를 먹기 위해 떠났던 태안은 나에게 평생의 미식 도시로 각인되었다. 게국지의 국물을 첫 수저로 떠먹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온 듯 짜릿했다. 시원하고, 깔끔하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게국지 국물. 거기에 꽃게와 배춧잎, 굴, 새우 등의 다양한 해산물의 건더기. 게국지는 오직 이것만 먹기 위해 태안을 방문해도 1도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 맛있고, 훌륭했다. 하지만 태안은 게국지만 맛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변도, 할미, 할아버지 바위도 아름다웠고, 해변을 물들인 노을은 더욱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했던 태안 여행은 나에게 다시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로 남았다.
이런 여행지였던 태안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180도 바뀌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태안이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각인되었다. 역시 여행은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한가 보다.
워크숍이라고 해서 숙소에 머무르면서 2학기 학사 일정 논의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굳이 3시간이나 걸리는 태안을 왜 가나 의문이 들었다. 8시에 학교에서 대여한 버스를 타고 태안을 향해 떠났다. 가이드라는 분이 1박 2일 일정을 알려주었다. 아산-서산-태안-예산-당진을 방문한다고 했다. 이 일정을 듣는 순간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감지했다. 연일 언론을 가득 채우는 교권과 학생 인권, 교육에 대한 기사를 우리 학교 관리자들은 안 보는지 아니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학을 앞두고 이런 당면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왜 관리자들은 이런 워크숍을 계획했을까?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아산 공세리 성당에 도착했다.
공세리 성당을 구경하라고 1시간의 관람 시간을 주었다. 38도를 넘는 폭염에 양산을 썼어도 공세리 성당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숨이 턱 막혔다. 우리는 1시간은 고사하고 30분도 안 되었는데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를 찾아 탑승했다. 때마침 폭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충청남도 안전 문자가 도착했다.
점심 식사 후 아산 지중해 마을만 방문하고 숙소로 바로 가기로 일정을 수정했다. 우리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갔다. 아산까지 왔는데 우리는 아산 향토 음식이 아닌 냉면을 먹었다. 굳이 아산까지 와서 냉면을 먹었다.
지중해 마을은 그늘 하나 없었다. 우리는 작열하는 햇빛을 피하기 바빴다. 13명이 들어갈 만한 커피숍을 찾아 부리나케 들어갔다.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바로 태안 숙소로 향했다. 태안 숙소는 더 가관이었다. 2인 1실이었는데 화장실 하수구에서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프런트에 얘기했더니 하수구에 방향제만 뿌리고 끝이었다. 어렵게 방을 바꾸고 나니 기분도 몸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모두 모여 회의를 했다.
개학 후 일정을 조율하고 언론으로 접한 교육부, 지역교육청 지침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더니 관리자가 더 이상의 논의를 막았다. 태안까지 왔는데 심각한 논의는 학교에서 하자는 논리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리고 언론에 언급되는 얘기들은 초등학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고등학교인 우리 학교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오만가지 민원으로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우리 학교인데 이렇게 관리자는 남의 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들은 아침 7시부터 늦은 시간, 휴일 등을 가리지 않고 학부모, 학생 연락・민원으로 지쳐가는데 관리자들은 천하태평이다. 학기 말 담임교사, 부장 교사 인선할 때마다 애를 먹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아니 원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선생님들이 의견을 많이 제시해도 그저 선생님들의 불평, 불만으로만 인식하나 보다. 1박 2일 워크숍 동안 그들의 최악, 민낯을 본 것 같다.
이번 워크숍은 남은 나의 교직 생활에 큰 고민거리를 던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교육할지.....
고민은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