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2-
인터넷 검색하다 아들이 있는 ○○사단 수색대대 부대평가를 발견했다.
장점: 부대시설이 좋다. 개선 사업, 시범 사업하면 우선적으로 받는다. 밥이 맛있다. DMZ에 갈 수 있다.
단점: 매일 의무적인 체력 단련이 빡세다. 부대 위치가 안 좋다. 평일 외출이 불가능하다. 몸에 하나 이상이 아프다. DMZ에 간다.
몸에 하나 이상이 아프다니.... 정말 건강하게만 제대하기를 바랄 뿐이다.
일주일에 두 번은 매복, 수색 작전을 나가는 아들은 이발병에 물자관리병까지 자원해서 하고 있다. 아들하고 저녁에 통화하면 아들은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물자를 확인하는 등 부산하다.
“힘들지 않아? 너무 쉴 시간이 없잖아?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마.”
“바쁘게 살아야 시간이 금방 지나가지. 제대 날짜 생각하면 시간이 진짜 안 가는 것 같은데 하루, 일주일로 생각하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아. 그래서 좋아.”
갱년기 울보 엄마는 아들의 이런 말에 마음이 또 울컥해진다. 누가 18개월이 금방 지나간다고 했나? 늦은 밤 매복 나가는 날, 새벽 수색 나가는 날 날씨 확인은 기본으로 한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올여름, 그 많은 비를 맞으며 작전을 했다는 말에 자책감이 든다. 에어컨 나오는 집에 편히 쉬고 있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그 모든 순간이 다 미안하게 느껴진다. 아들이 수색대원이 아닌 조교가 되었다면 이런 마음이 좀 덜 했을까?
대학 때 복학생 선배들이 군 얘기를 노상 했을 때 참 듣기 싫었다. 대학 때 사귄 남자친구가 입대 후 힘든 얘기했을 때도 온전한 마음으로 귀 담아 듣지 않았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자친구를 향한 내 마음도 서서히 멀어졌다. 남편이 군대 얘기할 때도 공감은커녕 타박하기 일쑤였다. 그랬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이 세상 모든 군인과 군대에 자식을 보낸 이 세상 모든 부모를 존경한다. 통화도 할 수 없었던 그 옛날, 가장 좋은 시절 3년이라는 시간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가뜩이나 갱년기인 나는 아들이 군대 간 이후 감정의 기복이 날뛰었다. 우울하다, 기쁘다, 반성하다, 감사하다, 하루에도 난리도 아니다.
“엄마 저 글 쓴 거 검토해 줄 수 있어요?”
“응? 글 썼어?”
“네. 군 공모전에 응시하려고 수필 썼어요.”
아들은 수색, 매복했던 경험으로 수필을 썼다. 아들의 글에는 전화로 가족들에게 전하지 못한 속마음이 녹여 있었다. DMZ로 처음 수색을 나갔을 때보다 매복 나갔을 때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매복 때 보이는 빛이라고는 아군 GOP 철책의 등, 적 GP의 적은 등불, 달빛이 전부입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저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돌을 잘못 밟아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기동 할 때 전방 풀숲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총기를 소리 나는 방향으로 겨누었습니다. 다행히 무언가의 정체는 고라니였지만 긴장감은 순식간에 치솟아 올랐고
‘아.. 난 이곳과는 안 맞나 보다. 매복은 다시는 하기 싫다.’
‘이랬구나. 잘 다녀왔다고만 했는데... 이런 긴장감이 있었구나.’
아들 글을 검토할 생각도 안 하고, 아들 생활만 찾았다. 아들 생활에 힘듦이 느껴지면 내 마음은 요동쳤다.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이 조금씩 어둠을 잡아먹으며 다가오는 모습은 하나의 기적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처음 수색대대에 왔을 때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작전이 주는 부담감 또한 상당했기에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습니다. 그러나 수색대대이기에 DMZ의 산 나무, 별 새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분명 힘든 순간, 긴장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 힘듦과 긴장의 순간에 같이 찾아올 작은 아름다움, 소소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눈물 많고 나약한 엄마인데 아들은 기특하기 그지없다. 힘든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18개월을 의미 있고, 실속 있게 살고자 열심히 생활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브런치북 「아들이 군대 갔다 1」 8. 아들 덕분에 성장하는 엄마) 지금은 교외 진로・진학 상담 교사로, 교사 대상 강연을 하면서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다. 눈물 많은 나의 천성은 어쩌지 못하겠지만 나약하고, 불안정한 심리는 이런 바쁜 생활을 통해 조금은 치유된 것 같아 아들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