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3년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2023년을 보내주며
얼마 전 책상 정리를 하였다.
책상의 갈색 나무 무늬가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했던 종이서류와 물건들을 정리하자
2023년 초(혹은 2022년 말)에 인화했던 사진들 여러 장이 책상 한 구석에서 나왔다.
그 사진들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담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목표를 글씨로 적어 인화한 사진도 있었다.
2023년에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목표는 6가지였다.
그리고 하나씩 읽어보니
웃기게도, 정말 웃기게도
이룬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올 한 해
뭐 하나 이룬 것이, 이뤄진 것이 없었다.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 새해가 올 때는
2022년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새해에는 복 많이 받고 원하는 바 다 이뤄지길 (그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도 받고)
나도 그러기를 원했을 텐데
이렇게 허무할 수가.
물론 나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목표들도 있다.
아니, 사실 모든 것은 나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합격할지 말지는 하늘의 운에 달렸을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줘도 그 사람 마음은 다른 곳에 갈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일해도 정작 사회적 인정과 돈은 나에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만사 나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자책이나 실망보다는
씁쓸함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고 행복해하는 그림을 크게 그렸던 만큼
그 빈 공간의 허전함이 크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텅 빈자리에
씁쓸한 바람이 지나간다.
피식 웃음이 났다.
목표 6가지 중에 한 가지만 이뤄지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재밌고 이야깃거리도 된다고
유머로 승화해 본다.
빡신 직장 상사인 양, 목표에 비해 1년은 너무 빡빡한 데드라인을 준 것일 수도.
그냥 지금이 때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내년을 기대해 볼까 (헛된) 희망을 잠깐 가져본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나에게 가장 좋은 것들이,
내가 원한다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나에게 더 좋은 것들이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표를 적어놓았던 종이를 그대로 바라본 채
그냥 씁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