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정했어?"
"아니요. 없어요."
"새해 계획은 세웠어?"
"그것도 없는데요."
새해 목표가, 계획이 다 뭐다나.
지금 이 순간을 살기도 힘든데.
올해 나의 새해 목표나 계획 같은 건 없다.
새해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당장 평온하려고 한다.
지나가는 해이든 다가오는 해이든 상관없다.
그저 지금 당장 평온하기...
사실 나는 MBTI에서 파워 J이다.
과제, 해야 할 일 등은 데드라인 며칠 전에
마무리를 해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내가 따로 정한 날짜에 완료하기 위해
중간 단계까지 정해서 달력에 표시해 둔다.
한 번 일어서면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여
미리 짜둔 동선대로 움직이며,
똑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는 비효율을 싫어한다.
식당, 카페도 항상 리뷰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꼭 먹을 메뉴까지 정해서 간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식재료들이 상하기 전에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정리하여 요일별로 식단을 만들어 놓는다.
(물론 식단대로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일정이나 외식 등 변화가 있으므로.
그럼에도 식단은 항상 정리해놓아야 한다.)
이런 나에게 새해 목표 정하기란
한 해의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는
연례행사이자 큰 의식이었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는
다가오는 해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정하고
이 행동들을 꾸준히 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까지 정한다.
실제로 2023년 계획을 세울 때는
<건강, 금융, 대인관계, 나와의 관계, 업무/공부> 다섯 파트로 나눠서
각각의 목표 행동들을 다이어리에 정리하였다.
다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은 내 계획에 없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계획했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몇 달 동안 아프기만 했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러나 계획이 흐트러지는 순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
걱정과 불안이 음습해 왔다.
계획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나는 계획과 다른 변수가 생겼을 때
적응할 유연성이 없었다.
생각지 못한 변수에
몸과 마음이 무너져내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 새해 목표가 없다.
내일은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깐.
그저 오늘, 지금을 살뿐이다.
힘들고 지치는 와중에
그저 오늘의 평온에 다가가려 노력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새해 목표를 정하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만 살기, 그저 지금 당장 평온하기”라고 대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