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저도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가해자가 “내가 누구를 괴롭혀서 죄책감으로 힘들었어요”라며 입원한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사건을 겪은 후 그 후유증으로, 트라우마로 입원 치료를 받는 분들은 많았습니다. 피해자는 아무래도 약자의 입장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 내에서, 특히 직장과 같이 상하 관계가 뚜렷한 조직 내에서 우리는 약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의 상사와 부딪혀서,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강제 인사이동을 시켜서 그것이 큰 스트레스원이 되어 증상이 촉발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또는 가족 내에서 부모님과 혹은 자녀와 의견 차이가 너무 심하여 (부모와 자녀 간에 갑을 관계란 정의 내리기 어렵겠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있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스스로 약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보단 내 아이 먼저, 나보단 내 가족 먼저, 나보단 내 애인 먼저, 나보단 내 일 먼저.
사랑이고 열정이고 헌신이고 책임이고 희생입니다. 모두 다 좋은 가치이고 좋은 우선순위 같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무너져버린다면 그 결과는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겁니다.
나보다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며 살아간다면 내 삶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나의 가치, 나의 우선순위를 지켜내고 소중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 먼저.’ 이어야 합니다.
나 먼저, Me First
많은 분들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제가 먼저 조언이랍시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 환자분들이 스스로 깨닫고 “나부터 챙겨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저에게 말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감격스럽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날들을 그저 힘들었던 시간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더 깨닫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픈 질병에만 몰입해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보고 건강히 일상을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나 먼저’라는 것은 이기적으로 되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내 애인이 소중한 만큼, 내 일이 소중한 만큼, 내 자신이 건강하고 단단하게 있을 수 있도록 나를 챙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보신 분들은 기내 안전수칙 안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비행기 안에 실내 기압이 떨어지면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오는데, 이때 산소 마스크는 본인이 먼저 착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내 옆에 앉은 어린 아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 착용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옆에 앉은 아이나 주변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내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쓰러지게 되고 결국 옆에 앉은 아이도 쓰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