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와는 너무 다른 너희들

ESFJ 엄마와 I*TP 딸들이 함께 산다는 것

by 하루의 온도

나는 ESFJ 엄마다.
말로 풀어야 하고, 마음을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서로 어떻게 느꼈는지가 늘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집 아이들은 다르다.


이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금 분위기가 어떤지보다

혼자 있는 시간,
무언가를 파고드는 시간,
자기만의 세계가 더 중요하다.


관계보다 탐구.
공감보다 이해.


ESFJ인 나와는 정말 정반대다.


나는 감정이 먼저 오고,
아이들은 생각이 먼저 온다.

나는 “미안해”라는 말을 기다리고,
아이들은 “왜 그게 문제인지”를 먼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모든 상황을 ‘내가 잘못 키워서’라고 정리해 버렸다.


왜 이렇게 말을 안 통하지?
왜 이렇게 공감이 없지?
왜 이렇게 자기중심적이지?


답은 늘 하나였다.
내가 잘못했다는 결론.

그런데 MBTI를 알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 이 아이들은 저런 구조를 가진 사람이구나.
관계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내가 아니라,
논리와 이해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의 태도가 조금 덜 미워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덜 몰아붙이게 되었다.


MBTI가 아이를 전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너무 다를 뿐’이라는 핑계를 합법적으로 붙일 수 있게 해준다.


요즘 나는 그 핑계가 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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