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하루하루
수업을 마치고 동료 선생님들과, 근황을 묻는 지인들에게
이런 저런 에피소드와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얘기 끝엔 언제나
'1학년은 참 이뻐, 그 아이들 덕분에 웃게되고' 라며 미소짓는다.
교직생활 30여년 중 절반 이상이 어쩌다보니 1학년 담임이었다. 우선, 아이들을 너무 이뻐한다는 것과 학교에서 맡는 업무의 중함이 그 이유였다. 1학년은 쉬는 시간도 없이 이어지는수업시간의 밀도 높은 과중함을 떠나 일찍 하교하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지금은 일주일 중 3일이 5교시 수업이니 어떤 날은 중학년보다 하교가 늦어지기도 한다. 연간 수업시수도 1학년이 가장 많다.(고학년의 경우, 학교마다 실정이 다르지만 전담교사가 배치되어 담임교사의 수업시수가 저학년보다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1학년을 선호한다. 교재연구의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있고, 수년간의 경험으로 터득한 능수능란한 스킬이 다양한 경우에 나도 깜짝 놀랄 정도의 안정감과 적절함으로 베어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편안하고, 거의 모든 교사가 갖는 3월의 부담과 걱정보다는 아이들 자체를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3월 2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우 축소된, 박수도 꽃도 산만함도 없이 각 교실에서 차분하게 입학식을 치렀다. 책상엔 가림막이 높게 드리워져 있고 아이들의 책상은 짝도 없이 각자 띄엄띄엄 시험대열로 놓여져 있다. 거리두리의 명목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마스크에 가려졌으나, 가릴 수 없는 호기심 가득한 초롱한 눈망울들이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이 올 해 1월, 2월 동안 수없이 들었을 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그들의 눈에서 약간은 초조하게 또 얼마간은 기대로 드러난다. 그 모습이 왜그리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선생님의 이름을 외우느라 집중해서 되뇌이고, 우리 선생님은 착할까? 라는 기준에 맞춰본다. 아이들은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면 착하다고 표현한다. 아마도 그들이 들었을 넌 참 착하구나의 굴레(?)인 듯하다. 선생님의 표정을 읽고 말투를 유심히 듣고, 나눠주는 여러가지를 챙기느라 분주하다. 예전같으면 꼼꼼하게 엄마가 옆에서 다 챙겼을텐데, 1학년은 뭣 모르는 망아지처럼 살짝 어수선해도 되는 거였는데....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할 말이 많을 듯하다. 교문에서 조마조마 기다리던 엄마, 아빠(요즘엔 아빠들도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의 마음을 아는 듯 아이들은 큰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늠름해졌다. 혼자서 저 네모 반듯한 공간에 들어가 기억할 것을 기억하고, 손에 들어야 할 것을 잘 챙기고, 다시 엄마와 헤어졌던 그 자리로 돌아온 그 여정 자체가 성공이다.
여러 해 담임했던 1학년이
내가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교직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더 소중하고 값지게, 그래서 더 책임감있게 다가온다.
참, 소중한 1학년과의 일 년을 이 곳에 글로 기록하며 웃고, 감동하고, 배우고,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