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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Mar 23. 2021

애들아, 하브루타 하자

하브루타? 참 재밌고 쉽다~

1학년 아이들은 묻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

등교하면서부터 선생님을 보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뭔가 대단한 일인양 앞으로 나와 말을 꺼낸다.

"오늘 무슨 날이게요?"

?? 뜬금없이 스무고개도 아니고, "무슨 날일까? 좋은 일 있나보네?"한껏 관심을 갖고 눈을 마주한다.

"오늘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오 마이 갓~  아빠 생일이라는 말에 샘은 어떤 리엑션을 취해야할까.

"오, 그래? 좋겠네~ 아빠 생신 축하한다~"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 그 분의 생신을 축하해 본다.

아이는 이건 몰랐죠? 하는 표정으로 한 마디 던지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생일파티는 지난 일요일에 했다요~"


수업시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건 부지기수다. 한껏 진지하게 '교통안전'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들에게 직빵인 생생한 예를 들자치면, 반 아이들 모두의  인생사가 다 나온다. 사촌언니, 삼촌, 이웃집 등등 자기가 알고 있는 교통사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럴 때, 하브루타가 최고다.

"얘들아, 친구들이 알고 있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이야기가 참 많구나, 하브루타 짝을 만나서 얘기 들려줄까?"

이렇게 말하면 "저는 교통사고 본 적 없는데요?"하는 녀석이 꼭 있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부정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그런 분들이 있는 법인걸 어쩌랴..

그럴때면 교사는 빈정상하지 말고, 차분히

"그렇구나, 그럼 이번엔 친구 이야기만 들어보렴.잘 들어주는 것이 내 얘길 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훌륭한 공부야."한다.


'하브루타(Havruta)'는 히브리어로 '친구 또는 공부하는 짝' 이라는 뜻이다. 하브루타는 나이, 학력, 직책에 관계없이 서로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토론식 교육법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것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토론을 하면서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확하게알지 못했던 내용을 깨달으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토론하는 것이 하브루타의 핵심이다.


 여럿이 진행하는 토론과 달리 두 사람이 말하고 듣기 떄문에 소외된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서로 질문과 대화, 토론, 논쟁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며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통찰력을 얻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하브루타는 학생 스스로 대화와 질문을 통해 학습 주제에 깊이 참여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자녀와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과 자연스러운 연계선상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큰 장점이 있다.


 짝을 선택함에 있어 자신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하브루타를 만나면 많은 양의 정보를 얻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하브루타 해 볼 사람?" 하고 물으면 난리가 난다."서로 저요! 저요!" 선생님과 반말로 친구가 되어 대등하게 얘길 나누니 신나나보다. 더불어 선생님이 이끌어주는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신도 뭔가 해 낸것 같은 뿌듯함이 생긴다. 이스라엘에서 랍비 아버지와 아들이 집에서 하브루타하는 모습을 참관하면서 둘이 친구처럼 장난치듯 논쟁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반대로 자신보다 학습량과 경험이 부족한 하브루타를 선택할 경우,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하브루타 하다 보면 교사인 나는 늘 배운다. 순수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의 훅 들어오는 질문이 당혹스럽지만 상큼하다. 어떤 짝을 만나도 교육적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짝에게 설명하는 하브루타는 메타인지 학습법의 최고봉이다. 공부를 마치며, 이 시간 배운 것을 말해볼까? 하며 시간이 꽤 걸리고 지루할지라도 모든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1학년이라 포스트잇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건 아직 어렵다. 그저 모든 걸 말로 해 보도록 이끈다.( 어려운 낱말도 정확히 쓸 수 있는 친구도 있지만, 1학년은 아직 그럴 필요 없다. 교육과정대로 따라가도록 이끄는 것이 저 멀리 앞서가는 아이보다 소위 선행이 되어있지 않아 뭘 배울지 설레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하는 나의 철학이다.) 무엇을 배웠고,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물으면 상상하지 못할 배움과 다짐이 아이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교통사고는 TV에서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어요."

"교통사고가 나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절대로 횡단보도에서도 뛰지 않을래요. 너무 무서워요."


배운다는 것, 변화한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은 한 선위에 있는 것 같다.

배우며 생각이 변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태도와 다짐과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머리에 마구 뭘 집어 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것으로 다시 창조되도록 유도하는

표나지 않는 이끔이 교단에 서 있는 나의 할 일이라고 깨닫는 순간,  내가 교사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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