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은 카스텐센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으며, 이 이론의 핵심개념은 생의 남은 시간을 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생의 남은 시간에 대한 지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생의 남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생의 남은 시간이 ‘확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의 남은 시간에 대한 지각에 따라 정보 처리 지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의 남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현재 지향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들은 현재 경험하고 즐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처한 상태의 정서적인의미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사회적 소속 의식에 주의를 기울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관계에서 정서적인 면과 친밀함에 초점을 둔다.
살아가야 할 시간이 확장되었다고 생각하는 청년기와 다르게 나는 ‘제한’된 시간의 길이를 몸소 느끼고 있다. 다양한 신체 기능의 저하와 차곡차곡 늘어나는 나이를 생각하면 제한된 내 시간이 소중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거나 시간을 붙들어 매 놓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살아온 세월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앞으로 주어진 나날들을 기대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나이듦이 결코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보다는 충실한 성장과 ‘나’라는 세계의 진실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람직한 자아상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으로 죽는 그 날까지 답을 찾아갈 것이다. 내일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이상을 추구할지 궁금하다.
-자연스럽게 밖에서 혼자 밥 먹기
-일주일 동안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오직 책만 읽기
-낯선 곳에서 혼자 한 달 동안 살아보기
-자서전 쓰기 등
아직도 하고 싶은 목록이 많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해내야 하는 과제의 부담감 없이 온전히 자유롭고 싶다. 노년의 ‘자아 통합’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에서 노년기에는 정서적 삶의 질에 최우선을 두고 정서적으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관계를 추구하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최적의 정서 생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되는 이론이다. 다만, 긍정적 관계와 최적의 정서 상태는 외부가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가능하고 나는 그것을 꼭 성취하고 싶다. 지금까지 지나온 여러 발달 단계의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궁금해했던 답에 이제야 가까워지는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움이 아닌 평안함으로 다가오고 고독을 즐기며, 내일을 순수하게 나에게 집중하며 기대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의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