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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Oct 13. 2021

피구가 제일 재미있어요.-1-

피구하러 학교 오니?

1,2학년만 전면등교를 한다.

바이러스 취약성으로 보면 1,2학년이 더 으스스한데

왜인지(아마도 1,2학년은 가정에서 부모 없이  있을 수 없는 이유? 에라 모르겠다. 1,2학년 샘들은 보모도 된다고 생각하자.)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즐겁고 신 났음 좋겠다. 집에 있는 언니, 오빠, 누나, 형이 부러워 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왔음 좋겠다.


우리 반은 월요일 1교시엔 강당에 간다. 그 시간은 아무도 강당에 오지 않는다. 강당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왠만해서 그 시간에 강당에 와서 힘을 빼지 않는다. 난 그래서 간다. 아무도 오지 않으니 한가해서 좋고(강당이 넓어 두 반이 함께 쓴다.) 다른 반이 행여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하면 아이들 부르느라 목청 터질 일 없으니 좋다. 나도 월요일 아침이 죽을맛인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피구 생각하며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렴~


이론 수업을 3시간 정도 하면서 충분히 뜸을 들였다. 피구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피구를 하면 내 몸의 구석구석이 다 건강해지고(순발력, 민첩성, 협동심까지) 심지어 머리도 좋아진다고 했다.(실제로 요즘엔 피구하며 머리를 쓴다.) 도대체 공은 언제 만지는지 궁금해하다 못해 가슴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강당으로 향했다. 피구는 패스와 스피드다. 이것이 피구의 핵심이다. 강당에 그어진 칸은 1학년 꼬맹이들에겐 너무나 넓어 직구로 맞추기엔 버겁다. 그러나 패스는 얼마나 어려우랴. 하여튼 입이 닳도록 하는 말, 피구는 뭐다??아이들이 답한다.  패스와 스피드다.  강당엘 가도 처음부터 경기에 임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짝지어 바라보고 서서 공 주고 받기를 한참한다. 간격을 더 넓혀가며 짝을 바꿔가며...패스란 말이야, 상대와 보이지 않는 소통이란다. 소통이 뭐냐고?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거. 말을 할 수 없으니(다른팀도 듣고 있잖아.) 눈빛만으로 공을 쥐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읽고 공 받을 준비를 하는거야. 무슨 말인지..하던 아이들이 이젠 제법 패스를 한다. 공을 주고 받으며 표정으로 아쉬워하고, 감격해하고, 하나가 되는 짜릿함을 공유한다. 짜식들...제법이다.

스피드가 문제다. 8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가 공을 주으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든다. 누구에게 어디에서 공을 던져야 최고의 수비가 될지, 한참을 고민한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너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맞춰야 할 아이들은 다 도망가버리잖아. 바로 던져라. 도망가는 아이의 엉덩이를 맞추는 게 제일 쉽고 안전하다. 패스와 스피드가 겸비되면 피구는 끝장난거나 다름없다. 이 모든 것은 내 교직생활 30년의 노하우를 총 집대성한 이론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월요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한 명 두 명 슬그머니 다가와 확인한다. 오늘 강당 가는거 맞쥬? 지금은 아침독서시간이잖아. 들어가서 책을 읽으렴. 선생님도 책 읽고 있단다. 들어가는 척하다 다시 나와서 묻는다. 가는지 안가는지만 말해달라고.. 내 기억엔 매번 월요일 1교시엔 노란 피구공을 들고 강당에 갔는데.. 왜 저래? 아마 불안해서라기보다는 기다림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서였나보다. 소풍가기 전 날 잠 못드는 그 설레임 비슷한 것 아닐까 해본다. 내가 아이들을 이해하는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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