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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많은 내가 싫어요

‘시’ 꽃이여를 통한 두려움의 참된 의미

꽃이여

                   문서환


어두운 땅 속에서

왜 꽃까지 피웠는가

편히 움츠려 있다

어느 좋은날 오면

고개를 내밀면 될 것을

밟힐줄 알면서


자신은 뿌리까지 뽑혀

지근지근 군화발에

짖이겨져도

왜 먼저 피려 했는가

어느 좋은날 오면

고개를 내밀면 될 것을

밟힐줄 알면서


길을 지나는 청년이여

모두가 그렇게

어둠에만 있으면

봄은 언제 오는가

봄이 오면 피는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네


<5.18 민주화 운동의 숭고함을 기억하며>


이 시는 제가 2021년 5월 18일 5.18민주화 운동을 하신 국가유공자분들을 생각하며 적은 시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총탄과 몽둥이가 빗발치는 광장의 한가운데에서 유공자분들이 어떻게 민주화를 외칠 수 있었는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들의 용기가 무척이나 부러웠어요.


‘나도 저분들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저런 용기를 가지고 내 삶을 살면 얼마나 내 삶이 아름다울까?’

‘나는 왜 저런 용기가 없는 것일까?’

‘그들은 두렵지 않았는데 나는 왜 저런 상황이 오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

‘나는 왜 이렇게 두려움이 많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유공자들의 대단함을 추켜세우고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할 것 같은 나를 계속해서 비하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고 나는 너무도 초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자기비하를 하던 어느날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스쳤습니다.


‘그 사람들도 총이 안무섭지는 않았을걸?’

‘어떻게 사람이 총이 안무섭냐?’

‘무서워도 그냥 한거 아닐까?’


저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은 너무나 대단하신 분들이라서 두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어떻게 사람이 총이 두렵지 않겠습니까? 총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죠. 유공자분들도 분명 총과 전차가 두려웠을겁니다.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너무나 긴장하여 어깨가 움츠러들고, 이를 꽉 깨물고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았던 거에요. 지금 이 순간 자신들도 숨어서 전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사격이 끝나기만을 숨어서 기다린다면 절대로 민주화의 봄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기다림은 독재정권에 승리의 달콤함을 줄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또한 그들은 알았던 거에요. 민주화의 봄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민주화의 봄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국가가 되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유공자분들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셨습니다. 총과 전차의 틈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은 당당히 두 팔을 들어올리고 민주화를 외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저는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입니다. 이런 현대사의 숭고한 사건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지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그게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아니겠어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두려운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하고싶거나 해야하는 일이지만 두려운 순간들 말이죠. 삶이 내게 두려움을 줄때 우리는 간혹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는 왜 두려움이 있을지, 나는 왜 이것하나 해내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우울감과 절망감을 느끼곤 하죠.


 하지만 잘 생각해봅시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사람의 인생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는 거에요. 객관적으로 그 상황은 누구나 두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 말이죠. 시험을 칠 때, 큰 사업을 앞두고 있을때, 출산을 앞두고 있을때 누구나가 두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이제 아시겠죠? 두려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당연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에서 두려워하는 못난 자신을 책망하고 저주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말이지요. 이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에요. 당연한 감정을 저주하다니 말이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간단합니다. 꼭 하고싶거나 해야할 일이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은 사라져야할 감정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5.18 민주화 운동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역사적인 사건들에 등장하는 영웅들도 모두 두려웠습니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육군 참전용사님들도 폭격이 두려웠습니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직전의 안중근 의사도 암살의 실패와 일본제국의 군인들이 두려웠습니다.


 두려움을 미워하지 않고 그 두려움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여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큰 용기가 생깁니다. 나의 두려운 마음도 이 세상 영웅들의 두려운 마음과 같으니까요. 우리 마음속에 누구나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그 두려움은 단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마음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인정했을때야 비로소 진정한 용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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