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날 추모시
<묵념의 이유>
문서환
내 동해의 사내이지만
오늘은 부끄러워서 동해를 바라볼 수 없소
그리하여 서쪽을 보려니
오늘은 부끄러워서 서쪽을 바라볼 수도 없소
그대 지키고 싶었던 것이 동생 형 아내 어머니 아버지
내 현재 지키고 싶은 것이 동생 형 아내 어머니 아버지
비슷하지만 마음속의 당당함은
어찌 그리 다르오
그것들 지키기 위해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방아쇠 움켜쥐던 그 손이 퍽이나 무거웠겠소
내 1년에 4일짜리 종이 한장 무겁게만 느끼니
너무 부끄럽소
그대 지키고 싶었던 동생 형 아내 어머니 아버지
잘 살아있소
우리모두 그대덕에
잘 살아있소
내 오늘의 부끄러움이 참으로 미안하여
동쪽과 서쪽 모두를 볼 수 없어
푹 고개를 떨구오
그것이 인간이 묵념하는 이유인가 보오